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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잔류 청부사는 바로 나!'
조영욱의 슛이 상대 골키퍼 방배종의 손에 맞고 흘러나온 공을 침착하게 밀어넣었다.
나상호가 K리그1에서 7월 30일 포항전 이후 85일만에 터뜨린 이 골은 그대로 결승골로 남았다.
같은 시각 벌어진 김천-수원전이 수원의 3대1 승리로 끝났지만, 승점 2점차가 유지됐다. 10위 수원은 K리그2 플레이오프 승자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다.
나상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잘 못하면 플옵까지 갈 수 있는 경기에서 승리해 기쁘다. 상대팀(수원 삼성)의 상황은 신경쓰지 않고, 이 경기 승리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나상호는 이 한 골로 오랜기간 짓누르던 마음의 짐을 떨쳐냈다.
그는 지난여름 팀의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기성용으로부터 주장 완장을 건네받았다.
공교롭게 완장을 찬 뒤, 침묵이 게속됐다. 슈퍼매치에서 입은 부상 여파로 '폼'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했다.
나상호는 "주장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처음 주장직 맡았을 때 무언가 내 플레이보단 (선수들에게)정신적으로 도움이 되고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내 플레이를 펼치는 데 집중이 안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번 경기에서도 부담이 있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이기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눈물이 나진 않더라. 스트레스를 덜어낸 기분"이라고 말했다.
올시즌 부침을 겪은 나상호이지만, 결정적인 경기에선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했다.
앞서 대구FC와의 FA컵 준결승전에선 0-0 팽팽하던 연장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에 결승 티켓을 선물했다.
나상호가 서울 유니폼을 입고 최근에 터뜨린 2골은 'FA컵 결승 진출 확정골'과 '1부리그 잔류 확정골'인 셈이다.
나상호는 "오늘 잔류를 확정지은 골이 더 인상이 깊다. FA컵 골은 그 다음으로 기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은 이날 잔류를 확정하면서 FA컵 우승에 도전할 동력을 얻었다. 27일과 30일, 전북을 상대로 FA컵 결승 홈 앤드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나상호는 "올시즌 성적이 안좋아서 팬분들의 비판을 받았다. (팬들이 버스를 가로 막은 사건에서)팬들의 열정이 우리보다 높다는 생각도 했다"며 "오늘 경기를 앞두고 많은 팬들이 호텔 앞까지 찾아와서 응원을 해줬다. 마지막 FA컵에선 '정신차려 서울' 보단 '할 수 있다 서울' 노래를 들으면서 즐겁게 치르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