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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배수의 진, 올 시즌 내내 마음에 품고갈 단어입니다."
설기현 경남FC 감독의 각오였다. 경남은 올 겨울 가장 핫한 팀이었다. 2부리그지만, 초반부터 이적시장을 주도했다. 설 감독은 "지난 시즌 선수단이 좋기는 했지만, 내 색깔에 맞는 선수를 직접 고르지는 못했다. 올 겨울에는 선발부터 내 색깔을 낼 것"이라고 했다. 호언대로 광폭행보를 보였다. K리그1 팀들이 노리던 윌리안, 에르난데스, 김영찬, 임민혁 등을 차례로 품었다. 'FA 최대어'로 불린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이정협의 영입은 그 정점이었다. 경남은 지난 시즌 주축을 지킨데 이어 수준급 자원들을 대거 더하며 'K리그1급' 더블스쿼드를 구축했다.
빠르게 선수 구성이 완료된만큼, 훈련 속도도 빠르다. 설 감독은 "욕심 같아서는 100%로 하고 싶지만, 아직 외국인선수들이 자가격리 때문에 합류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다른 팀에 비하면 빠르게 완성된 스쿼드로 훈련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지난 시즌에도 그랬지만, 올 시즌 경남의 키워드도 '설기현'이다. '설사커'로 불리는 설기현식 축구가 화두일 수 밖에 없다. 설 감독은 "내가 추구하는 전술을 구현할 수 있는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 지난 시즌에 비해서는 더 포지션적 전문화가 이루어질 것 같다. 지난 시즌 수비진의 빌드업을 강조했다면 이제는 수비도 되는 선수들, 최전방에서 움직임이 강조됐다면 마무리도 되는 선수들이 들어왔다. 지난 시즌 미흡했던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선수들이 들어온만큼, 더 나은 축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나는 우리가 K리그1 중위권이라고 생각하고 팀을 만들고 있다. 선수 영입도 그에 맞춰서 했다. 승격에 목을 메는 축구보다는 우리만의 축구를 하는게 중요하다. 특별한 축구를 하면서 결과를 가져와야, 승격 후에도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설 감독은 겨우내 지난 시즌을 복귀했다. 그는 "감독으로 역량이 부족했다고 느꼈다. 한 시즌을 이끈 경험이 없다보니 문제가 일어났을때 대처하는 자세가 아쉬웠다. 마무리는 나쁘지 않았지만, 운도 따랐고, 여러모로 배울 수 있는 한해였다. 이제 그 미숙함을 반복하지 않는게 중요하다"며 "올 시즌도 쉽지는 않겠지만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바꿀지가 중요하다. 한 시즌의 경험이 있으니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동계때부터 지난 시즌 아쉬웠던 부분을 선수들에게 집중적으로 주입시킬 생각"이라고 했다.
일단 큰 변화 보다는 디테일한 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설 감독은 "내 축구가 점유율, 빌드업 축구라고 정의하기에는 애매하다. 그때 그때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는데, 인식이 한쪽으로 쏠려 있는 듯 하다"며 "전체적으로는 지난 시즌의 형태를 유지할거다. 큰 변화가 아니고 세밀한 부분만 건드려도 전혀 다른 축구가 나올 수 있다. 지난 시즌을 치르며 어느정도 틀이 갖춰졌기에, 다양한 장점을 가진 선수들을 활용해 변화를 줄 생각"이라고 했다.
설 감독은 "지난 시즌 수원FC와의 플레이오프 경기를 보며 내 축구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그 경기가 정말 의미가 있었던거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즐기면서 뛰더라. 우리가 조직적으로 상대를 압도하고, 그 과정에서 선수들이 자신감 있게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가 즐기지 않는데 어떻게 관중이 즐길 수 있나. 선수들도, 나도 중요한 부분을 다시 느꼈다"고 했다. 이상적인 이야기를 반복했지만, 역시 눈 앞에 펼쳐진 당면과제는 승격이다. 설 감독도 이를 잊지 않았다. 설 감독은 "지난 시즌 문턱을 넘다 말았기에 이번에는 무조건 넘어야 한다. 다시 한번 기회를 얻은거다. 어려운 시즌이 되겠지만 (김)병지형이 그랬지 않나. '내 뒤에 공은 없다.' 나도 그런 마음가짐이다. 승격 외에 다른 목표는 없다. 그게 올해의 존재 이유가 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통영=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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