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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국 여자골프, 양적 팽창의 그늘에 가려지다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1-07-04 17:09


◇신지애. 스포츠조선 DB


한국 여자골프가 양적 팽창의 그늘에 가려졌다. 10여년 동안 승승장구하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어느정도 예상했던 터였다. 지난해 LPGA 상금왕인 최나연(24·SK텔레콤)은 올초 시즌 전망을 하면서 "만만치 않은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나연이 꼽았던 호적수로는 청야니(대만), 크리스티 커, 브리타니 린시컴(이상 미국) 등이 있다. 세계랭킹 1위 청야니는 시즌 3승으로 독주 채비를 마쳤고, 호주의 카리 웹이 2승, 독일의 산드라 갈이 1승, 린시컴이 1승을 따냈다. 미국 선수들이 예년과는 다른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유럽선수들도 투어에서의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40명 넘게 활약 중인 한국선수들은 올해 아직 무승이다. 신지애(23·미래에셋)는 카리스마를 회복하지 못하고, 나머지 선수들 역시 우승권에서 자꾸만 미끄럼을 타고 있다.

한국선수들이 못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선수들의 기량이 발전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선수들만의 장점을 외국 선수들이 보고 답습했다. 한국 선수들은 최근 몇년간 '세리 키즈'라 불리는 '2세대' 선수들이 주축으로 활동 중이다.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은 어려서부터 골프에 올인한 선수들이다. 이들의 기계적인 정확한 스윙과 훈련 매진은 외국 선수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처음에는 한국선수들의 획일적인 골프 교육이 비인간적이라며 손가락질 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외국 선수들은 한국 엘리트 골프의 장점을 빠르게 배웠다. 외국 선수들은 훈련시간을 늘리고, 체계적인 레슨, 마인트 컨트롤 교육,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물론 LPGA 우승이 한국 여자골프의 전부는 아니다. 일본 투어에서는 이지희 안선주 등 10여명의 한국 선수들이 선두권에서 꾸준히 우승 소식을 전해오고 있다. 또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도 정점이었던 1~2년 전보다는 못해도 여전히 많은 대회가 열린다.

하지만 상승세가 지속되지 못하면 퇴보할 수 밖에 없다.

한국선수들의 마인드 변화도 무시하지 못한다. 1세대인 박세리나 김미현, 한희원은 연습벌레로 통했다. 요즘 선수들의 훈련량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부모가 나서 선수들을 독려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요즘 '골프 대디'들은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딸 아이에게 무턱대고 연습강요는 못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요즘 20대 초반 한국 선수들의 최고 관심사 중 하나는 골프 보다는 스포츠카다. 전자가 옳고, 후자가 틀렸다는 얘기가 아니다. 세월이 변했다는 것이다.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도 집중력과 독기를 품을 수 있는 새로운 풍토가 요구되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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