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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덱스컵 챔피언 스텐손은 누구인가?

신창범 기자

기사입력 2013-09-23 09:30


헨릭 스텐손(37·스웨덴)이 막판 역전극을 펼치며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넘어섰다.

스텐손은 23일(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 골프장(파70·7154야드)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를 묶어 2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67타를 적어낸 스텐손은 조던 스피스(미국), 스티브 스트리커(미국·이상 10언더파 270타)를 3타차로 여유있게 따돌렸다. 플레이오프 2차전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에 이어 투어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한 스텐손은 페덱스컵 랭킹에서 타이거 우즈(미국)를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스텐손은 대회 우승 상금 144만 달러(약 15억8천만원) 이외에도 플레이오프 최종 승자에게 주는 보너스 상금 1000만 달러를 받는 대박을 터뜨렸다.

박세리의 '맨발샷'처럼 스텐손은 '팬티샷'으로 유명한 선수다. 지난 2009년 3월 월드골프챔피언십 CA챔피언십 당시 스텐손은 공이 진흙밭으로 날아가자 진흙이 튈 것을 염려해 팬티만 남긴 채 옷을 홀딱 벗고 샷을 날렸다. 이 장면은 전 세계 언론들이 앞다투어 보도한 바 있다.

스텐손의 평소 기질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는 위기가 찾아왔을때 정면으로 돌파하는 스타일이다. 두 차례나 겪었던 슬럼프를 빠져나오는 과정도 어떻게 보면 이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스텐손은 2011년 여름 스웨덴의 한 지역 클럽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는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이 열리고 있었다. 한때 세계 랭킹 4위까지 올랐고 2009년에는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도 제패한 그였지만 2011년 PGA 챔피언십에는 출전 자격을 얻지 못했다.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자괴감에 넋을 놓고 있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어지간한 골프팬이라 해도 알기 어려운 지역 대회에 출전하며 재기의 칼을 갈았다. 그 대회에서도 우승은 하지 못하고 2위를 한 스텐손은 당시 한 스웨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래도 최근 2년 사이에 가장 좋은 성적"이라고 위안을 삼으며 "연습보다 좋은 것이 대회 출전"이라고 말했다.

2001년 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스텐손은 2003년부터 슬럼프에 빠져 세계 랭킹이 621위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2004년 유럽투어 헤리티지에서 개인 2승째를 거두며 재기에 성공한 그는 2007년까지 통산 6승을 따냈고 PGA 투어에서도 2009년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며 세계 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2010년부터 각종 악재가 겹치며 다시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후원사와 법정 소송을 벌이며 경기에 전념하기 어려웠고 허약해진 몸에는 바이러스성 폐렴, 수인성 기생충 감염 등의 병이 끊이지 않았다. 불과 19개월 전 스텐손의 세계 랭킹은 230위까지 다시 밀려났고 그가 다시 재기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했다. 하지만 스텐손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는 이달 초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나서 "인생이란 것이 잘 나갈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 것처럼 골프나 주식도 마찬가지"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슬럼프 탈출에는 묘약이 없다"며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보상을 받기 마련"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처음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빠른 탈출을 위해 노력했지만 이번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도록 애썼다"고 설명하며 "당장 이번 주를 본 것이 아니라 최소한 2개월 이상을 내다보면서 준비했다"고 밝혔다. 결국 그는 지난해 말 유럽투어 남아공 오픈에서 우승하며 두 번째 재기에 성공했고 올해 4월에는 PGA 투어 셸 휴스턴오픈에서 공동 2위를 차지하며 마스터스 출전권을 획득해 자신감을 되찾았다.

다시 감을 잡은 그의 앞길에는 거침이 없었다. 스코틀랜드오픈 공동 3위, 브리티시오픈 단독 2위, 브리지스톤 대회 공동 2위를 차지했고 2년 전에는 나가지도 못했던 PGA 챔피언십에서 단독 3위의 성적을 냈다. 이어 PGA 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4개 대회 가운데 2개 대회를 휩쓸며 2013시즌 PGA 투어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는 도이체방크 챔피언십 우승 이후 한 스웨덴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이 내 선수 경력의 최고 전성기"라고 말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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