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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파울루 벤투 감독은 태극전사들에게 압박감은 내려놓고 월드컵을 "즐기자"라고 했다. 하지만 승부 앞에서 즐길 수 없었다.
다시 달린다. 태극전사들은 29일 카타르 도하의 알 에글라 트레이닝센터에서 조별리그 최종전 포르투갈전을 향해 담금질을 시작한다.
결전까지 허락된 시간은 사흘 뿐이다. 대한민국은 현지시각으로 2일 오후 6시, 한국시각으로는 3일 0시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포르투갈과 격돌한다.
'중원사령관' 황인범(올림픽아코스)은 가나전에서 머리를 다쳤지만 이내 불편한 붕대를 벗겨내버리고 다시 그라운드로 뛰어들어갔다. 오른쪽 종아리가 불편한 김민재(나폴리)의 집념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쉽지 않다. 변수도 있다. 벤투 감독이 '퇴장 징계'로 벤치를 지키지 못한다. 대한민국은 무조건 H조 최강인 포르투갈을 이겨야 한다. 그리고 우루과이와 가나전에서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해야 한다.
가나전 후 진한 아쉬움으로 고개를 들지 못한 손흥민은 자신부터 '분발'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난 동료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바랄 수 없을 것 같다. 너무나도 지금까지 잘해주고 있다. 더 멋진 모습을 기대하기보다는 지금처럼 해준다면 팀의 주장으로서 너무 고마울 것 같다"며 "나부터 선수들을 잘 이끌고 마지막 경기를 잘 준비해서 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황인범은 4년 전을 다시 떠올렸다. 그는 "여기서 우리의 월드컵이, 축구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며 "3차전 준비를 지금 당장부터 시작해 잘 치러내야 한다. 선배들이 러시아월드컵 독일과 경기에서 기적을 만든 모습을 우리 선수들이 기억하고, 국민들도 기억하신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가나전은 '막내 그룹'이 흐름을 바꿨다. 24에의 '만찢남' 조규성(전북)이 2골을 폭발시켰고, 이강인(마요르카)은 교체투입된 지 1분 만에 만회골을 어시트하며 남다른 클래스를 자랑했다.
둘 또한 오로지 포르투갈전이다. 조규성은 "나도 솔직히 보잘 것 없는 선수인데 이렇게 세계적 무대에서 골까지 넣었다.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시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달리겠다"고 약속했다.
이강인도 "감독님 결정을 100% 신뢰하고, 기회가 되면 팀에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개인적인 것보다 팀이 중요하다. 다시 기회가 온다면 팀에 도움이 돼서 승리하도록 많이 노력할 것이다. 모두 다 똑같이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축구에는 이미 '도하의 기적'이 있다. 29년 전인 1993년 10월이었다. 자력으로 1994년 미국월드컵 본선 진출이 물건너갔다. 최종전에서 북한에 3대0으로 승리했지만 웃을 수 없었다. 일본이 승리하면 끝이었다. 터벅터벅 걸어나오는 순간 기적같은 소식이 들렸다.
일본이 경기 종료 20초를 남겨놓고 이라크에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하며 2대2로 비겼다. 결국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기적적으로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낙담할 필요없다. 태극전사들에게는 아직 포르투갈전이 남아 있다.
도하(카타르)=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