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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가 지적한 국내 골프대회 6시간, 왜?

신창범 기자

기사입력 2012-09-07 19:08


7일 충남 태안 골든베이 골프장(파72·6564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화금융 클래식 2라운드에서 박세리가 5번홀 퍼팅라인을 살피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주말에 내장객이 많은 골프장에 가면 18홀을 도는데 5시간 이상 걸린다.

이 정도면 티 박스에선 무조건 기다린다. 세컨드샷을 하는데도 필드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앞 조에서 치는 골퍼가 실력이 좀 떨어지면 시간은 더 오래 걸린다. 리듬이 깨지고, 샷이 흔들리는 결정적인 이유가 된다.

그런데 주말골퍼도 아닌 프로 대회가 6시간씩 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충남 태안 골든베이골프장(파72·6564야드)에선 이번 주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화금융 클래식(총상금 12억원, 우승상금 3억원)이 한창이다. 상금 규모만큼 최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 한국 골프의 '맏언니' 박세리(35·KD금융그룹)도 초청 선수로 모처럼 국내 대회에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지난 6일 1라운드를 끝낸 박세리는 대회 진행과 관련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박세리는 "18홀 라운드가 6시간 넘게 경기를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세리는 경기 진행 방법의 문제점을 꼽았다. 실제로 6일 1라운드 뿐만 아니라 7일 2라운드 모두 마지막 조의 경우 오전 9시33분에 출발해 오후 3시30분에 라운드를 마쳤다. 6시간이 걸렸다. 이번 대회만 그런 게 아니다. KLPGA 투어 대회는 라운드 시간이 너무 길다는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코스가 밀리면 심지어 아마추어도 흔들리는데 프로는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경기 방식을 살펴보자. KLPGA 투어 대회엔 총 108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총 36개조가 1번홀과 10번홀에서 모두 오전에 출발한다. 첫 조가 오전 7시에 출발하면 마지막조는 9시33분에 티샷을 한다. 2시간30분만에 출전 선수 전원이 18홀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구조적으로 밀릴 수 밖에 없는 방식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다르다.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출발한다. 첫날 오전에 티오프한 선수들은 둘째 날엔 오후에 스타트한다. 특별히 지연 플레이를 하지 않는 한 코스가 밀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게다가 출전 선수도 많다. LPGA 투어의 경우 총 140명이 출전한다.

그렇다면 왜 KLPGA는 오전 티오프를 고집하는 걸까. 사무국에 따르면 기후 문제를 들었다. 산악 지역에 골프장이 많다보니 오전, 오후로 출발할 경우 안개 등 기후 변화로 인해 라운드를 끝낼 수 없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진짜 큰 이유는 TV중계 때문이다. LPGA 투어는 TV 중계 카메라가 전 홀에 배치된다. 모든 선수들을 카메라로 잡을 수 있다. 그러나 KLPGA를 중계하는 국내 방송사는 후반 9홀에만 중계 카메라를 배치한다. 이렇다보니 선두권에 있는 선수들을 카메라로 잡기 위해선 오전에 모두 출발하는 방식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중계 환경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사무국 입장에서 TV 중계를 무시할 수 없다.

지난달 26일 끝난 한국여자오픈은 대한골프협회(KGA)가 주관하는 대회였다. 이 대회는 LPGA 투어처럼 오전과 오후로 나눠 선수들이 출발했다. 선수들의 만족도가 좋았다. 4시간 안으로 라운드가 끝났기 때문이다. KLPGA 사무국도 경기 방식 변화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사무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제까지 3라운드 대회가 많아 필요성을 못 느꼈는데 4라운드 대회가 많아지면서 어려움이 생기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선수 분과위원회와 협의해서 좋은 방향으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플레이도 문제가 있다. 박세리는 "국내 선수들의 플레이가 다소 느리다"며 "미국 선수들은 뛰어다니는데 국내 선수들은 플레이가 늦은 편"이라고 말했다. 2라운드 선두로 나선 유소연(22·한화)은 "국내에 있을땐 몰랐는데 미국과 비교해 보면 선수들의 플레이가 조금 느린 건 사실"이라며 "특히 이번 대회 코스처럼 어렵게 세팅이 돼 있으면 선수들의 플레이는 더욱 느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공을 빨리 치는 것을 금기시한다. 성의없이 친다는 말을 듣기 때문이다. 좀 더 신중하게 치라는 주문을 부모나 코치로부터 듣는다. 이런 게 몸에 익숙해지다보니 플레이 자체가 느릴 수 밖에 없다. 선수들의 의식 변화도 필요하다.


태안=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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