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메이드 스윙.' 전문적으로 골프를 배워 본 적이 없다. 집에서 스스로 익힌 스윙이었다. 15세가 될 때까지 미국주니어골프협회 대회에 한 차례도 출전하지 않았다. "중산층 출신의 나 같은 선수가 개인전용 클럽 출신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싶었다"는게 그 이유였다.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한 것은 독특한 패션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원색으로 맞춰 입고 나오는 패션은 순식간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뉴에라 스타일 모자(앞 창이 일자로 뻗은 모자)는 골프 모자 스타일의 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다. 십대 주니어 골퍼들이 그의 패션에 열광했고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타이거 우즈의 몰락 이후 스타플레이어에 목말라 있는 PGA 투어에는 단비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스타가 아닌 스타플레이어가 되기에는 한 가지가 아쉬웠다. 투어 데뷔 3시즌 동안 프로 우승 경력이 없다는 것. 지난 시즌부터 준우승만 세 차례 했다. 그러다보니 매 대회를 앞두고 "우승을 오래 기다리고 있다"고 출사표를 던질 정도다.
이랬던 그에게 한국이 생애 첫 승의 기억을 안겨준 기회의 땅이 됐다. PGA 투어는 아니지만 첫 우승으로 인기와 실력을 동시에 얻었다. 파울러는 9일 천안 우정힐스골프장에서 열린 코오롱 제54회 한국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2개로 3언더파를 기록하며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은 3억원. 트레이드 마크인 오랜지색 옷을 입고 나와 일궈낸 성과였다. 1라운드부터 선두를 유지하던 그는 나흘 내내 최고의 컨디션을 보였다. 대회 3라운드에서는 8타를 줄이며 코스레코드 타이를 기록하기도 했다. 위기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플레이였다. 내셔널 타이틀대회인 한국오픈에서 외국인 우승자가 나온 것은 2007년 비제이 싱(피지) 이후 4년만이다.
한편, 디펜딩 챔피언 양용은(39·KB금융)은 파울러와 동반 플레이를 펼치며 추격에 나섰지만 4타를 잃고 무너져 5언더파 279타로 4위에 머물렀다. 한국 선수 중에는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국가대표 출신 김민휘(19·신한금융)가 7언더파 277타로 단독 3위에 올라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세계랭킹 3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7언더파 64타를 몰아치며 최종합계 10언더파 274타로 단독 2위에 올랐다.
천안=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