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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여자축구] ②"엘리트 선수요? 내 자식은 절대 안 시켜"

기사입력 2024-10-28 07:39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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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여파와 매력 실종…"여러 종목 중 여자축구 택할 이유 없어"

12세 이하 꿈나무들, 10년 전보다 40% 급감…사회적 인식 바꿔내야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설하은 기자 = 우리나라 여자축구 각급 대표팀 전반의 경쟁력 약화는 저출생 여파에 따른 전문 선수의 지속적 감소와 연결돼 있다.

여자축구가 주요 인기 종목과 달리 저출생 추세에 직격탄을 맞은 데는 낮은 사회적 위상이 굳어진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구나 남자축구처럼 국민적 인기를 끄는 종목은 저출생 흐름에서도 유소년 선수 규모가 유지되거나 증가해왔다.

주요 국제대회에서 매번 다관왕이 탄생하는 양궁은 협회 차원에서 학교 수업에 지원을 쏟는다. 그 덕에 유망주가 발굴되고, 등록 선수 수도 조금씩 늘어난다.

하지만 최상위인 WK리그 한 경기 평균 관중이 300명이 안 되는 여자축구 등 비인기 종목은 꿈나무들 감소 폭이 크다.

지난 4월 기준 대한축구협회가 공개한 등록 현황을 보면 통계를 공개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여자 전문 선수가 1천300명대로 떨어졌다. 10년 전인 2014년(1천725명)에 비해서는 23%나 줄었다.

그중에서도 12세 이하(U-12) 선수층은 급속도로 줄었다. 처음으로 200명대(291명)로 내려앉았다. 463명을 기록한 10년 전 대비 40% 가까이 낮다.

조성식 한양대 스포츠산업과학부 교수는 저출생 사회가 된 우리나라의 가정 내 의사결정 구조를 보면, 여아가 여자축구 선수의 진로를 밟는 경우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당사자인 아이가 축구를 좋아하는지, 축구를 하고 싶은지 등은 중요하지 않다.

선수로 성공하려면 조기에 운동을 접한 뒤 각종 운동부 활동, 전지훈련 등에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이를 감당할 부모의 결정이 절대적이라는 뜻이다.

조 교수는 28일 연합뉴스에 "저출생으로 가구당 자녀 수가 줄어드는데, 아이가 스포츠로 진로를 잡을 때 여러 종목 중 굳이 여자축구를 선택하게 할 이유가 없다"며 "여자축구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이미지가 긍정적이지 않은데 (부모의 시각에서) 축구는 우선순위가 내려간다"고 말했다.

경기도 남양주에 사는 박소정(21) 씨는 초등학생 때 남자축구부 훈련을 지켜보며 흥미를 느껴 부모의 마뜩잖은 시선에도 남학생들 사이에 끼어 공 차는 법을 배웠다.

축구부 감독의 추천으로 여자축구부가 있는 중학교로 진학할 기회도 얻었지만, 부모의 반대에 선수의 꿈을 접었다.

박 씨는 "운동선수에게 성공이란 곧 몸값인데, 여자축구로 성공했다는 말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부모님의 벽에 막혔다"고 말했다.

대학 선수 출신으로 지도자·경기감독관 등으로 활동하는 김민(46) 씨는 "아이들이 관심이 없는 게 아니다. 애들은 여자축구 선수라는 진로를 잘 모른다"며 "부모들이 관심이 없고, 안 시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씨는 "선수를 해도 여자축구처럼 힘든 운동보다는 덜 고생하면서 기대수익은 높은 종목을 시키려고 하는 것"이라며 "선수 출신이라면 자식은 절대 축구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모의 허락을 얻어내도 열악한 현실에 스스로 선수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까지 대학 선수로 뛰었던 A(21) 씨도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보상은 적은 반면 당장 내야 하는 회비 등 비용이 부담스러워 축구를 그만뒀다.

A 씨는 "앞으로도 여자축구 쪽에서 일할 생각은 없다"며 "밥 벌어먹기 힘들고 아무도 관심이 없는 현실, '여자축구 선수를 왜 하냐'는 시선 탓에 꿈을 접은 선후배, 동료들도 있다"고 소개했다.

축구 종목의 남자 선수 대비 여자 선수 비율은 약 4%로, 골프(88%), 배구(70%), 테니스(68%), 농구(43%), 복싱(10%)에 비해 턱없이 낮다.

조 교수는 '여성들의 건강한 스포츠 활동'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이미지를 창출하는 게 여자축구 발전의 출발점이 될 거라고 본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여자축구는 머리를 짧게 잘라야 한다는 등 남자축구부 문화가 짙어 여성적인 것을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 분위기"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는 과격한 스포츠도 여성이 건강하게 즐긴다는 관점으로 여자축구에 접근한다"며 "유럽 등 서구에서는 다른 각도에서 보기 때문에 수요와 호기심, 사회적 인식이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석대로라면 여아들이 하기에 열악하고 거친 종목이라는 이미지를 부모의 입장에서 '시켜봄 직한' 스포츠로 바꿔내는 게 대한축구협회, 한국여자축구연맹의 당면 과제다.

이는 최상위 리그 진흥, 대회 유치 등 축구의 '하드웨어'에 집중했던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여자축구의 이미지와 여자축구에 내재한 사회적 의미 등' 소프트웨어'를 조명할 차별화한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남자축구에서는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종목을 넘어선 '국민적인 스타'로 대접받는다.

선수층이 급감하는 여자 U-12와 달리 남자 U-12 전문선수는 저출생 흐름을 비웃기라도 하듯 2018년 6천282명을 시작으로 2019년 6천641명, 2020년 6천743명, 2021년 7천719명, 2022년 8천484명, 2023년 9천369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soruha@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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