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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이 여기까지 와주셔서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 힘이 난다. 동기부여가 된다."(아스나위) "아스나위는 정말 열심히 하는, 근성 있는 선수다. 그런 좋은 선수가 아니었다면 오늘 여기 오지 않았다."(신태용 인도네시아대표팀 감독)
대표팀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스나위는 선발로 나섰다. 오른쪽 풀백, 윙포워드를 오가며 전반 초반부터 측면에서 강력한 압박과 맹렬한 돌파를 선보이더니 적극적인 태클로 안산의 소유권을 가져왔다. 신 감독은 노트에 메모를 해가며 아스나위의 플레이를 매의 눈으로 주시했다. 전반 21분 아스나위가 문전 혼전 속 전남 올렉의 슈팅을 걷어내자 "아스나위!" 함성이 울려퍼졌다. 안산과 전남이 각각 슈팅 13개, 11개를 주고받으며 일진일퇴를 거듭했던 이날 경기는 후반 추가시간 터진 전남 알렉스의 극장골로 마무리됐다.
경기 후 신 감독이 아스나위와 함께 취재진 앞에 섰다. 2월 5일 대표팀에서 헤어진 후 2달여 만의 재회. 신 감독은 "아스나위를 보러 왔다. K리그2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며 흐뭇해 했다. "경기 후 아스나위에서 잘된 점, 잘못된 점을 말해줬다"면서 "볼 컨트롤할 때, 볼 나갈 때 패스는 잘해줬다. 수비전환시 20~30분 지나면서 체력적으로 힘드니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미리 내려와서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하는데 볼이 나간 뒤에 쫓아간다든지 뒤통수 보며 따라내려가는 것은 수비수가 절대 해선 안되는 것이다. 스리백에서 윙백일 때, 윙포워드일 때에도 위치 변화를 줘야 한다"고 조목조목 짚었다. 현장 통역을 통해 감독의 조언을 들은 아스나위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신 감독은 소속팀 안산의 김길식 감독과의 소통과 시너지에도 고마움을 표했다. "김 감독이 아스나위를 여러 포지션에서 활용하고 있다. 나는 풀백으로 더 장점이 있다고 보고, 중앙에도 세워보라는 이야기도 한다. 무엇보다 김 감독이 아스나위를 믿고 쓸 수있는 마음을 갖고 있어서 너무 고맙다. 풀백, 윙포워드 등 다양한 기회를 주는 모습이 상당히 깨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인도네시아 팬 20~30명이 경기장을 찾았다고 하자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축구에 대단히 열광적이다. 몇십 명은 턱없이 부족하다. 5000명은 와야 한다"고 답했다. "구단주인 윤화섭 시장님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안산에서 아스나위를 어떻게 마케팅적으로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스나위가 엔트리에 들어갈 때는 미리 홍보해서 인도네시아 팬들이 더 많이 경기장에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 감독은 에어앰뷸런스를 타고 급귀국해 우려를 자아낸 건강에 대해서도 직접 설명했다. "에어앰뷸런스를 타고 와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폐에 물이 30~50% 찼다고 해서, 현지교민도 같은 증세로 돌아가신 사례가 있고, 폐는 한순간에 나빠질 수도 있다고 해서 치료를 위해 취한 조치"라고 밝혔다. "귀국 후 나흘만에 폐가 완치됐다. 활동에 아무 지장이 없다"면서 "4월 말까지 휴식을 취한 후 내달 2일 귀국할 것"이라고 일정을 밝혔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팬들을 향한 인사에선 대표팀 감독으로서 아스나위와 인도네시아 축구 발전을 바라는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스나위가 한국에서 3경기를 뛰고 잘 적응하고 있어 기분이 좋다. 안산에 머물지 않고 K리그1까지 올라갈 수 있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 또 혼자만 잘되는 것이 아니라 아스나위를 통해 더 많은 동료들이 올 수 있길 바란다. K리그 감독들도 아세안쿼터를 체크해보면 좋은 인재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스나위도 혼자만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네시아 축구가 발전한다는 자긍심을 갖고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스나위는 "저와 안산을 위해 기도하고 응원해주시는 팬들께 감사들니다. 안산에서 좋은 결과를 가지고 인도네시아에 돌아가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아스나위와의 다음 만남을 묻는 질문에 신 감독은 "스태미너 보강을 위해 고기를 사줘야겠다"고 했다. "돼지고기는 (종교상 이유로) 안먹으니 소고기, 투뿔(1++, 1등급 투플러스)을 사줘야겠다"며 활짝 웃었다. 헤어지는 순간까지 신 감독은 애제자를 향한 신신당부를 잊지 않았다. "아스나위, 수비적으로 많이 내려가려면 지금처럼 해선 안돼. 체력을 더 길러야해, 지금보다 훨씬 더 열심히 해야해!"
'천군만마' 국대감독님의 폭풍 잔소리, 주먹 악수를 하고 돌아서는 아스나위의 얼굴이 그저 환했다.
안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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