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호,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서 양용은 꺾고 16강행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2-09-21 18:27


"이 대결만은 피하고 싶었다!"

21일부터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트룬CC에서 시작된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상금6억원·우승상금 1억5000만원). 한국프로골프투어(KGT) 대회 중 유일한 매치플레이 방식인 이 대회는 올해 예년과 달리 32강의 대진 상대를 20일 추첨으로 결정하면서 흥미가 더해졌다. 긴장감은 32강전 하루 전인 9월 20일,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대진표 추첨식부터 시작됐다. 추첨이 진행될때마다 곳곳에서 탄식과 환호가 교차했다. 누구의 얼굴에는 미소가, 또 다른 누구의 얼굴에는 울상이 지어졌다. 선수들의 얼굴만봐도 대진표 추첨 결과를 알기에 충분했다.

결선에 최종진출한 32명의 선수에게 순위별로 시드를 배정, 상위 16명이 하위 16명을 추첨을 통해 고르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 추첨식을 통해 흥미로운 매치업이 대거 탄생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가장 먼저 추첨을 한 홍순상(31·SK텔레콤)은 '반갑다 친구야~'를 외쳤다. 가장 먼저 고른 추첨에서 동갑내기 친구의 이름인 데이비드 오(31·테일러메이드)가 나왔기 때문이다. 홍순상은 미소를 지으며 데이비드 오와 승자가 밥을 사기로 약속까지 했다. 21일 15번째조로 32강전을 시작한 둘은 대회 전부터 서로의 엉덩이를 툭툭 치며 친구의 건투를 빌었다. 동갑내기 친구의 화기애애한 라운드였다.

미소는 여기까지였다. 시드 32번을 받은 케빈 전(27)은 추첨식에 앞서 쾌재를 불렀다. 추첨식이 아니었다면 시드 1번을 받은 상금랭킹 2위 박상현(29·메리츠금융)과의 껄끄러운 대결을 펼쳐야 했기 때문. 그러나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홍순상 다음으로 추첨을 한 박상현이 뽑은 공에는 케빈 전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케빈 전의 얼굴은 순간 일그러졌다.

이후 긴장감 속에 진행되던 추첨식에서 11번째 추첨만에 또 다른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시드 10위로 11번째 추첨을 한 최진호(28·현대하이스코) 추첨 순간이었다. 상대는 시드 30위이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 우승자 양용은(40·KB금융). 순간 최진호는 "악"이라는 외마디 비명이 들렸다. 모두가 "양용은만 피하면 좋겠다"라고 속으로 생각하던 터에 최진호가 파트너로 결정되자 최진호를 뺀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얼굴에 화색을 띄었다. 운명이 결정된 후 최진호의 말이 걸작이었다. "왠지 양용은 프로의 이름을 뽑을 것 같은 안 좋은 예감이 들었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도 계속 양 프로님과 칠 것 같다고 얘기했었다."

그러나 최진호는 21일 열린 32강전에서 예상을 깨고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최진호는 양용은에 한 홀 앞선 승리를 따내며 16강행에 성공했다. 최진호는 "어제 추첨후 이기려고 발악하면 질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 오늘 마음 아주 편하게 쳤더니 게임이 재미있었다"며 "이제 부담이 더 없어졌다. 이제 할 것 다 한 느낌"이라며 밝게 웃었다. '친구 대결'에서는 홍순상이 웃었다. "같은 골프장에서 연습도 하고 시합도 같이 많이 해봤는데 친해서 더 껄끄러웠다. 농담도 하면서 재미있게 쳤는데 미안한 마음은 있다." 홍순상은 밥을 사기로 했다. 케빈 전은 걱정대로 박상현에게 완패해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밖에 신용진 모중경 강욱순 이진원 김대현 김창윤 이태희 류현우 맹동섭 김민휘 이준석 김위중 한민규 등이 16강에 진출했다.
평창=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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