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골프 키워드 세 가지다. '영 건', '롱 퍼트', '몰락한 우즈'.
우즈의 셰브론 월드챌린지 우승으로 새로운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내년 세계골프 정상 구도는 우즈와 매킬로이로 대변되는 영 건들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특히 우즈와 우즈를 우상으로 생각했던 매킬로이의 전면전.
유럽투어 두바이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에 머물고 있는 매킬로이는 7일(한국시각)이 "우즈의 부활을 기다려왔다. 우즈와의 경쟁은 엄청난 경험이 될 것이다. 내 자신의 플레이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특급 이벤트인 셰브론 월드챌린지에서 우승한 우즈를 직접 겨냥한 발언이다. 우즈는 2년여만의 우승으로 옛 기량을 회복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둘의 격돌한다면? 쉽사리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
세계랭킹 4위인 마르틴 카이머(독일)는 이날 "우즈는 다시 우승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우즈는 세계골프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선수다"라고 말했다.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도 "우즈는 골프계 최고 인물이다. 골프팬들도 우즈가 잘 치는 것을 바랄 것이다. 시작이 중요하다. 이번 우승(셰브론 월드챌린지)은 좋은 조짐"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우즈 플레이의 위대함에 대해선 따로 설명이 필요없다. 현역선수 최다승(72승)에 메이저 우승만 14차례를 했다. 2000년대 초반 펄펄 날 때는 아무도 상대가 없었다. 연간 16개 대회 안팎으로 출전했지만 5승 이상씩을 거뒀다. 우즈의 장점은 믿기힘든 집중력이다.
슬럼프를 겪은 우즈에게 필요한 것은 샷 기술이나 스윙 교정이 아닌 자신감이다. 바로 우승이다. 이번 우승은 그래서 더 값지다. 만 35세 이후에는 골퍼들의 기량이 다운되는 경향이 많으나 40대에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선수들은 많다. 최경주(41), 스티브 스트리커(44·미국), 비제이 싱(47·피지) 등은 여전히 강하다. 우즈는 아직 젊다.
매킬로이, 성장의 끝을 알 수 없다
매킬로이는 올해 가장 뛰어난 한 해를 보냈다. US오픈 우승을 통해 월드스타로 자리매김한 뒤 PGA 투어 2승, 유럽투어 3승을 거뒀다. 매년 성장폭이 커지고 있다. 마스터스에서 3라운드까지 단독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4라운드에서 어처구니없이 무너졌을 때만 해도 경험 부족이라는 질책을 받았지만 금방 회복했다. 이제는 매 대회 강자로 활약할만큼 안정세다. 매킬로이는 현존하는 골프시장 최고의 블루칩 대접을 받고 있다.
누가 이길까
미국과 유럽언론, 골프전문가, 해외 도박사들은 매킬로이쪽을 선호하고 있다. 꾸준함에 매년 기량이 발전하고 있다. 우즈는 분명 최전성기를 지났다. 예전 기량의 몇 %를 발휘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우즈 우세를 점치는 이들은 우즈의 무시무시함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중독성 강한 향수가 있다. 우즈가 잃어버린 '아우라'를 찾으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플레이 스타일은 비슷하다. 장타에 강한 집중력을 무기로 상대를 압박한다. 우즈는 최전성기였던 2000년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가 298야드(투어 2위)였는데 2005년 316야드(2위)로 최정점이었다. 요즘은 힘조절을 한다. 클럽도 드라이버 대신 3번 페어웨이우드로 티샷을 하기도 한다. 올해는 293.7야드(71위)로 줄었지만 여전히 장타자다. 매킬로이 또한 유럽투어에서 301야드(15위)를 날렸다.
기술 완성도는 우즈다. 매킬로이는 드로샷(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살짝 휘어지는 샷)을 주로 구사한다. 전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윙과 피니스를 자랑하지만 강력한 드로샷이 때로는 심한 훅샷으로 이어져 낭패를 본다. 보완점을 찾고 있지만 기복을 낳는 나쁜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비해 우즈는 다양한 샷을 잘 구사한다. 전체적인 기량, 특히 퍼팅에서 우즈가 낫다. 최대 변수는 부상이다. 부상만 없다면 지금 붙어도 우즈가 매킬로이보다 못할 것이 없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