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 나폴리를 떠난 김민재가 다시 한번 나폴리에서의 활약으로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이탈리아축구선수협회(AIC)는 5일(이하 한국시각) 2022~2023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성적을 대상으로 한 시상식을 진행했다. 해당 시상식은 해당 시즌이 종료된 이후 10월에서 12월 사이에 열리는데, 최고의 선수와 감독, 심판 등을 발표해 축하하는 자리다.
김민재는 이날 시상식에서 2022~2023시즌 세리에A 올해의 팀에 선정됐다. 올해의 팀은 해당 시즌 베스트11으로 총 11명의 선수가 각 포지션에 맞춰 뽑힌다. 김민재는 당초 전 동료 지오반니 디로렌초와 테오 에르난데스, 피카요 토모리(이상 AC 밀란), 프란체스코 아체르비, 알레산드로 바스토니, 페데리코 디마르코, 덴절 존이상 인터밀란)와 함께 후보 8인에 이름을 올렸다.
김민재는 최고의 활약을 인정받으며 수비진 4자리 중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김민재 외에 디로렌초, 테오 에르난데스, 바스토니가 수비 네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골키퍼는 AC밀란 주전 골키퍼 마이크 메냥이 차지했으며, 중원에는 스타니슬라브 로보트카와 하칸 찰하놀루, 니콜로 바렐라가 자리했다. 최전방에는 빅터 오시멘과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하파엘 레앙이 포함됐다. 이외에도 감독상은 루치아노 스팔레티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이 거머쥐었으며, 올해의 세리에A 팀도 나폴리가 선정됐다.
최고의 영예로 꼽히는 올해의 선수에는 오시멘이 선정됐다. 오시멘은 지난 시즌 나폴리 공격의 선봉장으로 김민재, 크바르츠헬리아와 함께 팀 우승의 일등 공신이다.
사진=그란 갈라 데 칼치오 AIC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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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김민재는 리그 35경기에 출전해 2골을 기록했으며, 리그 30경기 풀타임, 소유권 회복(리커버리) 211회, 가로채기 41회, 클리어링 122회, 볼 경합 성공 157회 등 수비 지표에서도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김민재의 활약에 힘입어 나폴리는 올 시즌 디에고 마라도나 시대 이후 33년 만의 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김민재가 나폴리를 입단했을 당시를 생각하면 이번 베스트11 선정도 상상하기는 어려운 성과다. 연세대를 다니다가 지난 2017년 전북 현대에 입단했던 김민재는 전북의 K리그1 우승은 연속으로 이끈 뒤 2019년 스위스 출신으로 손흥민을 독일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지도했던 로저 슈미트 감독의 부름을 받아 중국 슈퍼리그 베이징 궈안에 입단했다. 거기서 2년 반을 보낸 김민재는 2021년 여름 페네르바체를 통해 유럽 무대에 데뷔했고, 1년 뒤 나폴리로 옮기며 빅리그까지 단숨에 내달렸다.
나폴리 구단의 명성과 입단 당시 수비로 정평이 났던 리그였던 만큼 김민재가 얼마나 잘할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김민재의 전임자가 세리에A 최우수 수비수를 수상했던 세네갈 국가대표 칼리두 쿨리발리(현 알힐랄)였다는 점도 김민재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민재는 실력으로 이런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키며 세리에A는 물론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도 주목받는 활약을 펼쳤고, 결국 지난여름 이적시장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구애를 받으며 독일 무대로 이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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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상과 더불어 김민재가 독일 무대로 떠났음에도 나폴리가 김민재에게 갖는 그리움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나폴리 언론 시아모 나폴리는 5일 '최고의 수비에서 14경기 17실점까지. 김민재의 빈자리는 얼마나 클까'라며 나폴리의 상황을 전했다.
시아모 나폴리는 '지난 시즌 38경기에서 28골을 실점하며 경기당 평균 0.73실점이라는 최고의 수비로 우승을 차지한 나폴리는 올 시즌 단 14경기 만에 이미 17실점, 경기당 평균 1.21실점을 기록했다. 스팔레티 감독 수비의 기둥인 김민재의 이적은 수비진 성능에 큰 영향을 미쳤고, 적어도 나탕은 지금까지 김민재를 대체할 가치가 있는 대체자는 아니다. 왼쪽 풀백의 부상과 알렉스 메렛의 부진도 고려해야 할 측명이지만, 나폴리는 수비 문제를 해결하기 왈테르 마짜리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며 김민재 이탈 이후 무너진 나폴리 수비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나폴리는 압도적인 기세를 자랑했던 지난 시즌과 비교해 달라진 자리는 김민재가 떠난 센터백 한 자리뿐이지만, 경기력은 완전히 하락하며 리그 6위에 머물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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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나폴리를 떠난 김민재도 선수 경력의 도약과는 별개로 지나치게 많은 경기를 소화하며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 시즌 김민재, 마테이스 더 리흐트, 다욧 우파메카노, 총 세 명의 월드클랩스 센터백을 보유하게 된 바이에른은 시즌 초반에는 센터백에 대한 걱정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더 리흐트와 우파메카노가 돌아가면서 부상을 당하며, 문제가 생겼다.
김민재는 동료들의 부상으로 경기를 계속해서 출전했고, 소속팀 바이에른에서 15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하며 혹사 논란이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하이덴하임전에서는 후반에 체력 저하를 보이며 연달아 실수를 범해 팀 실점에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으며, 직전 쾰른전에서는 상대 공격수 다비 젤케와 그라운드에서 강하게 부딪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잔디 위에 쓰러져 부상 우려까지 있었다.
팀 동료들에 부상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계속된 풀타임 소화에 김민재도 리그 경기 도중 지친 기색을 보이는 등 어려운 시간이 이어졌다. 엉덩이 타박상을 이유로 결장한 김민재는 코펜하겐전이 유일한 결장이 아닐 수도 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이 김민재의 상태가 완벽하게 괜찮지는 않다는 점을 직접 밝혔히기도 했다.
투헬 감독은 코펜하겐전 사후 기자회견에서 결장 선수들의 이유를 밝히며 "누사이르 마즈라위는 장염에 걸렸다. 그래서 훈련에 참여하지 못했다. 경기 전까지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안 좋아서 돌아가야 했다. 김민재와 에릭-막심 추포 모팅도 결장했다. 두 선수 모두 토요일에는 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내일이나 모레까지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코펜하겐전의 결장한 김민재가 당장 다가오는 12월 2일 열리는 우니온 베를린과의 경기에도 출전이 확실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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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김민재는 직전 우니온 베를린전이 취소되기 전 팀 훈련에 합류해 팬들이 걱정을 덜 수 있었다.바이에른은 지난 30일 공식 SNS를 통해 목요일 훈련 사진을 공개했는데, 부상으로 훈련에도 빠졌던 자말 무시알라와 김민재의 모습이 가장 첫 장면을 장식했다. 바이에른은 무시알라와 김민재를 직접 태그까지 하며 두 선수가 훈련에 정상 복귀한 소식을 전했다. 김민재는 눈이 오는 훈련장에서도 문제없이 훈련을 소화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코펜하겐전 휴식과 우니온 베를린과의 리그 경기가 연기되며 2주가량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바이에른 소식을 전하는 'FCB인사이드'도 '김민재는 목요일에 다시 팀 훈련에 참가했다'며 '김민재는 우니온 베를린과의 경기에서 다시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김민재의 리그 출전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김민재가 출전할 수 있다면 투헬 감독이 바라던 선발 명단을 구성하는 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독일 매체들도 김민재가 나폴리에 이어 바이에른에서 활약하는 것에 대해 '뮌헨의 숨겨진 영웅'이라고 칭하며 '김민재는 쾰른전 당시 퇴근을 기다려야 했다. 당시 공중에서 떨어져 엉덩이를 다쳤고,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진 채 바닥에 뒹굴었다. 그러나 대체가 불가능했다. 그를 대신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김민재는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버티며 바이에른이 올해 마지막 스퍼트를 달리는 데 제 역할을 했다'라며 김민재의 대체 자원이 없어서 무리한 경기 소화를 했음에도 제 몫을 다했다고 평가해 나폴리 만큼이나 바이에른에서도 김민재의 주가와 팬들의 애정은 계속 오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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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발롱도르 SNS 캡처
한편 김민재는 올해 수상의 영광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미 시즌 종료 직전에는 세리에A 최우수 수비수 상까지 수상했다. 최우수 수비수 상은 지금까지 김민재 이전에 총 4명이 수상했다. 첫 시즌 칼리두 쿨리발리(당시 나폴리)를 시작으로 스테판 더프라이(인터 밀란), 크리스티안 로메로(당시 아탈란타), 글레이송 브레메르(당시 토리노)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민재 이전 4시즌 모두 우승팀이 아닌 다른 팀에서 수상자가 나왔었는데, 이번 김민재의 수상으로 역대 수상자 중 최초로 우승팀 선수가 최우수 수비수 상을 받은 기록을 세우게 됐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발롱도르 최종 후보 30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2023 발롱도르 투표에서 22위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김민재는 올해 아시아 선수들 중 유일하게 발롱도르 최종 후보에 포함됐고, 함께 후보에 오른 수비수들 중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했다. 김민재 순위에 대해 프랑스 '레키프'는 "김민재는 발롱도르 순위에 오른 4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라며 "현재 바이에른 뮌헨 수비수인 김민재는 지난 시즌 나폴리에서 이탈리아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라며 순위 배경을 설명했다.
김민재에 앞서 2002년 당시 벨기에 안더레흐트에서 뛰던 설기현과 2005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리고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2019년과 2022년 2차례 발롱도르 순위에 오르면서 한국 축구 명성을 높였다. 이 중 손흥민은 2022 발롱도르 투표에서 11위에 올라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 순위를 경신한 바 있다. 김민재는 최고 순위를 경신하지는 못했지만, 포함된 수비수들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자랑하며 세계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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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C 올해의 국제 선수상도 수상했다. 지난 11월 1일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국립컨벤션센터의 알 마야사 극장에서 시상식을 통해 연맹에 속한 나라와 선수들 중 지난 한 해 동안 놀라운 성과를 거둔 이들을 축하하기 위해 13개 수상 부문에서 총 17명을 선정했다. 연맹 회원국인 대한민국 선수들도 후보에 올랐는데 이중 김민재가 아시아 밖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올해의 국제 선수상을 받았다.
AFC는 수상 이유로 '김민재는 SSC나폴리의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을 이끌면서 두각을 나타내며 이례적인 시즌을 마무리했다. 김민재는 나폴리 구단 최초로 유럽축구연맹(UEFA) 8강 진출에 기여하며 강력한 활약을 펼쳤고, 팀이 16경기 무실점을 유지하는데 공헌했다. 그는 33경기에서 2골 2도움을 기록했고, 나폴리가 33년 만에 세리에A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시즌 저명한 수비수 김민재는 독일 분데스리가 거인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고, 2023 남자 발롱도르 후보에 오른 유일한 아시아 선수였다'라며 나폴리에서의 활약상과 그의 선수 경력을 칭찬했다.
수상의 영광과 그리움을 한 몸에 받는 김민재는 바이에른 이적에도 한동안은 나폴리 팬들에게 최고의 수비수로 기억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