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현역 레전드 공격수' 이근호(38·대구FC)가 지난 16일 마침내 아버지가 됐다. 미모의 아내 이수지씨(32)와 2016년 11월 웨딩마치를 울린 지 햇수로 7년 만에 눈에 넣어도 안아플 귀한 아들을 얻었다.
가고시마 2차 전지훈련 중 최원권 대구 감독과 선수단의 배려로 이근호는 '2세 탄생' 현장을 가족과 함께 지킬 수 있었다. 이근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득남 소식을 직접 전했다. "16일 너무나 소중한 아이 동동이가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중략)임신부터 출산까지 힘든 과정을 혼자서 잘 버텨준 아내 너무 고맙고 사랑하고 엄마 몸속에서 건강하게 태어나준 우리 동동이도 너무 대견하고 그동안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셨는데 전부 너무나 감사합니다 이 세상 모든 게 행복해 보이는 순간이네요 전지훈련 중에도 이 과정을 함께 할 수 있게 배려해준 대구FC 감독님과 팀원들 및 모든 분들께도 감사합니다. '분유버프'라고 하죠. 올해 자랑스런 아빠의 모습으로 힘차게 달려보겠습니다."
2021년 울산에서 대구로 온 후 어느새 3년차가 된 새 시즌 이근호는 '부주장'이다. 주장 세징야, 부주장 골키퍼 오승훈과 함께 베테랑 주장단이 결성됐다. 이근호는 "세징야는 K리그를 경험한 지 오래 됐다.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외국인 선수지만 힘든 일은 다같이 해야 한다는 문화적인 부분을 잘 알고 있다. 늘 희생하고, 이해하고… 정말 좋은 선수, 존경할 만한 선수다. 어린 선수들이 배울 점이 많다"고 칭찬했다. "(오)승훈이와 내가 할 역할은 세징야의 소통을 도와주고 코칭스태프를 서포트하면서 감독님과 선수들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석코치 출신 최 감독님은 선수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배려해주시지만, 훈련에 있어서만큼은 타협이 전혀 없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추구하는 축구가 있고, 확고한 철학이 있다. 고참선수들과 소통하면서 늘 합리적인 요구를 하시기 때문에 선수들이 믿고 따른다"고 덧붙였다.
이근호X홍철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실력과 노력은 물론 체력과 운이 따라야 하는 선수들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 '오래' '잘'하는 일. 2005년 인천에서 프로 데뷔해 어느덧 '19년차'가 된 이근호는 프로 커리어를 막 시작하는 대구의 어린 선수들에게도, 30대에 접어든 후배들에게도 롤모델이자 가야할 길이다. 조광래 대구 사장은 이근호와의 재계약에 대해 "본인이 후배들하고 경쟁할 수 있을 때까지 도전한다고 하고, 그게 안되면 스스로 안할 거라는 말을 한다. 올해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고 봤다"면서 "(이)근호는 늘 믿는 선수니까"라는 말로 확고한 신뢰를 표했다. '국대 풀백' 후배 홍 철 역시 "근호형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고 나도 좀더 뛸 수 있다는 목표가 생기게 하는 선배"라며 마음을 전했다. "경기장 안팎에서 후배들에게 큰 힘이 된다. 이왕 한 거 내년까지 해서 한국나이로 마흔까지 꽉꽉 채우시라"며 활짝 웃었다.
이근호는 "1년, 1년 더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대구 구단에 감사드린다. 처음 와서 1년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는데 어느새 3년째다. 올해도 제 역할을 하고,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새 시즌에도 도전을 이어가는 '85동기' 박주영(울산) 강민수(전남) 김창수(천안) 등은 서로에게 눈빛만으로 큰 힘이다.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잘 뛰길 늘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며 웃었다.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부주장' 이근호가 새 시즌 설정한 대구FC의 목표는 상위 스플릿. 전북, 울산 등에서 줄곧 '우승 경쟁'만 해왔던 베테랑 이근호는 지난해 난생 처음 '강등 전쟁'이란 걸 경험했다. 두번 다시 맛보고 싶지 않은 지옥의 시간. 대구 선수단은 지난해처럼 눈물 흘리는 일, 팬 울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는 다짐으로 겨우내 똘똘 뭉쳤다. 이근호는 "일단 상위스플릿에서 경쟁하는 게 목표다. 대구라는 '팀'으로 싸우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세징야가 올해는 동계훈련에 빨리 합류했다. 에드가도 다시 왔고, 홍정운, 김진혁 등 중원도 좋다"고 이유를 밝혔다. 눈빛을 반짝이는 '영건'들에게도 희망을 건다. "새로 온 수비수 (김)강산이도 잘해줄 것같다. 연습경기서 많은 골을 넣은 (김)영준이도 기대된다. 골도 골이지만 자세가 좋다. 축구에 대한 절실함이 있다. '더 잘됐으면' 하고 응원하게 된다"고 했다. "대구라는 팀은 함께일 때 더 강력한 힘이 생긴다. '튀는' 선수보다 '뭉치는' 선수들이 많다. 덕분에 작년에도 흩어지지 않고 하나가 돼 위기를 이겨냈다"면서 "올해는 다들 준비를 많이 했다. 느낌이 좋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K리그 358경기 78골 52도움을 기록중인 '현역 레전드', 서른여덟 베테랑 공격수에게 개인적인 목표를 물었다. "부상없이 한 시즌을 끝까지 잘 마무리하는 것, 포인트도 더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 새 시즌 세상 어떤 자양강장제보다도 강력한 에너지원이 생겼다. '근호주니어'의 탄생. 이근호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분투를 다짐했다. "이제 아빠가 됐으니 한발 더 뛸 수 있는 힘이 생기겠죠."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