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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11년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 우승컵은 '무명 영건' 키건 브래들리(25·미국) 품에 안겼다. 누구도 예상못한 '깜짝 우승'이다. 골프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적 스키에 심취했던 만능 스포츠맨은 "두렵다. 5분 뒤 잠에서 깰까 봐"라며 울먹였다.
브래들리의 아버지는 지역 골프장 헤드 프로다. 고모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31승이나 거둔 뒤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 팻 브래들리(60)다. 하지만 키건 브래들리는 어릴때부터 스키가 좋았다. 고교 때는 버몬트 주대표로 활약했다. 골프와 스키를 같이하다 골프로 돌아서게 된 계기에 대해 브래들리는 "어느날 스키 회전경기를 앞두고 있었는데 엄청나게 추웠다. 진눈깨비가 날리는데 '그냥 골프나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당시 가족들은 그의 전향을 반겼다.
마지막 라운드를 TV로 지켜본 고모 팻 브래들리는 "내가 선수시절 우승을 할때면 부모님(키건 브래들리의 조부모)은 종을 치며 마을 사람들에게 나의 우승 소식을 알렸다. 나도 오늘 힘차게 종을 쳤다"고 말했다. 브래들리 가의 유명한 '우승 종'은 골프 명예의 전당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키건 브래들리는 "2년반 전만 해도 돈이 없어 몇 백, 몇 천 달러를 벌기위해 시즌이 끝난 뒤 후터스 투어(미국 지역투어)를 돌았다. 은행 잔고가 1000달러(약 110만원) 밖에 남지 않았을 때 가족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내 꿈(투어 프로)을 지켜줬다. 눈물이 난다"고 했다. PGA챔피언십 우승상금은 144만달러(약 15억8000만원)다.
이로써 올해 메이저 대회는 전부 '메이저 처녀 우승'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마스터스는 찰 슈워젤(남아공), US오픈은 로리 매킬로이, 브리티시오픈은 대런 클라크(이상 북아일랜드)가 우승했다.
재미교포 나상욱은 합계 2언더파 공동 10위로 대회를 마쳤고, 최경주는 합계 4오버파 공동 39위에 랭크됐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