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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졌잘싸' 마지막 문턱에서 멈춘 김포의 아름다운 도전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3-12-10 13:05 | 최종수정 2023-12-11 15:04


'이게 바로 졌잘싸' 마지막 문턱에서 멈춘 김포의 아름다운 도전

'이게 바로 졌잘싸' 마지막 문턱에서 멈춘 김포의 아름다운 도전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이게 바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다. 김포FC가 승격의 마지막 문턱에서 주저 앉았다. 김포는 9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1대2로 패했다. 1, 2차전 합계 1대2로 밀린 김포는 결국 승격에 실패했다. 하지만 예산이나 규모, 역사 등 모든 면에서 몇수 위인 1부 팀을 만나 한치도 물러섬이 없는 축구를 펼치며, 김포의 힘을 온 세상에 알렸다.

돌아보면 믿기지 않는 행보였다. 지난 시즌 K리그2(2부)에 처음으로 발을 들인 김포는 8위에 올랐다. 리그 최저 수준의 예산, K3리그 선수 주축의 스쿼드를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였다. 고정운 김포 감독은 기존의 '많이 뛰는' 축구에 디테일을 더했다. 강한 압박에 밸런스를 입혔다. 김민호와 조성권을 더하며 약점인 수비진을 업그레이드했고, 외국인 선수 영입에 공들여 마무리 부분을 개선했다.

고 감독은 "재밌는 축구, 수준 높은 축구"라는 출사표를 던졌다. 내심 2022시즌보다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했지만, PO 진출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 외부 평가도 비슷했다. 동계 기간 중 연습경기 등을 통해 김포가 지난 시즌보다 나아졌다는 평가가 쏟아졌지만, 전망은 중하위권이 주를 이뤘다.

뚜껑을 열고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김포는 초반 12경기 무패를 달리며 선두까지 올랐다. 하위권팀들이 매 시즌 초반 반짝하고 그치는 돌풍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김포는 중반 6경기 무승 속에서도 색깔을 놓치지 않았다. 상대하는 팀마다 "김포가 가장 까다롭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이후 다시 반등한 김포는 부상자가 속출한 여름에도 승점을 잃지 않았다. 김포는 마지막까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K리그2의 내로라하는 강팀들을 제치고 3위를 조기 확정했다.

고 감독은 고공행진에도 입버릇처럼 "PO는 생각지도 않고 있다"고 했다. '지금 우리팀 레벨로는 부족하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자,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묵묵히 김포를 더 발전시키겠다'는 의지의 표시였다. 하지만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자, 고 감독도 생각이 바뀌었다. '이쯤되면 해볼만 하다'는 계산이 섰다. 3~5위를 오가던 김포는 PO를 확정짓기 위해 막판 피치를 올렸다. 고 감독의 승부수는 멋지게 통했다. 7경기 무패 끝 3위를 확정지었다. 기적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의 성과였다.

김포는 멈추지 않았다. 이미 충분한 결과를 만들었지만, 남은 PO를 허투로 보낼 생각이 없었다. PO는 '보너스'가 아닌 '도전'의 무대였다. 고 감독은 "내년에 200억 쓴다고 해도 이런 기회를 100% 잡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기회가 왔을 때 뛰어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명문 구단으로 갈 수 있다. PO, 그리고 이어질 K리그1팀과의 승강 PO까지 우리에게는 3경기가 남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활을 걸고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포는 1부 경험이 있는 경남FC를 2대1로 꺾고 승강PO까지 올라섰다. 강원과의 1차전에서는 0대0 무승부를 거뒀다. 윤정환 강원 감독이 "생갭다 더 어려운 경기였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자신감을 더한 김포는 강원 원정에서 또 한번의 기적에 도전했다. 선제골을 내주고도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결국 마지막 승부처를 넘지 못했다. 고정운 감독을 중심으로 한 외인부대의 아름다운 도전은 막을 내렸다.

고 감독은 "졌잘싸는 없는 것 같다. 경기에 지는 것은 늘 안타깝다"고 했다. 하지만 실패는 아니었다. 김포는 올 시즌 도전을 통해, 승강PO 진출 이상의 것을 얻었다. 고 감독은 "이런 큰 경기를 통해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쌓았다. 감독에게 많이 혼났음에도 여기까지 온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게 끝이 아니다. 내년에 이런 무대가 또 있을 것이기에 참고하겠다. 내년엔 이런 아픔을 겪지 않겠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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