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실=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이겨내고 싶었다."
경기 뒤 김진환은 "이상민과 김태현이 23세 이하(U-23) 대표팀 일정으로 제외됐다. 김수안과 내가 경기에 나서게 됐다. 이 부분에서 감독님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함께 호흡을 맞춘 김수안과 김동권이 잘 해준 덕분에 좋은 결과, 좋은 경기를 한 것 같다"고 입을 뗐다.
오랜만에 선발로 밟은 그라운드. 김진환은 전반 18분 이날의 결승골이자 올 시즌 리그 첫 득점을 완성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세트피스는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다고 항상 강조하신다. 사실 우리가 세트피스로 골을 넣은 적이 많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우리가 다 함께 집중하자고 했다.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세트피스 하나로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었다. 첫 골은 내가 넣었지만, 동료들이 잘해준 덕분"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경기 뒤 담담히 말을 이어가던 김진환은 끝내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이겨내고 싶었다. 힘든 부분이 있었다. 골을 넣으니 그 힘들었던 생각이 나서 눈물이 흘렀다. 훈련장에서는 힘든 부분을 티 내지 않고 부주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었다"며 폭풍 눈물을 흘렸다.
김진환은 올 시즌을 앞두고 새 도전에 나섰다. 그는 정 감독의 부름을 받고 이랜드의 유니폼을 입었다. 1980년대생이 세 명에 불과한 어린 팀. 이랜드에 합류한 김진환은 그라운드 위 수비수이자 경기장 밖 리더로서의 역할을 부여 받았다.
이를 악 물었다. 김진환은 올 시즌 축구에 모든 것을 걸었다. 팀 내 베테랑이지만, 후배들과 함께 생활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구슬땀을 흘렸다. 하지만 시즌 개막 전 불의의 부상으로 이탈했다. 다시 뛸 날을 기다리며 묵묵히 재활에 나섰다. 쉽게 풀리는 일은 없었다. 김진환은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2020년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골을 넣었지만, 팀의 패배로 고개를 숙였다. 이후 또 다시 부상으로 이탈하며 힘을 잃은 듯했다.
보란 듯이 일어섰다. 김진환은 이상민 김태현 등 U-23 후배들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우며 베테랑의 진가를 발휘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언제나 제 자리에서 묵묵히 역할을 해내는 김진환.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이고 싶다"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뜨거운 눈물 속 김진환의 진심. 김진환, 그리고 이랜드는 그렇게 더 뜨거워지고 있다.
잠실=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무료로 보는 오늘의 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