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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우형이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즐기다 오라고 하셨다. 동료 형들을 믿고 긴장을 덜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카타르행을 앞두고 울산은 골키퍼 고민이 컸다. 벤투호의 오스트리아 A매치 2연전에 선발된 '국대 골키퍼' 조현우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격전지' 카타르 도하에 입성하지 못했다. 조현우를 아끼는 골키퍼 선후배 조수혁, 서주환, 민동환이 마음을 한데 모았다. 올시즌 리그 전경기를 뛴 '한국 최고 골키퍼' 조현우의 빈자리를 메워내기로 결의했다.
조수혁이 조별리그 첫 4경기 울산의 4연승을 지켜냈고, 마지막 5번째 경기에 막내 서주환이 출격했다. '아기호랑이' 서주환의 데뷔전을 선배들은 진심으로 응원했다. 서주환은 "(조)현우형이 한국에서 메시지로 응원해주셨다. '성실하게 준비해서 오늘 선발로 나가는 거야. 연습한 대로 하면 되고, 즐기다 오면 될 거야.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즐기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거야'라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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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선발 소식을 듣고 많이 떨렸지만 주위에서 형들이 '긴장할 것 없다. 형들이 다 도와줄 거다'라고 얘기해주셨다. 형들을 믿고 긴장을 덜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형들이 실제로도 많이 도와줘서 마음 편하게 경기에 임한 덕분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며 형들에게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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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키퍼에게 기다림은 숙명이다. 기다림의 기간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절대적인 제1골키퍼 조현우가 있는 팀, 제3골키퍼의 자리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기회에서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몸도 마음도 늘 준비돼 있어야 한다. 서주환도 그랬다. ACL 무대에서 제2골키퍼가 된 상황, 훈련과 실전에서 서주환의 자리는 더욱 중요해졌다. 서주환은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나태하지 않도록 잘 준비해왔다"고 했다. "오전 팀 훈련에서도 최선을 다했고, 오후 호텔 안에 있는 헬스장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해왔다"고 설명했다. "경기에선 즐기면서 편하게 임하려고 노력했다. 무실점을 목표로 경기에 나섰다. 비록 1실점했지만 그래도 아시아 무대에서 우리 동료형들과 함께 데뷔전을 치를 수 있어서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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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을 앞두고 우선지명으로 울산 유니폼을 입은 서주환의 등번호는 25번이다. 가장 좋아하는 골키퍼, '현역 레전드' 조 하트(토트넘)의 맨시티 시절 번호다. 서주환은 "어렸을 때 조 하트를 보면서 신체조건과 선방 능력을 동경해왔다. 경기 중에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대처를 포함한 퍼포먼스가 뛰어나다. 보고 배우려고 노력을 많이 해왔다"고 했다. "현대고와 울산대에도 25번을 한번씩은 달았었다. 그만큼 마음속에 두고 있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서주환에게 다음 목표를 묻자 "지금 참가하고 있는 대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장의 목표"라고 답했다. "점점 더 좋은 모습,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울산은 '맏형 조수혁부터 막내 서주환까지' 조별리그 5경기에서 전선수들이 함께 뛰는 '원팀'으로 '무패 조1위 16강행'을 이뤘다. K리그의 자존심을 지켰다. K리그1, FA컵 우승을 놓친 후 좌절했지만, 카타르 도하에서 아시아챔피언의 도전을 굳건히 이어가고 있다. 가장 위대한 영광은 결코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매번 다시 일어나는 데 있다. 울산은 7일 오후 11시 E조 2위로 16강에 오른 멜버른 빅토리와 8강행을 다툰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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