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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쏟아낸 진심, 베테랑 김진환의 진가 "이겨내고 싶었다"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20-10-12 06:30


11일 서울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이랜드와 부천FC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20' 23라운드 홈경기에서 골을 넣은 김진환(오른쪽)이 눈물을 참고 있다. 동료 김동권이 달려와 파이팅을 불어 넣고 있다. 사진제공=서울 이랜드

[잠실=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이겨내고 싶었다."

부주장으로서의 책임감,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미안함, 잘 하고 싶었던 간절함. 수많은 감정이 휘몰아쳤다. 이를 악물며 참고, 또 참았던 눈물. 결국은 폭포수처럼 터져 나왔다. '서울 이랜드의 부주장' 김진환(31)의 얘기다.

김진환은 11일 서울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부천FC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20' 23라운드 홈경기에서 결승골을 꽂아 넣으며 팀의 3대0 승리를 이끌었다. 홈에서 승리를 챙긴 이랜드(승점 34)는 3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지난 8월 9일 이후 3위 자리를 탈환한 이랜드는 플레이오프(PO) 진출을 향한 희망을 키웠다.

경기 뒤 김진환은 "이상민과 김태현이 23세 이하(U-23) 대표팀 일정으로 제외됐다. 김수안과 내가 경기에 나서게 됐다. 이 부분에서 감독님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함께 호흡을 맞춘 김수안과 김동권이 잘 해준 덕분에 좋은 결과, 좋은 경기를 한 것 같다"고 입을 뗐다.

오랜만에 선발로 밟은 그라운드. 김진환은 전반 18분 이날의 결승골이자 올 시즌 리그 첫 득점을 완성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세트피스는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다고 항상 강조하신다. 사실 우리가 세트피스로 골을 넣은 적이 많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우리가 다 함께 집중하자고 했다.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세트피스 하나로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었다. 첫 골은 내가 넣었지만, 동료들이 잘해준 덕분"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득점포를 가동한 김진환은 두 팔을 활짝 펼치며 정정용 감독에게 달려가 기쁨을 나눴다. 그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김진환은 두 손으로 눈을 꾹꾹 누르며 간신히 눈물을 참았다. 하지만 그 장면을 떠올리자 더 이상은 눈물을 참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경기 뒤 담담히 말을 이어가던 김진환은 끝내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이겨내고 싶었다. 힘든 부분이 있었다. 골을 넣으니 그 힘들었던 생각이 나서 눈물이 흘렀다. 훈련장에서는 힘든 부분을 티 내지 않고 부주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었다"며 폭풍 눈물을 흘렸다.

김진환은 올 시즌을 앞두고 새 도전에 나섰다. 그는 정 감독의 부름을 받고 이랜드의 유니폼을 입었다. 1980년대생이 세 명에 불과한 어린 팀. 이랜드에 합류한 김진환은 그라운드 위 수비수이자 경기장 밖 리더로서의 역할을 부여 받았다.


이를 악 물었다. 김진환은 올 시즌 축구에 모든 것을 걸었다. 팀 내 베테랑이지만, 후배들과 함께 생활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구슬땀을 흘렸다. 하지만 시즌 개막 전 불의의 부상으로 이탈했다. 다시 뛸 날을 기다리며 묵묵히 재활에 나섰다. 쉽게 풀리는 일은 없었다. 김진환은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2020년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골을 넣었지만, 팀의 패배로 고개를 숙였다. 이후 또 다시 부상으로 이탈하며 힘을 잃은 듯했다.

보란 듯이 일어섰다. 김진환은 이상민 김태현 등 U-23 후배들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우며 베테랑의 진가를 발휘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언제나 제 자리에서 묵묵히 역할을 해내는 김진환.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이고 싶다"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뜨거운 눈물 속 김진환의 진심. 김진환, 그리고 이랜드는 그렇게 더 뜨거워지고 있다.


잠실=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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