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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감독도 선수처럼 '사이클'이란게 있다. 이게 참 묘하다. 분명 같은 철학, 같은 방법으로 접근하는데, 잘되던게 갑자기 안통한다. 그러면 이제 내리막의 연속이다. 감독도 스타일이라는게 있으니, 변하기는 어렵고, 설령 변화를 주더라도, 한계가 있다.
선수 생활 숱한 위기를 넘겨왔던 것처럼, 황 감독은 결국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해 스스로 커리어의 물줄기를 바꿨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지난해 U-23 아시안컵에서 일본에 0대3 대패를 당했고, 올해 중국과의 평가전을 통해 또 한번의 비난의 중심에 섰다. 아시안게임 직전 카타르와의 파리올림픽 예선전에서는 0대2로 완패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황선홍 체제로 항저우아시안게임을 치르는게 맞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황 감독은 변명 하지 않았다. 실패를 자양분 삼았다. 꼼꼼하게 기록하며 무엇이 부족했는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 또 고민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결과였다. 그는 아시안게임 출사표로 '파부침주('밥 지을 솥을 깨고 돌아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말로, 배수진을 치고 결사적으로 싸운다는 의미)'를 꺼냈다.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바닥을 치면 올라가게 돼 있다. 사이클이란게 그렇다. 거스 히딩크 감독도 내리막에서 한국을 만나, 반등에 성공했고, 이후 스토리는 우리가 아는데로다. 인내하고, 준비하던 황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증명에 성공하며, 비상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이제 대표팀 운영에 대한 노하우까지 쌓였다. 마침내 반등한 황 감독의 상승 그래프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그래서 더욱 기대되는 파리올림픽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