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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위권 밖' 태국이 머리 박고 상대해야 할 팀일까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4-03-26 07:43


'100위권 밖' 태국이 머리 박고 상대해야 할 팀일까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대한민국과 태국의 경기, 코너킥을 준비하는 손흥민의 모습. 상암=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3.21/

'100위권 밖' 태국이 머리 박고 상대해야 할 팀일까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월드컵 예선 태국전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는 붉은악마의 걸개. 사진=한동훈 기자

태국과의 2연전에 나선 황선홍호의 '비공식 슬로건'은 '머리 박고 뛰겠다'가 돼버렸다. 주전 센터백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지난 9일 마인츠전을 마치고 우승에 실패한 카타르 아시안컵을 돌아보며 "대가리(머리) 박고 뛰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힌 후 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 베테랑 공격수 주민규(울산)도 대표팀 소집 전과 소집 중에 비슷한 말을 했다. '머리 박고 뛴다'는 표현은 부상을 무릅쓴다는 과격하면서도 간절함이 잘 담긴 발언이다.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는 다짐으로도 읽힌다. 대표팀 공식 서포터스 붉은악마는 지난 21일 태국과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3차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홈 관중석에 '그냥 대가리 박고 뛰어' '응원은 우리가 할테니'라는 대형 통천을 내걸며 화답했다. 선수들의 정신력을 강조하는 한편, 변함없는 응원을 약속한 것이다. 이로써 자연스레 '대·박·뛰'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슬로건이 되었다.

정신력은 스포츠 경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실력이 비슷한 팀끼리 격돌할 때, 이 정신력의 차이가 승부를 가른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정신력이 강한 팀이 그러지 못한 팀보다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고, 멘털이 센 선수가 멘털이 약한 선수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은 건 당연하다. 한국 축구는 '3無(무전술·무대책·무비전)'로 평가받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만나 1년을 잃어버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승 후보 대접을 받으며 참가한 아시안컵에서 무기력하게 준결승에서 탈락하고, 선수들끼리 실랑이를 벌이는 '핑퐁게이트', 대한축구협회 직원이 연루된 '카드게이트' 등으로 후폭풍에 시달렸다. FIFA 랭킹 101위인 태국과 홈경기에서 1-1로 비긴 것만 봐도 한국은 아직 부진에서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두 수 아래쯤 되는 태국을 상대하는데, 정신력이 대표팀의 제1의 가치가 되어선 곤란하다. 아르헨티나, 프랑스와 같은 강호들이 FIFA 랭킹 80계단씩 차이 나는 팀을 상대할 때 '머리 박고 뛰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클럽에서 뛰는 최고의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력으로 원하는 목표를 따내는데 초점을 맞춘다. 이겼더라도 경기력이 좋지 않을 땐 거센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것이 강호의 숙명이다. 한국이 태국과 지난 홈 맞대결에서 비긴 건 운이 없어서도, 정신력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경기력의 문제다. 중원에서 볼 처리는 매끄럽지 않았고, 측면에선 부정확한 크로스와 패스 미스, 백패스가 반복됐다. 교체돼 들어온 최전방 공격수는 역습 흐름을 스스로 끊었고, 수비는 자리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다 동점골을 실점했다. '상대를 압도한다'는 인상을 심어줬어야 한다. 우리는 태국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심어준 꼴이 됐다.

26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리턴매치에선 달라져야 한다. 무더위와 같은 환경 변수를 이겨낼 정신력에 태국팬 응원을 잠재울 FIFA 랭킹 22위, 월드컵 16강팀다운 경기력이 요구된다. 화려함을 말하는 게 아니다. 실수를 최소화하는 확실한 플레이로 태국을 옥죄고, 태국 선수들로 하여금 조급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국이 머리를 박는 상황은 최소화해야 한다. 한가지 긍정적인 건 지난 태국전을 통해 선수들 머릿속에 상대의 플레이 스타일과 실력이 입력됐다는 것이다. 코치진도 꼼꼼히 전력 분석을 했으리라 본다. 아시안컵 말레이시아, 요르단전부터 지난 태국전까지, 약체도 쉽게 꺾지 못하는 팀의 오명을 씻을 기회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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