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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후' 기약한 구자철, 조급함 버리고 두 번째 실패는 없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22-04-17 17:08


제주 구자철.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빨리 팀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고싶었습니다."

제주 유나이티드 남기일 감독은 지난 5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전을 아직도 아쉬워한다. 이날 남 감독은 11년 만에 '친정팀' 제주로 돌아온 프랜차이즈 레전드 구자철을 전격적으로 선발 투입했다. 3월 6일 공식 입단 기자회견을 한 지 딱 한달 만에 이뤄진 선발 출격. 이에 앞서 구자철은 2일 제주에서 열린 대구FC와의 경기에서 후반 43분 교체 투입돼 그라운드를 5분간 밟긴 했다.

하지만 후반 교체 출격과 선발 출전은 차원이 다르다. 선발 투입은 구자철을 울산전 팀 전술의 핵심으로 삼았다는 뜻이다. 동시에 그의 피지컬과 경기력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구자철에 대한 남 감독의 기대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감은 이내 아쉬움으로 바뀌었다. 구자철은 좀처럼 K리그의 경기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급기야 경기 시작 22분 만에 부상으로 교체됐다. 세트피스에서 점프 후 착지하고 나서 왼쪽 허벅지를 부여잡았다. 햄스트링 쪽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운동선수들이 근육을 갑자기 무리하게 사용할 때 흔히 발생하는 부상이었다.

남 감독은 "팀 훈련 때 구자철이 상당히 좋은 컨디션을 보여줬고, 본인도 하고자 하는 의지가 대단했다. 나 역시 구자철이 빨리 팀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며 울산전 선발 기용의 이유를 밝히며 "뜻하지 않은 부상이 생겨 너무 아쉽다. 일단은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자철은 이후 정밀검진 결과 허벅지 햄스트링 파열 진단을 받았다. 남 감독은 "회복에 8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여유를 가지고 완전한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구자철은 적어도 2개월 뒤인 6월 중에나 다시 그라운드에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구자철의 부상은 제주로서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전력면에서 크게 손실이 발생했다고 보긴 어렵다. 애초에 동계 훈련에서 이번 시즌 전력을 세팅하고, 시즌을 준비할 때 구자철은 없었다. 이미 남 감독의 구상대로 팀이 만들어진 상황에서 추가전력으로 합류한 것이라 구자철이 잠시 이탈했다고 해서 제주 전력이 흔들리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번 부상으로 구자철이나 제주 양쪽에 좀 더 차분하고 신중하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K리그는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일정으로 5월 초까지 약 한달간 휴식에 들어갔다. 다소 조급했던 선발 출격의 데미지를 극복하고, 제주나 구자철이 모두 더 단단해질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이다. 구자철과 제주는 '두 번째 실패'를 반복하기 위해 다시 처음부터 준비하고 있다. 아직은 여유가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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