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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남기일 전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의 다음 행보는 '유럽행'이었다.
남 감독에게 모처럼 생긴 휴식기다. 2013년 광주FC에서 감독대행으로 출발한 그는 성남FC와 제주를 이끌며 K리그 통산 365경기에 나섰다. K리그 역사에 남을 세 차례의 승격을 이끌며 얻은 '승격 청부사'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아직도 40대인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커리어다. 2017년 후반기 광주에서 물러난 후 잠시 쉰 것을 제외하면 백수로 보낸 기간이 아예 없다. 파리목숨이라 불리는 K리그에서, 전북 현대에서만 13년을 연속으로 보낸 최강희 감독 정도를 제외하면 남 감독이 거의 유일하다.
쉼 없이 달려온만큼,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갈증도 컸다. 남 감독은 공부하는 지도자로 잘 알려졌다. 현역으로 뛰며 박사학위를 딴, 첫 박사 선수가 된 남 감독은 지도자가 된 후에도, 미국을 비롯한, 다양한 나라를 오가며 공부를 이어갔다. 감독 생활을 이어가면서도, 매년 가족 여행을 핑계로 유럽에 다녀왔다. 경기를 직관하고, 더 알고 싶은 팀의 경우 훈련 장면까지 직접 지켜보며 자신만의 자산으로 만들었다.
남 감독은 모처럼 시간이 생기자, 곧바로 유럽행을 결심했다. 4년이나 보낸만큼 제주 생활을 정리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했지만, 일단 유럽으로 떠나기로 했다. 한달여간의 일정을 짰다. 남 감독은 "축구의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아서 유럽 현장에서 직접 흐름도 보고, 아이디어도 충전하고 싶은 생각이 컸다"고 했다.
남 감독의 행선지는 포르투갈, 독일이다. 중간중간 다른 나라로 건너가 대표팀 경기도 관전할 예정이다. 벨기에, 네덜란드의 경기를 이미 예약했다. 여력이 되면 다른 팀 경기도 지켜볼 생각이다. 마지막으로는 프랑스로 넘어가 파리생제르맹에서 뛰는 이강인의 경기 장면도 직접 지켜볼 계획을 세웠다.
그 중 가장 공을 들인 일정이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레버쿠젠이다. 레버쿠젠은 최근 가장 주목을 받는 '핫 팀'이다. 지난 시즌 사비 알론소 감독이 부임한 후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시즌에도 초반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남 감독은 레버쿠젠 경기도 보고, 훈련도 참관할 계획이다. 남 감독은 "TV를 통해 레버쿠젠 경기를 보는데 다양하게 공격을 풀더라. 창의적인 플레이가 눈에 띄었다. 경기를 직접 보면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알론소 감독이 어떻게 훈련을 진행하는지 보면서 젊은 감독들의 지도법 등도 직접 머릿속에 넣어올 계획"이라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