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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중국에서도 '봉길매직'이라고 하더라고요."
갑작스러운 중국행이었다. 23세 이하 대표팀에서 실패를 맛본 김 감독은 이후 경기대에서 감독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중국에서 예상치 못한 러브콜이 왔다. 김 감독은 "산시에서 한국인 감독을 찾는다고 해서 누가 나를 추천한 모양이더라. 사실 그 전부터 중국 이야기도 있었고, 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현실이 될지는 몰랐다"고 했다. 면접 차 산시로 넘어갔는데, 갑자기 결정이 났다. 김 감독은 "점심 때 구단주와 만나서 식사를 하면서 면담을 했다. 이런 팀을 만들겠다고 나름 설명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돌아오는 일정이었는데, 밤에 연락이 왔다. 구단주가 나에게 상당한 호감을 가졌다고 하더라. 귀국편을 늦추라고 했고, 바로 다음 날 계약하고 가라고 하더라. 그렇게 산시행이 결정이 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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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는데 코로나 변수가 생겼다. 당초 3월 개막할 것이라던 리그가, 4월, 5월, 6월, 조금씩 늦어졌다. 김 감독은 "오히려 나에게는 전화위복이 됐다. 팀을 더 만들 시간이 주어졌다"고 했다. 김 감독식 축구의 핵심은 압박이었는데, 선수들의 체력이 문제였다. 차근 차근 팀을 만들며 선수들의 체력을 바짝 끌어올렸다. 중국 내 전지훈련을 오가며 선수들의 기분을 전환시키려고 했고, 이 부분이 주효했다. 한편으로는 이 시간이 김 감독에게는 가장 힘든 시기기도 했다. 김 감독은 "중국으로 가며 각오를 남다르게 하기는 했지만, 한국도 못돌아오고, 이동도 자유롭지 않다보니 쉽지 않았다. 가족들이 중국의 코로나 상황이 심하다고 하니까 걱정도 많았고,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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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력부터 결과까지 거머쥔 김 감독을 향해 러브콜이 이어졌다. 2부 리그 4팀이 치열한 영입전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슈퍼리그(1부리그)팀들도 관심을 보내고 있다. 김 감독은 "산시와 계약기간이 남았었다. 구단주도 나와 더 가고 싶지만, 팀 사정을 이야기 하더라. 마침 다른 팀에서 러브콜이 오고 있어 계약을 해지 했다. 도전을 더 이어가고 싶은 생각도 컸다"고 했다. 김 감독과의 이별에, 구단 관계자도, 산시 팬들도 아쉬워했다. 김 감독은 "팀이 더 커지면 다시 만나자고 하더라. 매 훈련마다 나와서 지켜보던 팬들도 아쉬워 하셨다. 모두 다 인사를 하고 나오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결과적으로 중국행은 내 지도자 인생에서 신의 한수가 됐다"고 했다. 김 감독은 23세 이하 대표팀 실패 후 '김봉길은 끝났다'는 평가를 바꾸고 싶었다. 그는 "사실 자랑도 하고 싶었다. 김봉길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기회만 주어지면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늘 있었다. 준비도 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기회가 왔고, 결과를 잡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격리 후 다시 중국으로 갈 예정이다. 팀이 정해지면 사인하고, 바로 또 다음 시즌 준비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번에도 쉽지 않은 도전이 예고되고 있지만, 김 감독은 벌써부터 들뜬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새로운 도전이 나를 깨웠다. 이제 다른 도전이 시작되는 만큼 이번에도 맞서서 이겨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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