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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투수' 박건하, '수원정신'으로 빅버드를 '부활공장'으로 만들었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20-09-28 05:30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올해 마지막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슈퍼매치'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우여곡절 끝에 레전드 박건하 감독을 선임한 수원 삼성은 웃었고,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감독대행이 짐을 싼 FC서울은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강등 위기까지 내몰렸던 수원은 슈퍼매치 포함 최근 2승1무로 수렁에서 어느 정도 탈출하는 흐름이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박건하 '구원 투수' 카드는 좋은 선택이다. 수원의 원조 전설 박 감독은 오합지졸로 흔들렸던 선수단의 중심과 질서를 잡았다. 수원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임하는 자세를 달라지게 만들었다. 그는 '수원 정신'을 강조했다고 한다. K리그 '득점왕'의 자존심이 바닥으로 떨어졌던 타가트는 해트트릭(3골)으로 부활했다. 이렇게 하나로 결합된 복합 작용이 과연 우연일까.

박 감독의 수원은 5년 묵은 슈퍼매치 징크스를 털어냈다. 수원은 26일 서울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파이널B 1라운드 홈경기서 3대1 승리했다. 모처럼 선발로 돌아온 호주 국가대표 공격수 타가트가 3골을 몰아쳤다. 수원은 2015년 4월 18일 서울전 승리 이후 무려 5년 5개월 8일, 19경기 만에 서울을 제압했다. 박 감독은 "하위 스플릿 첫 경기였고, 서울과의 슈퍼매치였다. 반드시 이겨야 했다. 꼭 승리하자고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 '수원 정신'을 살리자고 주문했다.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경기력 면에서 잘해줬다"고 말했다.

'선수 박건하'는 수원 삼성의 원조 레전드였다. 1996년 수원 삼성에 입단, 11년 동안 원 클럽맨으로 뛰었다. 국가대표팀 코치를 지낸 그는 2016년 서울 이랜드 감독으로 데뷔했고, 이달초 위기에 빠진 친정팀의 '선장'으로 돌아왔다. 그가 돌아온 후 수원 선수단의 공기가 달라졌다고 한다. 구단 고위 관계자는 "건강한 긴장감이 흐른다"고 했다. 그럼 박 감독이 말한 '수원 정신'은 뭘 말하는 걸까. 수원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 약 15년 동안 K리그를 주름잡았고, 일약 명문 구단으로 도약했다. 당시 수원은 위기에서 강했고, 역전을 잘 했고, 지고는 가만 있지 않았다. 박 감독은 이런 얘기를 선수들에게 들려주면서 강조했다고 한다. 박 감독의 수원은 지난 13일 서울과의 사령탑 데뷔전에서 1대2로 졌고, 13일 만에 패배를 되갚아주었다.

박 감독은 레전드로서 구단의 위기를 못 본 체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 부임했을 때 선수들이 열심히 뛰었지만, 원팀이 되어 자신감있게 플레이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뭉쳐서 해보자고 이야기를 했다. 오늘 동점골을 허용한 뒤 재역전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게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요한 타이밍에 타가트의 해트트릭이 터진 점에 의미를 뒀다. 타가트는 지난해 20골로 득점왕에 올랐지만 올해 5골로 부진하다 3골을 폭발시켰다. 박 감독은 타가트를 움직이게 만들었고, 동기부여를 해줬다. 타가트가 잘 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주었다. 또 핵심 수비수 헨리가 부상에서 곧 돌아올 예정이라 남은 4경기를 치르는 데 큰 힘이 돼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박 감독의 중심적 행보는 서울의 모습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서울은 슈퍼매치를 앞두고 김호영 감독대행의 사퇴를 발표했다. 올 시즌, 최용수 전 감독에 이어 두번째 사령탑 사임이다.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비난에도 '흑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한 때 K리그 최대 흥행 라이벌이었던 두팀의 너무나 대조적인 행보다.

26일 수원 홈구장 '빅버드'에 '찰리와 축구부활공장'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찰리'는 박 감독의 애칭이다. '축구부활공장'은 수원을 뜻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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