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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이게 바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다. 김포FC가 승격의 마지막 문턱에서 주저 앉았다. 김포는 9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1대2로 패했다. 1, 2차전 합계 1대2로 밀린 김포는 결국 승격에 실패했다. 하지만 예산이나 규모, 역사 등 모든 면에서 몇수 위인 1부 팀을 만나 한치도 물러섬이 없는 축구를 펼치며, 김포의 힘을 온 세상에 알렸다.
뚜껑을 열고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김포는 초반 12경기 무패를 달리며 선두까지 올랐다. 하위권팀들이 매 시즌 초반 반짝하고 그치는 돌풍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김포는 중반 6경기 무승 속에서도 색깔을 놓치지 않았다. 상대하는 팀마다 "김포가 가장 까다롭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이후 다시 반등한 김포는 부상자가 속출한 여름에도 승점을 잃지 않았다. 김포는 마지막까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K리그2의 내로라하는 강팀들을 제치고 3위를 조기 확정했다.
고 감독은 고공행진에도 입버릇처럼 "PO는 생각지도 않고 있다"고 했다. '지금 우리팀 레벨로는 부족하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자,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묵묵히 김포를 더 발전시키겠다'는 의지의 표시였다. 하지만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자, 고 감독도 생각이 바뀌었다. '이쯤되면 해볼만 하다'는 계산이 섰다. 3~5위를 오가던 김포는 PO를 확정짓기 위해 막판 피치를 올렸다. 고 감독의 승부수는 멋지게 통했다. 7경기 무패 끝 3위를 확정지었다. 기적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의 성과였다.
김포는 1부 경험이 있는 경남FC를 2대1로 꺾고 승강PO까지 올라섰다. 강원과의 1차전에서는 0대0 무승부를 거뒀다. 윤정환 강원 감독이 "생갭다 더 어려운 경기였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자신감을 더한 김포는 강원 원정에서 또 한번의 기적에 도전했다. 선제골을 내주고도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결국 마지막 승부처를 넘지 못했다. 고정운 감독을 중심으로 한 외인부대의 아름다운 도전은 막을 내렸다.
고 감독은 "졌잘싸는 없는 것 같다. 경기에 지는 것은 늘 안타깝다"고 했다. 하지만 실패는 아니었다. 김포는 올 시즌 도전을 통해, 승강PO 진출 이상의 것을 얻었다. 고 감독은 "이런 큰 경기를 통해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쌓았다. 감독에게 많이 혼났음에도 여기까지 온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게 끝이 아니다. 내년에 이런 무대가 또 있을 것이기에 참고하겠다. 내년엔 이런 아픔을 겪지 않겠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