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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삭발이라도 하고 싶다."
도전자 김승규(23·울산)는 차분했다. "그 상황(정성룡의 실수)이 이해가 된다. (정)성룡이형이 그 경기 말고는 크게 실수한 것이 없다. 경쟁보다 내 할 일을 열심히 하면, 감독님이 좋게 봐 줄 것이다."
지난 7월 홍 감독 취임 이후 정성룡이 골키퍼 장갑을 낀 것은 6차례다. 7실점했다. 경기당 평균 1.16골을 허용했다. 초반 두 경기 무실점을 제외하면 7월 28일 일본전부터 지난달 15일 말리전까지 4경기서 7실점(평균 1.75골)을 했다. 김승규는 K-리그에서 빛나는 활약으로 '포스트 정성룡'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10월 A매치 일정을 마친 뒤 울산에서 치른 리그 5경기서 단 1실점 만을 기록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리그 최소 실점을 기록 중인 울산 수비의 덕을 본 면도 있지만, 기량이 상승세인 점은 분명하다.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을 마친 뒤 김승규에게 2차례 기회를 줬다. 지난달 브라질, 말리와의 A매치 2연전에서는 정성룡이 연달아 골문을 지켰다. 한 번 결정되면 쉽사리 바뀌지 않는 골키퍼 포지션의 특성상 이번에도 정성룡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그러나 리그에서 드러난 경쟁구도의 미묘한 흐름은 변화를 생각하기에 충분하다. 홍 감독이 내년 6월 본선 전까지 포지션 별 경쟁 구도를 이어가겠다고 천명한 부분도 눈여겨 볼 만하다.
영원한 주전은 없다. 안방마님 자리도 예외는 아니다. 선배는 투혼, 후배는 패기를 노래한다. 홍 감독의 선택에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파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