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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벤투 감독님의 마지막 경기를 벤치에서 같이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드린다."
벤투 감독은 지난 9월 재계약 포기 결심을 굳혔다고 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재계약을 논의했지만, 조건부였다. 아시안컵 성적을 보고 연장을 하자고 하니, 벤투 감독 입장에서는 성에 차지 않을 수 있었다. 벤투 감독은 자신을 붙잡으려면, 다음 월드컵까지 임기를 보장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입장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이번 월드컵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기대치는 높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지만, 벤투 감독은 4년 동안 '고집 불통의 빌드업 축구' 이미지에 갇혀 있었다. 특정 선수를 쓰니, 안쓰니로 늘 시끄러웠다. 조 편성도 쉽지 않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25억원(추정치)이라는 거액 연봉을 받는 벤투 감독에게 4년 연장 계약을 해주는 것도 무리수일 수 있었다.
벤투 감독 입장에서는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는 계약 조건이었다. 그리고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더 좋은 조건의 오퍼가 올 걸 기대할 수도 있었다. 감독 입장에서는 늘 더 좋은 전력의 팀, 더 많은 연봉을 주는 팀을 지휘하고 싶어 한다. 때문에 일찌감치 마음의 정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월드컵에서 대표팀 경기력이 너무 좋았다는 것이다. 브라질전은 안타깝게 무너졌지만, 조별리그 3경기는 축구팬들에게 행복감을 선사하기 충분했다. 그 중심에는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유연한 용병술과 전술을 보여준 벤투 감독이 있었다. 선수들을 위해 그라운드에 달려나가 퇴장을 불사하고 항의하는 모습도 신뢰도를 상승시켰다.
그러니 벤투 감독에 대한 재계약 희망 여론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도 공개적으로 벤투 감독을 지지했다. 하지만 일찌감치 벤투 감독과의 이별은 예정이 돼있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