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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최악의 기자회견이었다.
누구와 뽑았나
뮐러 위원장은 부임 후 새롭게 위원회를 꾸렸다. 조성환 인천 감독, 이정효 광주 감독, 최윤겸 충북청주 감독 등 총 6명이었다. 뮐러 위원장은 1월 25일 화상을 통해 첫 회의를 열었다. 뮐러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1월 12일 61명의 후보를 선정했고, 이후 이를 23명으로 추려 1월 18일부터 접촉할 계획을 세웠다. 1월 26일에는 5명으로 압축을 했다. 첫 회의 다음 날이다. 당시 모인 위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첫 회의는 '상견례' 수준이었다. 서로 인사를 하고, 선임 기준 정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당연히 압축 작업은 없었고 후보 이름들도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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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명→23명→5명, 압축 작업을 거쳤다. 뮐러 위원장은 "5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이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을 찾고 검토하는 과정을 거쳤다. 여러 후보와 연락하며 충분히 관심을 보이고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이들과 접촉을 했다"고 했다. 61명 당시에는 한국인 감독 후보도 있었지만, 5명으로 좁혀지며 한국인 감독의 이름은 사라졌다. 뮐러 위원장은 "국적을 구분해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다. 어떤 감독이 필요한가를 고민했다"며 "최종 후보 5명과 협상이 불발되면 한국인 감독과 만날 계획은 있었다"고 했다.
2주 전 쯤 최종 두 명의 후보를 선정했고, 우선 협상자는 클린스만 감독이었다. 뮐러 위원장은 "그 동안 긍정적인 대답을 받았고, 스스로 동기부여가 돼 있었다.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없는 완벽한 적임자라 생각했다"고 했다. 통상적으로 후보를 모두 만나고, 이때 만든 미팅 자료를 통해 논의를 거쳐 최적의 인물을 뽑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역시 그 과정은 생략돼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계약 내용에 대해 뮐러 위원장이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클린스만 감독 부임 쟁점 중 하나가 국내 상주 여부였는데, 대한축구협회는 이를 의식한 듯 재임 기간 중 국내에 거주하는 것을 조건으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 체류 관련한 명문화된 계약 조건이 있나'는 질문에 "계약 조건에 대해서는 정확히 말하기도 어렵고 내가 잘 아는 부분도 아니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기준을 모두 충족했고,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에서 지내겠다는 마음이 강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코치 선임 관련해서도 명확한 조건이나 상황에 대해 설명하지 못했다. 과연 뮐러 위원장이 주도적으로 이번 선임에 나섰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왜 뽑았나
누구와, 어떻게 뽑았는지는 사실 시스템적인 문제다. 제대로 된 감독만 뽑는다면, 시스템은 차후 개선할 수 있다. 많은 축구팬들도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이 '왜 클린스만 감독인가'였다. 하지만 물음표만 더 커졌다. 클린스만 감독이 어떤 면에서 다른 감독보다 우수했는지, 그가 제시한 비전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듣기 어려웠다. 당초 밝힌 5가지 기준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조차도 설명하지 못했다.
뮐러 위원장이 밝힌 클린스만 감독 선임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인간적인 매력이었다. 뮐러 위원장은 "5가지 기준에 앞서 인간적인 부분을 먼저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경우, 매력적인 부분이 많았다. 특히 강한 성격이 좋았다"고 했다. 두번째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었다. 뮐러 위원장은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과 인연이 많다. 한국 대표팀 감독을 상당히 원했고, 한국축구 발전에도 관심이 컸다. 스스로 질문을 할 정도였다. 한국과 함께 성공하고 싶은 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마지막은 관리자로서의 능력이었다. 그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선수들의 개성을 살리고, 동기부여할 수 있는 리더라는 점에서 클린스만 감독을 낙점했다"고 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에 대해 제대로 검증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 부호가 붙는다. 클린스만 감독의 약점으로 지적된 전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축구는 전술만 있는 게 아니다", "클린스만 감독이 전술에 강점을 보인다" 등 횡설수설하는 모습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보여줄 색깔에 대해서는 본인의 축구 철학만 늘어놨다. 기자석에서 '클린스만 말이냐, 위원장 생각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직접 만나기는 했는지 싶을 정도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