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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30), 이름 석자에서 무엇이 떠오르는가.
알랭 드 보통은 자신의 저서 '불안'(Status Anxiety)에서 불안의 촉발을 사회적 지위(status)로 봤다. 원하는 지위를 얻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이 있고, 반대로 이미 얻은 지위를 잃을지도 모르는 불안감도 있다.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아니라,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의해 불안 상태가 야기되고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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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의 불안, 그 진짜 모습은 과연 어떤 것일까. 불안은 철저히 개별적이다. 선수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박인비는 "마찬가지"라고 했지만 그의 불안 역시 다를 것이다. 박인비의 위치에서 느끼는 불안이 이제 막 데뷔하는 신인 선수와 같을 수는 없다. 그 역시 지위의 압박을 받는다. 박인비이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이 다르고 기대하는 수준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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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목표 설정이다. 골든 그랜드슬래머에게 올시즌 목표는 무엇일까. "우승? 특히 메이저우승을 하고 싶어요.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는 US오픈입니다. 그리고 기회가 되는 대로 한국대회도 출전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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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각고의 노력을 통해 큰 목표를 성취했을 때, 대견한 자신에게 뭐든 해주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 순간이 잃어버릴 것에 대한 생각을 시작해야 할 시점인지 모른다. 목표 달성의 방향을, 가치를 확장해야 할 시점인지 모른다. 그래서 함박웃음의 30%쯤은 잠시 미뤄둬도 괜찮다. 자신의 성취를 타인에게로 확장하는 위대한 걸음이 또 다른 방향타가 될 수 있다. 타인을 위한 성취 속에 100% 미소가 비로소 아름답게 완성될 것이다.
서른을 넘은 박인비가 잠시간의 쉼표를 내려놓고 다시 출발한다. 이제부터의 발걸음은 또 다른 의미다. 서른, 진짜 신명나는 잔치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