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 내부 다툼으로 석달 넘게 수장이 없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로드맵을 정했다. 18일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새 회장으로 외부인사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내부 인사 추대냐, 외부인사 영입이냐를 놓고 격론이 벌어져 투표까지 했다. 박빙의 우세로 외부인사 영입이 채택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구옥희 전 회장이 총회를 통해 다시 회장 선거에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들렸는데 이는 이번 대의원총회를 통해 최종 무산됐다.
외부 회장을 새롭게 영입하자는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현재 둘로 갈라진 협회의 이해관계를 봉합하는 데는 내부인사 보다 외부인사가 낫다. 둘째, 투어의 덩치가 계속 커지고 있는데 지속적인 성장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인물이 수장에 앉아야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글로벌 마인드를 통한 협회의 진화, 즉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암묵적 동의가 배경에 깔려 있다.
무엇보다 골프에 대한 이해와 투어에 대한 사랑이다. KLPGA 회장이라는 명예보다는 선수들과 팬들을 위한 골프와 투어 발전에 힘을 쏟을 수 있는 진실하고 명망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두번째는 더 많은 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비지니스 마인드를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한국여자골프는 지난 수 년간 남자골프보다 더 큰 인기를 누려왔다. 대회 수와 상금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점차 성장 한계점이 보인다.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을 수 있는 최고위층의 안목이 절실하다.
최근 금융계에서 '성공 신화'를 일군 P회장과 인수합병의 귀재인 Y회장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중 P회장은 골프계 안팎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회장 한 사람이 바뀐다고 해서 여자골프에 천지개벽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고위층이 가고자하는 방향이 틀렸을때는 몇년 뒤 낭패를 본다.
골프에서 타깃 방향으로 어드레스를 취하는 에이밍(Aiming)은 처음에는 5㎝, 10㎝ 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볼이 목표점에 다다랐을 때는 5m, 10m 차이가 난다. 회장 영입은 투어가 가고자하는 방향을 설정하는 작업이다. 절차를 진행함에 있어 무엇보다 사심을 버려야 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