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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올해 마지막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슈퍼매치'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우여곡절 끝에 레전드 박건하 감독을 선임한 수원 삼성은 웃었고,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감독대행이 짐을 싼 FC서울은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선수 박건하'는 수원 삼성의 원조 레전드였다. 1996년 수원 삼성에 입단, 11년 동안 원 클럽맨으로 뛰었다. 국가대표팀 코치를 지낸 그는 2016년 서울 이랜드 감독으로 데뷔했고, 이달초 위기에 빠진 친정팀의 '선장'으로 돌아왔다. 그가 돌아온 후 수원 선수단의 공기가 달라졌다고 한다. 구단 고위 관계자는 "건강한 긴장감이 흐른다"고 했다. 그럼 박 감독이 말한 '수원 정신'은 뭘 말하는 걸까. 수원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 약 15년 동안 K리그를 주름잡았고, 일약 명문 구단으로 도약했다. 당시 수원은 위기에서 강했고, 역전을 잘 했고, 지고는 가만 있지 않았다. 박 감독은 이런 얘기를 선수들에게 들려주면서 강조했다고 한다. 박 감독의 수원은 지난 13일 서울과의 사령탑 데뷔전에서 1대2로 졌고, 13일 만에 패배를 되갚아주었다.
박 감독은 레전드로서 구단의 위기를 못 본 체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 부임했을 때 선수들이 열심히 뛰었지만, 원팀이 되어 자신감있게 플레이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뭉쳐서 해보자고 이야기를 했다. 오늘 동점골을 허용한 뒤 재역전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게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요한 타이밍에 타가트의 해트트릭이 터진 점에 의미를 뒀다. 타가트는 지난해 20골로 득점왕에 올랐지만 올해 5골로 부진하다 3골을 폭발시켰다. 박 감독은 타가트를 움직이게 만들었고, 동기부여를 해줬다. 타가트가 잘 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주었다. 또 핵심 수비수 헨리가 부상에서 곧 돌아올 예정이라 남은 4경기를 치르는 데 큰 힘이 돼줄 것으로 내다봤다.
26일 수원 홈구장 '빅버드'에 '찰리와 축구부활공장'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찰리'는 박 감독의 애칭이다. '축구부활공장'은 수원을 뜻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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