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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나타난 제주의 '구자철 영입효과' 최악의 위기 속에 팀을 지켜낸 라커룸 리더였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23-05-16 17:23


1년만에 나타난 제주의 '구자철 영입효과' 최악의 위기 속에 팀을 지켜낸…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솔직히, 나조차도 확신이 없었습니다."

제주에서 시작된 봄바람은 이제 선두권을 위협하는 강력한 태풍으로 진화했다.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1 제주 유나이티드의 기적적인 반등과 놀라운 선전은 다시 봐도 경이롭다. 13라운드를 마친 현재 제주는 7승2무4패로 승점 23을 기록하며 리그 단독 3위를 마크하고 있다. 2위 FC서울과 승점은 물론 승-무-패까지 똑같다. 다득점에서만 뒤질 뿐이다. 지난 4월 26일 9라운드 광주전부터 5연승을 이어오며 만들어낸 순위다.

시계를 한 달 반 전인 5라운드 종료 시점으로 돌려보자. 이때의 제주를 보고 현재의 순위를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시 제주는 5라운드까지 무승(2무3패)에 그치며 리그 최하위로 추락해 있었다. 최악의 위기상황이었다. 제주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드물었다.

심지어 남기일 감독마저도 확신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남 감독에게 '4월초 최하위를 기록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는가'라고 물은 적이 있다. 남 감독은 잠시 머뭇거린 뒤 진심을 털어놨다. "솔직히 나도 그럴 수 있겠다는 확신은 없었다. 워낙 여러 상황이 좋지 못했다. 부상선수도 많아서 팀 훈련조차 제대로 하기 어려웠던 시기다"라고 말했다.


1년만에 나타난 제주의 '구자철 영입효과' 최악의 위기 속에 팀을 지켜낸…
감독조차 불안감 속에서 보냈던 최악의 위기. 그러나 제주는 이 시간을 끝내 버텨냈다. 그냥 버틴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팀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발전의 계기로 만들었다. 이걸 가능하게 만든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남 감독을 비롯한 제주의 구성원들은 하나같이 가장 핵심적인 힘으로 바로 '소통과 신뢰'를 손꼽았다.

그리고 또 한 목소리로 그런 '소통과 신뢰'의 시발점으로 구자철의 역할을 언급했다. 남 감독은 특히 구자철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시즌 초반 나도 힘들어 할 때 구자철을 비롯한 주장단이 큰 힘을 실어줬다. 선수들과의 사이에서 많은 소통을 해주면서 팀을 하나로 이끌어줬다"고 말했다.

제주가 원했던 바로 그 역할을 구자철이 2년 만에 해내고 있는 것이다. 제주는 지난해 초 전격적으로 팀의 프랜차이즈 레전드 구자철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비록 전성기 시절에 비해 체력과 기량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제주는 구자철에게서 '기량 이상의 그 무언가'를 기대했다. 팀에 대한 애정과 강한 책임감으로 선수들의 구심점 역할이 되어주길 바라고 있었다.

지난해에는 부상으로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부상으로 고작 리그 7경기 출전에 그쳤기 때문이다. 재활과 회복에 시간을 쏟느라 제 역할을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올해 '건강한 구자철'은 팀의 주장 완장을 차고 든든한 라커룸 리더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 경기력도 좋아졌다. 벌써 11경기를 소화했고, 아직 득점은 없지만 1도움을 기록하며 제주 상승세에 분명한 지분을 형성하고 있다. 남 감독은 "이미 한번 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또 시련이 온다고 해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든든한 주장단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하나가 됐다"며 구자철을 필두로 한 주장단에게 신뢰를 보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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