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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호형호제' 홍명보와 최용수의 '질긴 인연'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22-10-13 15:03 | 최종수정 2022-10-14 06:40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53)과 최용수 강원FC감독(51)은 '호형호제'하는 둘도 없는 선후배 사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지만 인연은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예선 때부터 룸메이트였다. 홍 감독이 '방장', 최 감독은 '방졸'이었다. 당시 최 감독이 TV리모컨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잠드는 습관이 있었는데, 홍 감독은 매일 밤 '동생'의 수면 여부를 확인했던 추억이 있다.

그렇게 25년의 세월이 훌쩍 흘렀다. 둘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도자로 성장했다. 길은 달랐다. 홍 감독은 국가대표팀에서, 최 감독은 프로팀에서 승승장구했다. 홍 감독의 가장 큰 환희는 축구 사상 첫 올림픽(2012년 런던) 동메달 환희였다. 최 감독은 K리그 우승,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 등 FC서울의 전성기를 이끌며 아시아축구연맹 '올해의 감독상'까지 받았다.

그리고 2022시즌 국내 무대에서 재회했다. 최 감독이 지난해 11월 강원의 지휘봉을 잡고 1부에 생존하면서 '형님'과의 만남이 성사됐다. 홍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전무로 잠시 외유했다가 지난 시즌 현장으로 복귀, K리그에서 두 번째 해를 맞았다.

감독으로 현재까지의 상대전적은 '극과 극'이다. 홍 감독이 4전 전승이다. 올 시즌 K리그에서 3연승이고, 1승은 중국에서 거뒀다. 홍 감독은 항저우, 최 감독은 장쑤를 이끌 때였다. 당시 우승을 다투던 장쑤가 강등 위기의 항저우에 0대3으로 완패해 '난리'가 난 적이 있다. 그래서 최 감독은 "이제는 징크스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울산만큼은 잡고 싶다"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처럼 판이 더 커졌다. '형'은 울산의 17년 만의 K리그 우승, 감독으로 생애 첫 우승이 걸린, '동생'은 ACL 티켓을 바라고 있는 무대에서 충돌하게 됐다. 강원과 울산은 16일 오후 2시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2' 파이널A 4라운드에서 맞닥뜨린다.

남은 두 라운드에서 홍 감독은 승점 1점만 추가하면 '만년 2위' 설움을 떨쳐버리고 우승을 확정할 수 있다. 반면 최 감독은 울산에 이어 포항과의 최종전도 잡아야 ACL 진출의 희망을 살릴 수 있다. 선두 울산(승점 73)은 2위 전북 현대(승점 67)에 승점 6점 앞서있다. 6위 강원(승점 49)은 4위 인천(승점 53)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전북이 FA컵 우승할 경우 4위에도 ACL 티켓이 돌아간다.

사실 지난 라운드에서 울산이 포항에 승리하거나, 강원이 전북과 비기기만해도 운명은 비켜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양보할 수 없게 됐다.

승부는 늘 그렇듯 냉혹할 뿐이다. 두 사령탑 모두 그라운드에 서기만 하면 물불 가리지 않는 승부사다. 홍 감독은 '끝'을 그리고 있다. 최 감독은 '끝까지'를 외치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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