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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시즌 K리그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3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흥행 돌풍 속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잔디다. 경기의 가장 기본인 잔디가 망가지며, 선수들은 제대로 플레이하지 못했고, 팬들은 최고의 퍼포먼스를 즐기지 못했다. 아시아축구연맹으로부터 홈경기 개최권 박탈이라는 수모까지 겪었다. 과연 K리그 잔디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걸까. 스포츠조선은 잔디 개선을 위한 현실적인 답안을 기획 연재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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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 품종을 개량해야 한다. 대다수의 경기장에는 한지형 잔디인 '켄터키블루그라스-미드나이트' 품종이 사용 중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도입됐는데, 여름철 고온다습한 기후에 취약하다. 일본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오버시딩(난지형+한지형 잔디) 도입이나 최근 대안으로 꼽히는 '켄터키블루그라스-HGT' 등에 대한 테스트가 필요하다.
토양을 개선해야 한다. 시공 단계에서 토양 불량, 관리 소홀 등으로 배수에 문제가 생기며 잔디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문제가 비일비재하다. 토양 갱신 작업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좋은 토양을 써야 한다.
어떤 잔디 전문가를 만나도, 답은 비슷하다. 큰 틀에서는 위에 언급한 해법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다시 말해 잔디 문제는 결국 돈이다. 관리 인력을 늘리는 것도, 품종을 개량하는 것도, 토양을 개선하는 것도, 장비를 구비하는 것도 모두 다 돈이다. 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잔디 문제는 단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기본적으로 경기장 잔디 관리는 시설관리공단이 맡는다. 경기장이 지자체 소유인만큼, 지자체 산하의 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한다. 물론 대전하나시티즌, 인천 유나이티드 등처럼 구단이 직접 경기장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시설관리공단이 지자체로부터 예산을 받아 경기장을 관리, 운영한다.
그 예산이 고스란히 잔디 관리로 이어지지 않는다. 당장 서울시설공단만 봐도 올해 82억원의 수익을 벌어, 잔디에 지출한 금액은 2억5000여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많은 시설 관리 공단이 잔디 관리 전문업체에게 외주를 주고, 잔디 관리 전문업체는 입찰 등으로 재하청을 주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실질적으로는 예산의 70% 정도로 관리되는 셈이다. 가뜩이나 최근 세수가 줄어들며 지자체 예산이 크게 깎여, 시설 관리 공단의 예산도 삭감된 상황이다. 비료 두번 뿌릴 거, 한번 밖에 줄 수 없는게 작금의 현실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언감생심이다. 지난 3년간 서울시설공단이 잔디 연구 용역비로 쓴 돈은 200만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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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각 구단은 지자체나 시설 관리 공단에 구장 사용료를 낸다. 입장 수익의 8~10%를 지불한다. 적으면 4억원, 많으면 10억원 이상을 낸다. 각 구단 입장에서는 "월세를 내는데, 내 돈 내고 대리석 장판까지 까는게 말이 되나"는 볼멘 소리를 할 법 하다.
대전, 인천 등 처럼 직접 운영하는 방안도 답이 될 수 있지만, 많은 지자체들이 난색을 표하는데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크게 세이브 되는 것도 아니다. 막상 구장 사용료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전기, 가스, 주차장 등 부대 비용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월드컵경기장에 지어진지 20년이 넘어, 앞으로 보수 비용이 더 크게 들 수 있다. 대전처럼 주변 시설 운영권을 갖지 않는 이상,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소통과 상생이다. 지자체, 시설 관리 공단과 머리를 맞대면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울산 HD가 좋은 예다. 울산은 지자체, 공단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2월에는 지자체, 시설 관리 공단과 함께 일본을 다녀올 예정이다. 일본 경기장 4곳 정도를 돌아보며, 잔디를 포함해 경기장 운영과 관리법 등을 관찰, 분석하고, 울산 상황에 적용하기로 했다. 선수단이 훈련하는 서부구장과 강동구장 등을 직접 관리하는 울산은 품종 테스트 등을 구단 차원에서 실시해 나름의 해법을 찾고, 지자체나 공단이 이를 적용할 예정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