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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공한증이 어디 가나.'
지난 3월 21일 태국전(C조 3차전 1대1 무) 이후 2개월여 만에 국내에서 열린 A매치. 일찌감치 조 1위, 3차예선행을 확정지은 태극전사들이 '상암벌'을 가득 메운 홈 팬들에게 자축 피날레 선물을 안긴 경기였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이번 2차예선에서 5승1무(승점 16)로 무패 마감했고, 3차예선 톱시드 배정에도 유리한 고지를 지켰다. 아시아 3차 예선은 6개팀씩 3조로 펼쳐진다. 3개조의 조 1~2위, 총 6개 국가가 본선에 직행한다. 톱시드가 될 경우 난적으로 꼽히는 일본, 이란을 피할 수 있어 본선행이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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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이날 최정예 멤버를 내세웠다. 지난 싱가포르전(7대0 승)과 비교해 두 자리가 바뀌었다. 최전방에 주민규(울산) 대신 '황소' 황희찬(울버햄턴)을 냈다. 2선에는 손흥민을 필두로 이재성(마인츠)-이강인이 자리했다. 중원은 황인범(즈베즈다)-정우영(알 칼리즈)이 지켰고, 포백은 김진수(전북) 권경원(수원FC) 조유민(샤르자) 박승욱(김천)이 형성했다. 수문장은 그래 왔던대로 조현우(울산)였다.
때이른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줄 호쾌함을 기대했지만 경기 초반 다소 답답했다. 중국이 철통 수비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전원 수비로 내려선 바람에 하프게임, 한국의 공격 훈련을 연상케하는 장면이 내내 펼쳐졌다.
한국은 왼 측면 손흥민, 오른 측면 이강인이 활발하게 횡방향 돌파를 시도하는 등 상대의 빈틈을 노렸지만 슈팅 찬스까지 잡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중국의 '재미없는 축구'로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을까. 전반 19분이 돼서야 한국은 본격 기회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포문을 열어 준 이는 역시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이 측면에서 중앙 아크 지점으로 매섭게 돌파한 뒤 특유의 오른발 터닝슛을 날렸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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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비긴 것에 만족할 수 없는 중국전이다. 선수 교체 없이 후반을 맞은 한국은 공격의 고삐를 더욱 단단히 죄었다. 계속된 공세에도 완성을 하지 못하자 김 감독은 15분 이재성 대신 주민규를, 박승욱 대신 황재원을 투입하며 변화를 시도했다.
선수 교체 불과 1분 뒤 기다렸던 작품이 나왔다. '손(흥민)-이(강인)' 듀오가 이번에도 또 불을 뿜었다. 필드 중앙의 이강인이 골에어리어 왼쪽으로 돌아들어가는 손흥민을 향해 자로 잰듯 패스를 찔렀다. 공을 받은 손흥민은 깊숙이 침투한 뒤 문전 크로스, 상대 수비수 발에 맞고 공이 뒤로 흘렀다. 이때 쏜살같이 쇄도한 이강인이 침착한 왼발 슈팅으로 골문 오른쪽 구석을 호쾌하게 뚫었다. 상암벌은 터져나갈 듯 환호에 휩싸였고, 만원 관중은 파도타기 응원으로 화끈하게 화답했다.
선제골에 여유를 찾은 김 감독은 33분 임무를 완수한 이강인을 쉬게 하는 대신 홍현석을 투입했다. 이후 한국은 경기 종료까지 맹렬하게 몰아붙이며 홈 관중을 즐겁게 했고, 중국의 반격 기세를 무력화시키는데 성공했다.
브랑코 이반코비치 중국 감독은 경기 전날 인터뷰에서 "한국을 놀라게 해주겠다"고 장담했지만, 무서운 '공한증'에 또 놀란 중국 팬들의 표정만 남았을 뿐이었다.
상암=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