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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골↑6연승,8년만의 8강!" 부담감 내려놓은 울산,즐기는 '완전체'축구의 힘[ACL리포트]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12-08 17:02



"매경기 즐기면서, 재미있게 승리하겠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고 있는 2020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울산 현대 에이스들이 인터뷰 때마다 하는 말이다.

지난 2년간 울산 현대는 어찌 보면 우승 부담감에 눌려 있었다. 2005년 이후 14년만의 우승, 15년만의 우승에 잇달아 도전했다. '영혼까지 끌어모은' 영입을 감행했고, '꿀잼 축구'로 이슈의 중심에 섰지만,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지 못했다. 전북에게 2년 연속 역전우승을 허용했다. 고대했던 FA컵 우승까지 내준 후 대표팀 차출 선수들의 코로나 뉴스가 쏟아지던 11월 중순, 불안하고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도하행 비행기에 올랐다. 시즌 마지막 ACL 무대에 도전하는 이들이 떠나면서 남긴 말은 "무거운 상황이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뛰겠다"였다. 우승과 승리의 부담감을 내려놓았다.

삼엄한 경비, 철저한 방역 속에 치러지는 ACL 현장엔 훈련, 휴식과 경기만이 존재했다. 호텔방에 격리된 이들에게 동료들과 만날 수 있는 그라운드는 숨통이 됐다. "성적, 순위를 떠나 서로 즐겁게, 건강하게, 재미있게 함께 시즌을 잘 마무리하자"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울산은 조별리그 첫 경기인 상하이 선화전 이후 멜버른 빅토리와의 16강전까지 파죽의 6연승을 달렸다. 리그 우승을 목표 삼았던 '영끌'스쿼드는 코로나 시대, 사흘에 한번꼴, 한 장소에서 집중적으로 열리는 ACL 무대에서 빛을 발했다. 한 시즌 내내 기회에 굶주린 벤치 멤버, 영건들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효율적인 로테이션을 가동하며 모두가 함께 뛰는 가운데 연승 가도를 달리며 팀 분위기도 함께 올라갔다.

'베테랑 골키퍼' 조수혁이 '국대 후배' 조현우가 코로나 양성 판정 이후 비운 뒷문을 든든히 지켰고, 1999년생 막내 골키퍼 서주환이 프로 데뷔전에서 승리를 꿰찼다. 2000년생 공격수 박정인이 짜릿한 프로 데뷔골을 터뜨렸고, 이상헌도 나란히 골맛을 봤다. '축구천재' 윤빛가람이 첫 경기 상하이 선화전과 16강행을 조기확정 지은 퍼스 글로리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했고, '슈퍼서브' 비욘 존슨도 조별리그 마지막 상하이 선화전과 '단판승부' 멜버른 빅토리와의 16강전에서 2경기 연속 멀티골로 8강행을 이끌었다. 16강 멜버른전에선 부상에서 돌아온 베테랑 풀백 박주호가 풀타임을 소화했고, 대표팀에서 돌아온 원두재가 프로 데뷔골을 터뜨렸다.

코로나 시련속에 고통스러운 자가격리 기간을 마친 김태환, 정승현, 원두재가 가세하며 울산은 더욱 강해졌다. 이청용, 고명진, 윤빛가람, 주니오, 김태환 등 울산 축구를 이끌어온 에이스들뿐 아니라 백업 멤버, 어린 선수들이 모두 행복한 6연승을 달리며 6경기 연속 2골 이상을 기록했다.

ACL 역사상 6경기 연속 2골 이상을 기록한 팀은 '2013년 우승팀'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유일하다. 8강전에서 2골 이상을 터뜨릴 경우 이 기록을 경신한다. 울산은 6경기에서 16골을 터뜨리는 공격축구, 후반 막판으로 갈수록 강해지는 뒷심축구로 ACL 무대를 휘젓고 있다.

김도훈 감독은 지난 6일, 16강전에서 멜버른 빅토리를 3대0으로 완파하며 8년만의 8강행을 확정 지은 후 "이런 좋은 스쿼드와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선수들도 이 대회를 치르기 위해 잘 준비했고, 다같이 잘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격리 생활 중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하고 경기에 나갈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누가 나가도 역할을 해낼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로 대회를 마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전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가 16강전을 앞두고 주목할 선수로 꼽은 윤빛가람은 16강전에서도 비욘 존슨과 원두재 골의 시작점이 됐다. "모든 선수들이 경기를 '재미있게' 하려고 하다보니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다"고 했다. 비욘 존슨 역시 "팀 동료들로부터 자신감을 받았다. 정말 열심히 훈련했고, 모두가 준비된 것을 보여줬다. 이 대회를 '즐기며' 또 승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인성은 "오로지 카타르 안에서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 심리적으로 편하다. 늘 그래왔듯이 '재미있게' 하면서 매경기 승리하겠다"고 했다.

K리그 안에서 우승 부담감에 눌렸던 울산 축구가 달라졌다. '재미있게' '가볍게' 파죽지세로 8강까지 올랐다. 잇단 준우승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뛰는 '원팀' 울산의 마지막 도전은 의미 있다. 울산의 '완전체' 축구가 ACL무대에서 K리그 대표다운 모습으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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