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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도 레벨이 있다."
아마추어 골퍼 눈에는 프로 선수의 샷은 다 멋있어 보인다. 하지만 같은 프로라도 실력 차이가 있다.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는 말이 있듯 그들의 눈에는 보인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골프가 직업인 프로라면 모든 기술 샷을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그 차이는 미세하지만 결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배상문(27)은 오랜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했다. 배상문은 25일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골프장(파72·7281야드)에서 열린 유럽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로 출발했다. 대회 개막 이틀전 한국에 입국했다. 초청 선수인 배상문은 입국하는 날 목 뒷쪽 어깨에 근육통이 찾아와 진통제 주사를 맞고 대회에 출전했다. 정상적인 스윙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1라운드를 끝낸 뒤 배상문과 PGA 투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PGA 투어 프로들과의 실력 차이를 인정했다. 그는 "PGA 투어를 뛰기 위해선 모든 샷을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들(PGA 투어 프로)은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모두 보낸다"며 "도그레그(Dog Leg·왼쪽, 오른쪽으로 굽어 있는 홀) 홀이 많아 페이드, 드로우샷 등을 정확하게 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상문은 "정확한 기술 샷을 구사하지 못하면 남들은 피칭을 잡고 홀을 공략할때 나는 뒷쪽에서 6번 아이언을 잡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스코어를 줄일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스윙 코치를 영입한 배상문은 "PGA 투어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고급샷을 구사해야 하는데 스윙코치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상문보다 더 일찍 PGA 투어에 뛰어들어 지난 2009년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양용은(41) 역시 PGA 투어 선수들의 기량을 높게 평가했다. 양용은은 한마디로 정의했다. "그들은 모든 샷을 잘 한다."
발렌타인 챔피언십에 5번째 출전한 양용은은 첫날 2언더파 70타로 선전했다. 양용은은 "발렌타인 챔피언십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 남은 3일간 최선을 다해 우승하고 싶다. 그렇게 하면 그동안 못했던 것을 만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우승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궁금증이 생겼다. 프로라면 당연히 이 같은 기술샷을 다 구사하는 것 아닐까. 이에 대해 배상문은 "나 역시 페이드와 드로우샷을 모두 친다. 하지만 휘어지는 시작점, 각도, 탄도 등이 일정하지 않다. 그게 일정해야 톱 플레이어로 인정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양용은도 "PGA 투어에선 운으로 이뤄지는 건 없다. 실력이 기본에 깔려 있지 않으면 성적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발렌타인 챔피언십이 열리는 블랙스톤 골프장은 프로 선수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그린이 어렵다. 18홀 그린이 모두 종잇장 구겨 놓은 듯 굴곡이 심하다. 온그린에 성공해도 3퍼트, 4퍼트가 쉽게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력파는 코스를 가리지 않았다.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인 2010년 '디오픈 우승자' 루이 우스트이젠(31·남아공)은 첫날 11번홀까지 5언더파를 몰아쳤다. 폭우로 경기가 중단되는 바람에 오후 늦게 출발한 우스트이젠은 1번홀부터 4번홀까지 연속으로 버디를 몰아잡는 저력을 발휘했다.
한국에 처음온 우스트이젠은 블랙스톤 골프장을 처음 경험했지만 날카로운 아이언샷으로 핀을 공략하는 무서운 집중력을 선보였다.
이천=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