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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이렇게 해가지고 감독으로 먹고 살수 있을까 자책도 했죠. 완벽하게 실망스러운 한해였어요."
쉽지 않은 시작이었다. 지난 시즌 후반기 감독대행으로 가능성을 보인 전 감독은 올 시즌 정식 감독이 됐다. 하지만 선수단 구성부터 꼬였다. 전남 프런트 내부 갈등으로 원하는 선수 구성을 전혀 하지 못했다. 핵심 공격수였던 바이오를 계약 미스로 대전 하나시티즌에 뺏겼고, 핵심 미드필더였던 김영욱(제주 유나이티드) 한찬희(FC서울)를 차례로 잃었다. 대체자로 기대했던 선수들은 좀처럼 영입되지 않았다. 전 감독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대표님이 믿어주시지 않았으면 일찍 나올수도 있었다. 다행히 프런트가 다시 안정을 찾았지만, 선수 작업을 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많이 늦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감독은 묵묵히 팀을 만들었다. K리그1급 투자를 한 제주, 대전, 경남FC 등과의 힘겨운 승격전쟁을 앞두고 있었지만, 전 감독의 목표는 '승격'이었다. 그는 "빈말이 아니었다. 자신도 있었다. 그래서 '증명 하겠다'는 말을 한거다. 감독으로 첫 풀시즌이었지만 코치로 많은 경험을 했다. 물론 코치와 감독이 다르기는 하지만, 내가 이 팀의 코치라고 선을 긋고 한 적은 없었다. 늘 간절하게, 목숨을 걸고 했다. 그래서 많은 경험을 했다고 한거다"며 "전반기에 제대로 선수 구성을 하지 못했지만, 후반기 선수를 충원할 수 있다는 계산 하에, 전반기에만 잘 버텨내면 된다고 계산을 했다. 시즌을 치르면서 순간순간 좋은 선택을 할거라는 자신감이 있었고, 흐름을 타면 한두번의 기회가 올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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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역꾸역 마지막까지 갔지만, 무승부에 발목이 잡혔다. 27경기 중 무려 14경기를 비겼다. 그 중 한경기만 승리로 바뀌어도 플레이오프가 가능했다. 전 감독은 "14무는 말도 안된다. 충격이었다. 14번의 무승부 중 제주 원정 1대1 무승부는 정말 창피했던 경기였다. 아무 것도 못했을 정도다. 그 경기 말고는 나름 우리 경기를 했다. 제주전을 빼고 13경기 중 3경기는 지고 있다가 막판 동점골로 비겼다. 3경기가 감사한 경기였다면, 나머지 10경기는 원통한 경기였다는 이야기다. 그런 경기가 너무 많았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내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도 '지지 않은 것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물었더니 '단호박' 대답이 돌아왔다. "1도 의미가 없다. 안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안져서 올라갈 수 있는 팀이 아니다. 그건 초반 이야기였다. 만약 지지 않아서, 그 결과로 승격을 했다면 의미가 있었겠지만, 14무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전 감독은 "찾아온 한, 두번의 기회, 예를 들면 후반기 대전, 안산 홈 2연전에서 1무1패가 아니라 2승이었다면, 3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랬다면 축구 자체가 달라질 수 있었다. 판도 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도 자다가 벌떡 일어난다"고 했다.
전 감독은 다음 시즌 다시 한번 승격에 도전한다. 팀도 힘을 실어줬다. 2년 재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 전남은 모기업 사정으로 올 겨울에도 돈을 쓰기가 어렵다. 오히려 핵심 자원들을 내줄 수도 있다. 전 감독은 최악의 상황에서 또 다시 답을 내기 위해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전 감독은 "이렇게 하면 괜찮겠지, 이런 안일한 생각은 없다. 그러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올해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거다. 가진 스쿼드로 결과를 내는게 내 할 일"이라고 했다. 외국인 선수를 중심으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전 감독은 여전히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다만 올해는 말을 아낄 예정이다. 그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결과를 내지 못했다. 말이 앞선 것이 아닌가 하는 후회를 했다. 내년에는 말보다는 결과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의 다짐 속 날카로운 칼이 숨어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다음 시즌도 전남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팀이 될 것 같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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