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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투혼' 정성룡과 차분한 김승규, GK 무한경쟁 시동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11-13 07:51


축구대표팀이 12일 오후 경기도 파주 축구트레이닝센터에서 소집 후 첫 훈련을 했다. 이범영 김승규 정성룡(왼쪽부터) 골키퍼가 함께 훈련을 하고 있다.
이날 소집된 홍명보호는 오는 15일 서울 상암에서 스위스와 평가전을 치른 후 19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러시아와 원정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파주=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11.12/

"머리 삭발이라도 하고 싶다."

지난 10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의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36라운드를 마친 뒤 정성룡(28·수원)이 꺼낸 첫 마디다. 어이없는 실수로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한 자책감에 고개를 숙였다. A대표팀 부동의 수문장으로 발돋움한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 뒤 3년이 흘렀다. 도전에서 수성으로 바뀐 입지는 압박이었다. 심적 부담은 부진으로 연결됐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고심 끝에 홍명보호에 내민 출사표는 '삭발'이었다. 스위스, 러시아와의 11월 A매치 2연전을 위해 12일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의 문이 열리기 전 머리를 미련없이 정돈했다. 넘버원 골키퍼 자리를 지키기 위해 심기일전 하겠다는 의지를 품었다. "포항전과 같은 실수는 처음 경험했다. 지금은 운동장에서 온 힘을 다 한다는 생각 뿐이다."

도전자 김승규(23·울산)는 차분했다. "그 상황(정성룡의 실수)이 이해가 된다. (정)성룡이형이 그 경기 말고는 크게 실수한 것이 없다. 경쟁보다 내 할 일을 열심히 하면, 감독님이 좋게 봐 줄 것이다."

지난 7월 홍 감독 취임 이후 정성룡이 골키퍼 장갑을 낀 것은 6차례다. 7실점했다. 경기당 평균 1.16골을 허용했다. 초반 두 경기 무실점을 제외하면 7월 28일 일본전부터 지난달 15일 말리전까지 4경기서 7실점(평균 1.75골)을 했다. 김승규는 K-리그에서 빛나는 활약으로 '포스트 정성룡'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10월 A매치 일정을 마친 뒤 울산에서 치른 리그 5경기서 단 1실점 만을 기록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리그 최소 실점을 기록 중인 울산 수비의 덕을 본 면도 있지만, 기량이 상승세인 점은 분명하다.

정성룡은 큰 물에서 논 경험이 풍부하다. 2007년 아시안컵을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남아공월드컵을 거쳐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골문을 지켰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수비 조율과 제공권 장악 능력은 넘버원 칭호를 지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최근 잇달아 실수가 나오며 순간 반사신경이나 경기 집중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가 들린다. 김승규는 순간 반사신경과 안정된 볼 처리 능력이 일품으로 꼽히지만, 성인 무대에서는 K-리그를 제외하면 큰 경기 경험이 없다는 게 단점이다. 개인 기량만 놓고 보면 두 선수의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을 마친 뒤 김승규에게 2차례 기회를 줬다. 지난달 브라질, 말리와의 A매치 2연전에서는 정성룡이 연달아 골문을 지켰다. 한 번 결정되면 쉽사리 바뀌지 않는 골키퍼 포지션의 특성상 이번에도 정성룡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그러나 리그에서 드러난 경쟁구도의 미묘한 흐름은 변화를 생각하기에 충분하다. 홍 감독이 내년 6월 본선 전까지 포지션 별 경쟁 구도를 이어가겠다고 천명한 부분도 눈여겨 볼 만하다.

영원한 주전은 없다. 안방마님 자리도 예외는 아니다. 선배는 투혼, 후배는 패기를 노래한다. 홍 감독의 선택에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파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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