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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월드클래스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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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감독은 안면 보호 마스크를 쓴 채 참가해야 했던 월드컵의 치열한 과정을 소상히 털어놨다. "네 군데 골절이 됐다. 함몰이 됐더라. 나도 모르게 '아, 월드컵은'이란 말이 처음 나왔다. 흥민이도 똑같이 월드컵 생각을 했다고 했다. 월드컵 가야한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부기를 빠져야 수술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 수술 일정을 최대한 당겨달라고 하고 잠자는 시간 빼고 얼음을 계속 댔다"고 설명했다.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가슴)왼쪽에 태극마크 다는 것이 축구선수들의 꿈이잖아요"라며 대한민국 축구대표 선수으로서의 자부심을 노래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태극마크의 자부심을 어릴 때부터 손흥민의 머릿속에 각인시켜온 축구선수 출신 손씨는 "흥민이에게 그런 이야기를 몇 번 했다. 영광스러운 자리이고 국민들이 기대하고 팬들이 원하는데…"라며 "결국 수술날짜를 하루 당겼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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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고의 순간 마음을 다잡았다. "축구는 젊어서 잠깐이다 영원한 건 없다. 도취되면 안된다. 고향, 지자체에서 흥민이 도로 건립도 말씀해주시는데 제가 정중히 거절한 이유가 '은퇴하면 누가 흥민이 이름이나 불러주겠나' 아무도 기억 안해준다"며 현재에 충실할 뜻을 전했다.
MC 유재석의 "감독님도 축구선수였지 않느냐"는 말에 그는 "삼류선수였다. 무늬만 프로였다"며 한결같이 자신을 낮췄다. 춘천고 시절 전국대회 결승전에서 해트트릭을 하고 울산 호랑이, 성남 일화에서 뛰었던 그는 100m를 12초대에 달리는 빠르고 투혼 넘치는 선수였지만, 부상으로 일찍 선수생활을 마감한 후 아들 손흥윤, 손흥민을 양성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어디 가서 제가 축구했다는 소리를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왼발을 잘 쓰기 위해 오른발 축구화에 압정을 꽂고 뛰었다는 일화를 공개하면서 손흥민이 세계 최고의 양발잡이 공격수가 된 비결도 털어놨다. "그래서 흥민이의 경우 발 씻을 때도 왼발, 양말 신을 때, 바지 입을 때, 신발 신을 때, 볼 터치할 때도 왼발, 슈팅 연습에도 왼발에 1.5배 정도 훈련을 더하게 했다. 왼발 상황에서 오른발을 접으면 그 시간동안 상대가 다 대응한다. 왼발 상황에서 바로 왼발로 차야 상대의 허를 찌를 수 있다."
17세에 독일 함부르크에 처음 갔던 시절, 힘들었던 시절의 기억도 털어놨다. '손부삼천지교'라는 말에 대해 그는 "춥고 배고팠던 생각밖에 안난다"고 했다. "남의 차를 빌려타고 다니던 시절이다. 라커룸에 들어보내고 쉴 곳이 없어 6시간 동안 밖에서 대기해야 했다. 호텔과 훈련장은 차로 50분 정도 걸리는 곳이라 있을 데가 없었다"면서 "비오거나 눈오면 우산을 쓸수도 없다 바람이 부니까, 비를 피할 수가 없다. 훈련을 보고 체크해야 하니까. 흥민이 레버쿠젠 가던 23살까지 환경이 그랬다. 돈도 없고 언어도 안되고 집도 차도 없으니 몸으로 견딜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2010년 18세에 함부르크-쾰른전에서 최연소 프로 데뷔골을 신고했던 때의 심경도 털어놨다. "어린나이에 데뷔골 넣었는데 안아주며 '고생했다' 한 후 흥민이 노트북을 가지고 숙소로 내려갔다"는 일화를 전했다. "저는 사실 엄청 두려웠다. 제 생각에 노트북 놓고 가면 흥민이가 팬들 반응을 보면 여기에 도취되지 않을까, 며칠동안 망각증에 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너무 두려웠다. 그때가"
레버쿠벤에서 꿈의 EPL에 입성할 때의 일화도 공개했다. "레버쿠젠에서 토트넘 가는데 엄청 힘들게 갔다. 토트넘 대니얼 레비 회장이 개인 헬기로 뒤셀도르프 공항으로 날아와서 개인협상을 하는데 잘 안됐다. 세 번째 협상 들어가면서 레비 회장이 이번에 안되면 이적이 힘들다고 했는데 저는 너무 간절했다. 당시 레버쿠젠 감독이 흥민이를 불신했다. 세 번째 협상이 10분만에 끝났다. 협상이 깨졌고, 레버쿠젠 단장, 부단장 어딨냐고 했더니 4층 복도 유리창을 통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세 계단씩 뛰어올라 잡았다. 그렇게 설득해 런던에서 재협상 기회를 잡았다. 그래서 흥민이가 토트넘 갈 수 있었다. 들리는 이야기로 단장 부단장이 제가 북한 사람인줄 알았다고, 계단을 막 뛰어올라오는걸 보고 악몽을 꿨다고 한다."
아들바보 손 감독은 자식을 향한 무한사랑을 표하면서 "사람들이 지금도 오해하는게 흥민이 일에 대해 내가 좌지우지하고 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것인데,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큰아들 집에도 간 적이 없다. 흥민이 생활도 제가 침범 안한다. 흥민이가 행복하게 공만 찰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EPL 골든부츠 직후 올 시즌 8경기 무득점에 시달릴 때의 아버지의 마음도 그대로 전했다. "8경기, 16경기 골이 안나오면 어떤가. 흥민이한테 결과, 경기내용을 떠나서 '흥민아, 축구 행복해서 했잖아 오늘 행복하게 경기하고 와'라고 이야기해줬다"고 했다. "애초에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은 생각도 안했던 것다. '무득점 하면 어때' 안 다치고 오늘도 좋아하는 축구하면서 감사하고 집에 돌아오는게 가장 좋다"며 가족의 진심을 전했다. "이 세상에 축구선수는 흥민이밖에 없다. 솔직한 이야기다. 3학년 1학기 축구하겠다 했을 때부터 나는 축구하고 흥민이만 봤다. 지금도 축구하고 흥민이만 본다"고 말했다. "한번 주어진 인생 행복하게 살아야지 그 외적인 것은 생각한 적이 없다. 단 1분도 허투로 쓰지않고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했다.
손 감독은 이날 방송을 통해 처음으로 아들 손흥민을 향한 애틋한 마음도 표현했다. "어린 나이에 어려운 곳에가서 저놈이 살아보겠닥 악착같이 강한 정신력 갖고 게으름 안 떨고 저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나, 이런 이야기는 안했지만 그런 생각은 하고 있다"고 했다. "흥민이가 어린 나이에 유럽에 진출해 좋아하고 행복한 축구 하는데 부모로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한번도 고생이란 생각은 안했다. 고맙다. 어떤 상황이 와도 이겨내고 그 세계서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고 하는 걸 내 눈으로 직접 봤다. 그놈한테 제가 고맙다. 한번도 표현한 적은 없는데 고맙다. 은퇴할 때쯤 되면 말할 수 있을 것같다. '그동안 고생했다. 네 꿈도 이루고 내가 못이룬 꿈을 네가 이뤄줘서 나는 너한테 고맙다. 개인적으로 자식이지만 고맙다."
아들 손흥민에게 바라는 것을 묻자 손 감독은 "토트넘과의 계약이 2025년 6월말 끝난다. 토트넘이 더 원하면 모르지만 이적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흥민아 연봉이고 뭐고 다 떠나서 어린 나이부터 고생했으니 살아보고 싶은 도시, 공차고 싶은 구단 가서 행복하게 공차다 은퇴하는 게 내 개인적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그 또한 결정은 흥민이가 할 것이다. 흥민이가 지금처럼 축구로 인해 행복하고 은퇴하고 나서도 자신이 바라는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말했다.
평소 하지 못한 말 "고맙고 사랑한다. 흥민아"라며 마음을 표현한 손 감독은 '월클이 정말 아니냐' 마지막 질문에 "그건 아니죠. 아니에요"라는 손사래로 첫 '유퀴즈' 출연을 마무리했다.
한편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영국 런던으로 출국한 소속팀인 토트넘에 합류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복귀전을 준비한다. 22일 오전 4시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니스와의 친선전에 이어 '박싱데이'인 26일 오후 9시 30분 브렌트퍼드와 EPL 17라운드 원정전에 나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