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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감독도 선수처럼 '사이클'이란게 있다. 이게 참 묘하다. 분명 같은 철학, 같은 방법으로 접근하는데, 잘되던게 갑자기 안통한다. 그러면 이제 내리막의 연속이다. 감독도 스타일이라는게 있으니, 변하기는 어렵고, 설령 변화를 주더라도, 한계가 있다.
선수 생활 숱한 위기를 넘겨왔던 것처럼, 황 감독은 결국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해 스스로 커리어의 물줄기를 바꿨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지난해 U-23 아시안컵에서 일본에 0대3 대패를 당했고, 올해 중국과의 평가전을 통해 또 한번의 비난의 중심에 섰다. 아시안게임 직전 카타르와의 파리올림픽 예선전에서는 0대2로 완패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황선홍 체제로 항저우아시안게임을 치르는게 맞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황 감독은 변명 하지 않았다. 실패를 자양분 삼았다. 꼼꼼하게 기록하며 무엇이 부족했는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 또 고민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결과였다. 그는 아시안게임 출사표로 '파부침주('밥 지을 솥을 깨고 돌아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말로, 배수진을 치고 결사적으로 싸운다는 의미)'를 꺼냈다.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절치부심한 황 감독은 완벽한 지도력을 과시하며, 완벽한 금메달을 이끌었다. 전술, 전략부터 스쿼드 관리, 대회 운영까지 그야말로 완벽했다. 선수의 장단점을 완벽히 파악해, 이에 맞는 전술을 짜고, 상대에 따라 맞춤형 전략까지 준비했다. 이강인까지 제외하는 과감한 로테이션으로 체력 안배와 경쟁 강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7전승, 27골-3실점이라는 퍼펙트 금메달의 중심에는 단연 황 감독이 있었다. 특히, 이번 대회 내내 보여준 빠른 트랜지션과 압박은 황 감독이 그토록 강조하던 '한국형 축구'의 가능성까지 보여줬다.
바닥을 치면 올라가게 돼 있다. 사이클이란게 그렇다. 거스 히딩크 감독도 내리막에서 한국을 만나, 반등에 성공했고, 이후 스토리는 우리가 아는데로다. 인내하고, 준비하던 황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증명에 성공하며, 비상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이제 대표팀 운영에 대한 노하우까지 쌓였다. 마침내 반등한 황 감독의 상승 그래프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그래서 더욱 기대되는 파리올림픽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