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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나(26)가 국내 복귀 10개월만에 첫승을 신고했다. 장하나는 11일 베트남 호찌민의 트윈도브스 베트남 스텔라·루나 코스(파72)에서 끝난 KLPGA투어 한국투자증권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마지막 라운드에서 연장접전 끝에 후배 하민송(22)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과정이 짜릿했다. 2차 연장에서 퍼트 실수로 다잡은 승리를 놓친 뒤 3차 연장전에서 이글 퍼트에 성공시키며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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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을 앞두고 반전의 계기가 찾아왔다. 어머니 건강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어머니 건강이 좋아지면서 마음이 잡혔다. 이제는 (어머니 건강이) 안정적이어서 나 자신에게 집중을 더 잘 할 수 있다. 올해는 노력한 만큼 이룰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장 승리도 장하나에게는 뜻깊다. 이전까지 장하나는 지독할 만큼 연장과의 인연이 없었다. "작년에 연장에서 패해서 안 좋은 기억이 많다. 프로가 되고 나서는 연장전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 이날 경기 상황도 '연장 트라우마'를 떠올릴 만 했다. 연장으로 가는 과정 부터 쫓기는 느낌이 들만 했다. 장하나는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2언더파 204타로 파이널라운드를 마쳤다. 장하나가 기다리는 사이 하민송은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리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하민송은 이글이 될 뻔한 기막힌 벙커샷으로 버디를 추가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갔다. 하지만 정작 장하나는 "18번홀이 버디가 많이 나오는 홀이기 때문에 무조건 연장 갈 거라고 생각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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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과거와 미래에서 온다. 안 좋았던 과거 기억이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미래의 불안감을 야기한다. 중요한 것은, 집중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순간, 현재다. 그 현재를 단단하게 움켜쥔 장하나가 복귀 첫 우승을 거머쥐며 또 다른 의미의 출발선상에 섰다. 과거에 대한 기억은 현재가 과거가 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장하나는 우승을 확정한 3차 연장 이글퍼트 퍼트를 성공시킨 순간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이글 퍼트를 넣고 파노라마같이 모든 게 다 떠올랐다. 힘들었던 일, 아버지랑 싸운 일, 어머니한테 힘들다고 말하면서 울었던 일, 첫 우승했던 일까지 떠올랐다. 한장의 필름처럼 스쳐지나가더라."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