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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 "내년에는 상대가 '안산' 이름만 들어도 진저리가 나게 할라고요."
김 감독은 지난해 말 안산 지휘봉을 잡았다. 김 감독은 "내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지도자는 아니지만, 안산 출신에, 학교도 여기서 나와서 가산점을 받았다. 경험이 부족하지만, 더 책임감 있게 희생할 것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했다. 예상은 했지만, 안산은 생갭다 더 열악했다. 그는 "일단 작년 멤버 중 10명이 빠져나갔다. 다 핵심 자원이었다. 여기에 내가 들어왔을때 이미 멤버가 갖춰진 뒤였다. 스쿼드를 파악하는데, 한숨이 나오더라. 터키 전지훈련 다녀왔을때도 우스개 소리로 '잠을 못자겠다'고 했다"고 했다.
그럴수록 이를 더 악물었다. 김 감독은 "나름 협회에서 공부도 많이 했고, 선수로, 코치로 프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잘만 하면 우리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실제 기존의 선수들과 빠르게 맞춰가는데 있어, 협회에서 대표팀 지도자를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K리그에서 연령별 지도자들이 실패를 했던 것을 교훈 삼아, 훈련량이나 강도, 그리고 소통에 많은 신경을 썼다. 젊은 지도자 답게 선수들에게 많은 자율을 줬다. 터키 전훈을 잘 마무리하며, 조금씩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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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후반기 까뇨뚜가 영입되며 흐름이 바뀌었다. 김 감독도 실리적인 축구로 방향을 틀었다. 김 감독은 "터키부터 공격축구를 준비했다. 실제 1, 2라운드에서도 한골 먹으면 두골 넣는 축구를 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싶더라. 3라운드부터는 실리적인 축구를 택했다. 다행히 먹혔다. 승도 많이 했고, 순위도 끌어올렸다"고 했다. 시즌 막판 선두권 순위싸움이 치열해지며, 안산은 '공포의 팀'이 됐다. 상위권팀들에게 안산은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데, 쉽게 이길 수 없는 팀이었다. 김 감독은 "결과는 질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다. 지더라도 끝까지 해보고 지는거는 완전히 다르다. '끝까지 하자'는걸 참 많이 강조했다. 져도 본전이고, 그러면서 물어뜯다보니 강팀도 잡았다"고 했다. 이어 "막판에는 선수들에게 '최하위는 안된다. 나에게도, 너희들에게도 불명예'라고 했다. 한경기 한경기 소중하게 뛰었다. 마지막 순위를 보고 선수들도 놀라더라"고 했다.
내년에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김 감독은 "모든 감독님들이 선수가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진짜 없다. 1억짜리 선수 한명만 있어도 좋겠다 싶은게 솔직한 속내"라며 "그래도 지금 열심히 뛰어주는 선수들이 소중하다. 국내 선수는 변화가 거의 없다. 다만 외국인선수가 보강이 되는만큼 지난 시즌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가장 큰 힘은 자신감이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지난 시즌도 버텼는데, 그러면 어떤 상황도 이겨낼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이 든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일찌감치 새로운 시즌 대비에 나섰다. 벌써 훈련을 진행한지 제법 됐다. 김 감독은 "우리가 타 팀과의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는건 이것 밖에 없다"며 "내년에는 조금 더 안산만의 축구를 하고 싶다. 쉽게 포기하지 않고, 도전적인 축구, 홈에서만큼은 공격적인 축구로, 팬들이 운동장에서 흥을 낼 수 있는 축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다음 시즌 목표를 물었더니 "5위, 지난 시즌보다는 그래도 나아져야 하지 않겠나"고 답한 김 감독은 이내 한마디 더 추가했다. "올해 안산이 쉽지 않다고 하셨는데, 내년에는 더 괴롭혀 볼려고요. 안산 이름만 들어도 지겹다는 말 나오게 해봐야죠."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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