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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승부는 90분 이후부터!'…무고사가 이끄는 K리그 '극장 열풍'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2-05-18 16:18 | 최종수정 2022-05-19 07:20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최근 맨시티 경기장 앞에서 '전설' 세르히오 아궤로의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2012년 맨시티의 구단 역사상 첫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끈 '우승골'을 넣고 유니폼을 흔드는 아궤로의 모습을 본뜬 동상이다. 아궤로가 QPR을 상대로 후반 추가시간 3분20초에 넣은 그 골이 맨시티 구단에 어떤 상징인지를 잘 보여준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골은 이 축구판에서 '극장골'의 대명사로도 자리매김했다.

요즈음 K리그 라운드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극적인 골을 지켜보면 아궤로의 동상이 오버랩된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우승을 좌우할 극장골은 나올 수 없지만, 팬들의 가슴을 쩌릿하게 하고, 머리칼을 쭈뼛하게 세울, 그러한 골들이 쏟아지고 있다.

인천 무고사가 이러한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17일 대구와의 홈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8분20초에 골을 터뜨렸다. 사실상 1-2 패배로 기우는 분위기에서 페널티가 주어졌고, 이를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경기를 2대2 동점으로 만들었다. 무고사는 수원FC 정재용이 지난 3월 강원을 상대로 넣은 후반 추가시간 5분4초를 뛰어넘어 올시즌 가장 늦은 골 기록을 새롭게 썼다. 추가시간 8분20초는 K리그 역사를 통틀어 역대 15번째 기록이다.

득점 방식이 페널티여서 감흥이 덜하다고? 그럼 5월 5일, 무고사가 수원FC를 상대로 기록한 골은 어떨까. 무고사는 팀이 1-2로 끌려가던 추가시간 4분43초에 상대 골키퍼 유 현이 펀칭한 공을 논스톱 발리슛으로 득점하며 팀에 귀중한 승점 1점을 선물했다.

세징야는 여러 의미에서 무고사의 강력한 대항마다. 세징야는 긴 부상을 털고 돌아와 지난 14일 김천전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0-1 스코어로 패색이 짙은 후반 추가시간 4분1초에 제카의 헤더 패스를 재차 헤더로 받아넣었다.

수원 김상준은 3월 19일 강원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4분29초에 2대2 동점골을 넣었고, 제주 주민규는 인천전(4월 10일)에서 후반 추가시간 2분30초에 마찬가지로 극적인 동점골을 폭발하며 팀에 귀한 승점 1점을 선물했다. 대구 골키퍼 오승훈의 헤더 어시스트에 의한 황재원의 동점골(추가시간 7분0초)이 나온 포항-대구전(5월 5일)도 빼놓을 수 없는 '극장 경기'다.

2022시즌 가장 늦은 시간에 넣은 '결승골'은 무고사가 보유했다. 2월 19일 수원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1분59초에 헤더로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뜨렸다. 수원 전진우는 14일 성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1분40초에 결승골을 넣어 무고사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무고사는 가히 '인저리타임의 스페셜리스트'다. 11골 중 무려 4골을 후반 추가시간에 기록하는 저력을 선보였다. 화려하게 부활한 무고사 덕에 인천은 질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경기를 잡아 상위권에 올랐다. 무고사의 발은 종료 휘슬이 울려 비로소 멈춘다.

스플릿라운드 도입 이후 가장 늦게 터진 골은 2013년 제주 페드로가 경남을 상대로 기록한 후반 추가시간 10분59초다. 1980~90년대에는 경기장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로 인해 추가시간 20분을 훌쩍 넘긴 이후에 골이 나오곤 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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