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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극대노 부르던 막내, 멍든 발로 뛰던 '캡틴' 손흥민의 센추리 클럽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22-06-07 14:23 | 최종수정 2022-06-07 16:27


대한민국과 칠레의 축구 A매치 친선경기가 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한국의 손흥민이 두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환호하고 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06.06/

2018년 9월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칠레의 친선경기 뒤 손흥민의 발. 스포츠조선DB

[대전=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4000일 하고도 176일이 더 걸렸다. 12년의 시간을 차근차근 걸어왔다. 차곡차곡 쌓아올린 노력의 결과는 '캡틴', 그리고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으로 이어졌다.

'대한민국의 캡틴' 손흥민(30·토트넘)이 한국 남자 선수로는 16번째로 '센추리 클럽'에 가입했다. 2010년 12월 30일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손흥민은 2022년 6월 6일 100번째 경기를 치렀다. 그는 A대표로 100경기에서 31골을 기록했다. 주장 완장을 달고 뛴 경기만 해도 31경기다.

꽃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베스트'로 뛴 것은 아니다. A매치 데뷔 초만해도 손흥민은 재능 충만한 '유망주'였다. 선배들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는 선수였다. 애매했다. 소속팀인 독일 함부르크에서 1군 주전 멤버로 도약해야 할 시기였다. 결국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씨가 그를 조커로 활용하는 조광래 전 A대표팀 감독과 충돌하기도 했다.

그의 12년엔 눈물도 가득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때였다. 그는 벨기와의 조별리그 최종전 뒤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그의 첫 번째 월드컵은 조별리그 탈락(1무2패)으로 씁쓸하게 막을 내렸다.

'울보' 손흥민은 더욱 독하게 달렸다. 그라운드 위에선 그 누구보다 빠르게, 더 많이 뛰었다. 2016년 리우올림픽, 2018년 러시아월드컵,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대회를 두루 거쳤다. 이 과정에서 '혹사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 혹사는 핑계다. 난 프로선수다. 축구팬들이 많이 오셨는데, 설렁설렁 이라는 단어는 입에도 담을 수 없다. 못 할 수는 있지만 모든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의 발은 멍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달린 손흥민은 매 경기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는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23골을 넣으며 득점왕을 거머쥐었다.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이었다. 손흥민은 내년 성장을 거듭하며 '월클' 반열에 올랐다.

A매치 100번째 경기를 치른 손흥민은 "(100경기를) '뛰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냥 매 순간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시간이 참 빠르다. 뒤돌아볼 새도 없이 지나왔다. 매번 꿈을 꾸기는 했다. 100번째 경기라는 게 10년이라는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꾸준히 대표팀에서 생활해야 하는거다. 미리 생각을 했다기보다는 이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함께 뛴 동료들을 잊지 않았다. 손흥민은 "(우리 팀에는)능력 많은 선수들이 있다. 경기장에서 다 보여주지 못할 때 마음이 아프다. 엄청나게 좋은 선수들이다. 오늘은 꼭 언급 해야 할 것 같은 선수들이 있다. (정)승현이, (나)상호, (김)문환이 등이다. 지난 경기를 선발로 나가지 못했는데, 이번에 선발로 나갔다. 내가 항상 준비돼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것만으로도 팀이 단단한 것 같다. 좋은 선수들이다. 마음껏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장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며 웃었다.


벤투 감독은 "그와 함께한 모든 과정이 좋았다. 이런 선수를 지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다. 이제 모두가 손흥민의 능력을 안다. 토트넘과는 상황이 다른 대표팀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손흥민 덕에 기쁘다. 앞으로도 수년간 좋은 활약을 펼쳐주기를 기대한다"고 박수를 보냈다.

막내였던 손흥민은 어느덧 베테랑이 됐다. 나보다 동료, 그리고 팀을 먼저 챙기는 캡틴이 됐다.


대전=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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