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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점데뷔전'21세 울산GK 서주환 "(조)현우형 실수 두려워말라는 조언 큰힘"[ACL진심인터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12-05 12:03


사진 제공=울산 현대 구단


"(조)현우형이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즐기다 오라고 하셨다. 동료 형들을 믿고 긴장을 덜었다."

2020년 12월 3일은 '아기호랑이 수문장' 서주환(21)에게 평생 잊지 못할 날이 될 것이다. 서주환은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최종전 상하이 선화전에서 첫 골키퍼 장갑을 끼고 4대1 승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울산 입단 후 첫 프로 데뷔전 대승 직후 선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지난달 30일 FC도쿄를 2대1로 꺾고 4연승, 16강을 조기 확정한 상황, 김도훈 울산 감독은 패기만만한 어린 선수들을 중심으로 과감한 로테이션을 감행했다. '울산 유스' 2000년생 박정인, 1998년생 이상헌이 비욘 존슨과 최전방에 섰고, 1996년생 센터백 김민덕이 수비라인에 섰다. 그리고 1999년생 골키퍼 서주환이 최후방을 지켰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카타르행을 앞두고 울산은 골키퍼 고민이 컸다. 벤투호의 오스트리아 A매치 2연전에 선발된 '국대 골키퍼' 조현우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격전지' 카타르 도하에 입성하지 못했다. 조현우를 아끼는 골키퍼 선후배 조수혁, 서주환, 민동환이 마음을 한데 모았다. 올시즌 리그 전경기를 뛴 '한국 최고 골키퍼' 조현우의 빈자리를 메워내기로 결의했다.

조수혁이 조별리그 첫 4경기 울산의 4연승을 지켜냈고, 마지막 5번째 경기에 막내 서주환이 출격했다. '아기호랑이' 서주환의 데뷔전을 선배들은 진심으로 응원했다. 서주환은 "(조)현우형이 한국에서 메시지로 응원해주셨다. '성실하게 준비해서 오늘 선발로 나가는 거야. 연습한 대로 하면 되고, 즐기다 오면 될 거야.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즐기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거야'라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귀띔했다.

조현우의 빈자리를 단단하게 메워온 '베테랑 맏형' 조수혁 역시 후배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조)수혁이형은 자신의 데뷔전 얘기를 해주셨다. '긴장되겠지만, 긴장할 거 없어. 하고 싶은 경기 하고, 어차피 경기장에서 직접 하는 거니까 즐겁게 하면 잘 될거야'라고 격려해주셨다"고 했다.



사진 제공=울산 현대 구단
선배들의 기운이 통했을까. 서주환은 ACL 첫 출전, 프로 데뷔전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담대하고 침착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매서워진 상하이 선화의 공격, 수차례 위기를 몸 날려 막아냈다. 후반 42분 상대의 날선 헤더를 동물적인 펀칭으로 쳐내는 슈퍼세이브를 선보였다. 4대1 대승, 5연승으로 기분 좋게 조별리그를 마무리한 후 서주환은 이날 나란히 골맛을 본 '울산 젊은 피' 박정인(프로데뷔골), 이상헌과 함께 승리의 인증샷을 찍으며 활짝 웃었다.

"처음 선발 소식을 듣고 많이 떨렸지만 주위에서 형들이 '긴장할 것 없다. 형들이 다 도와줄 거다'라고 얘기해주셨다. 형들을 믿고 긴장을 덜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형들이 실제로도 많이 도와줘서 마음 편하게 경기에 임한 덕분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며 형들에게 공을 돌렸다.




골키퍼에게 기다림은 숙명이다. 기다림의 기간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절대적인 제1골키퍼 조현우가 있는 팀, 제3골키퍼의 자리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기회에서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몸도 마음도 늘 준비돼 있어야 한다. 서주환도 그랬다. ACL 무대에서 제2골키퍼가 된 상황, 훈련과 실전에서 서주환의 자리는 더욱 중요해졌다. 서주환은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나태하지 않도록 잘 준비해왔다"고 했다. "오전 팀 훈련에서도 최선을 다했고, 오후 호텔 안에 있는 헬스장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해왔다"고 설명했다. "경기에선 즐기면서 편하게 임하려고 노력했다. 무실점을 목표로 경기에 나섰다. 비록 1실점했지만 그래도 아시아 무대에서 우리 동료형들과 함께 데뷔전을 치를 수 있어서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1m90-79㎏에 긴 팔다리, 최적의 신체조건을 지닌 서주환은 대한민국 골키퍼의 미래다. 울산 현대고 시절인 2017년 후반기 전국 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 우승을 이끈 동급 최강 수문장이다. 당시 금호고와의 승부차기 혈투에서 폭풍선방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6년 히로시마 U-17 청소년축구, 이스라엘 4개국 친선대회 등에 발탁되며 연령별 대표팀도 두루 거쳤다. 김범수 울산 골키퍼 코치는 "신체조건, 실력과 인성을 두루 갖춘, 앞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좋은 선수"라고 단언했다. 공중볼 장악 능력이 뛰어나고 킥 능력도 갖춰 빌드업에도 능하다는 평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우선지명으로 울산 유니폼을 입은 서주환의 등번호는 25번이다. 가장 좋아하는 골키퍼, '현역 레전드' 조 하트(토트넘)의 맨시티 시절 번호다. 서주환은 "어렸을 때 조 하트를 보면서 신체조건과 선방 능력을 동경해왔다. 경기 중에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대처를 포함한 퍼포먼스가 뛰어나다. 보고 배우려고 노력을 많이 해왔다"고 했다. "현대고와 울산대에도 25번을 한번씩은 달았었다. 그만큼 마음속에 두고 있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서주환에게 다음 목표를 묻자 "지금 참가하고 있는 대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장의 목표"라고 답했다. "점점 더 좋은 모습,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울산은 '맏형 조수혁부터 막내 서주환까지' 조별리그 5경기에서 전선수들이 함께 뛰는 '원팀'으로 '무패 조1위 16강행'을 이뤘다. K리그의 자존심을 지켰다. K리그1, FA컵 우승을 놓친 후 좌절했지만, 카타르 도하에서 아시아챔피언의 도전을 굳건히 이어가고 있다. 가장 위대한 영광은 결코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매번 다시 일어나는 데 있다. 울산은 7일 오후 11시 E조 2위로 16강에 오른 멜버른 빅토리와 8강행을 다툰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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