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 in 골프]장하나, '현재'에 집중하자 우승이 찾아왔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8-03-13 05:21


우승 확정후 아버지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하나. 제공=KLPGA/박준석

장하나(26)가 국내 복귀 10개월만에 첫승을 신고했다. 장하나는 11일 베트남 호찌민의 트윈도브스 베트남 스텔라·루나 코스(파72)에서 끝난 KLPGA투어 한국투자증권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마지막 라운드에서 연장접전 끝에 후배 하민송(22)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과정이 짜릿했다. 2차 연장에서 퍼트 실수로 다잡은 승리를 놓친 뒤 3차 연장전에서 이글 퍼트에 성공시키며 쐐기를 박았다.

지난해 2015년 9월 YTN·볼빅여자오픈 우승 이후 2년 6개월 만에 달성한 국내대회 9번째 우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동하다 지난해 6월 국내 무대로 복귀한 이후 18번째 대회 만에 거머쥔 우승트로피다.


제공=KLPGA/박준석
우여곡절 끝에 이뤄낸 감격의 우승이었다. 지난해 6월 국내에 복귀한 장하나는 심리적으로 편치 않았다. 현재의 골프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었다. "어머니가 편찮으셨기 때문"이다. "작년에 돌아와서 제일 먼저 걱정됐던 것은 어머니의 건강이었다. 작년에는 골프보다 우선이 엄마였고 가족이 먼저였다." 작은 일에도 흔들릴 수 있는 것이 골프멘탈이다. 복귀 후 우승이 미뤄져 온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올시즌을 앞두고 반전의 계기가 찾아왔다. 어머니 건강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어머니 건강이 좋아지면서 마음이 잡혔다. 이제는 (어머니 건강이) 안정적이어서 나 자신에게 집중을 더 잘 할 수 있다. 올해는 노력한 만큼 이룰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장 승리도 장하나에게는 뜻깊다. 이전까지 장하나는 지독할 만큼 연장과의 인연이 없었다. "작년에 연장에서 패해서 안 좋은 기억이 많다. 프로가 되고 나서는 연장전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 이날 경기 상황도 '연장 트라우마'를 떠올릴 만 했다. 연장으로 가는 과정 부터 쫓기는 느낌이 들만 했다. 장하나는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2언더파 204타로 파이널라운드를 마쳤다. 장하나가 기다리는 사이 하민송은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리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하민송은 이글이 될 뻔한 기막힌 벙커샷으로 버디를 추가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갔다. 하지만 정작 장하나는 "18번홀이 버디가 많이 나오는 홀이기 때문에 무조건 연장 갈 거라고 생각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제공=KLPGA/박준석
연장승부의 분수령은 2차연장이었다. 장하나가 세컨드 샷 온그린으로 이글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이글 퍼트에 이어 버디 퍼트마저 실수하며 파로 비기고 말았다. '다 잡았던 승리가 연장에서 또 한번 날아가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만한 시점. 하지만 그 순간, 장하나는 오직 자신의 골프에만 집중했다. "(마지막 연장에서) 상대 선수가 몇 번째 샷이라는걸 그린에 올라와서야 알았다. 일단 내 공을 잘 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장은 운이 중요한 것 같다. 상대 실수를 바라지도 않고 치던대로 쳐서 운이 좋으면 우승하는거고 안좋으면 2등을 하는 것 같다. 그냥 잘 쳐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제공=KLPGA/박준석
나에게 집중하자 현재의 실패에서 미래의 해답이 보였다. "연장 두번째 홀에서 퍼트 욕심을 내다가 실수한 것 같다. 하지만 그 쓰리 퍼트가 세번째 연장에서는 도움이 된 것 같다." 직전 홀에서 쓰리퍼트를 했던 그는 마지막 연장 승부에서 멋진 이글퍼트를 성공시키며 활짝 웃었다.

불안은 과거와 미래에서 온다. 안 좋았던 과거 기억이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미래의 불안감을 야기한다. 중요한 것은, 집중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순간, 현재다. 그 현재를 단단하게 움켜쥔 장하나가 복귀 첫 우승을 거머쥐며 또 다른 의미의 출발선상에 섰다. 과거에 대한 기억은 현재가 과거가 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장하나는 우승을 확정한 3차 연장 이글퍼트 퍼트를 성공시킨 순간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이글 퍼트를 넣고 파노라마같이 모든 게 다 떠올랐다. 힘들었던 일, 아버지랑 싸운 일, 어머니한테 힘들다고 말하면서 울었던 일, 첫 우승했던 일까지 떠올랐다. 한장의 필름처럼 스쳐지나가더라."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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