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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 인천을 잡아줘!' 슈퍼매치 라이벌을 응원해야 하는 수원의 처지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0-09-16 05:10


2020 K리그1 20라운드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경기가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수원 박건하 감독과 서울 김호영 감독대행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상암=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9.13/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시즌을 치르다 보면 종종 라이벌 팀을 내 팀처럼 응원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지난 2019년 4월, 리버풀 '원클럽맨' 제이미 캐러거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방송 스튜디오에서 현역시절 죽도로 싫어했던 맨유 유니폼을 꺼내입었다. 리버풀이 리그 선두에 오른 상황에서 맨시티-맨유간 더비를 앞둔 시점이었다. 우승 경쟁팀 맨시티를 맨유가 잡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체면이고 뭐고 다 버렸다. 심지어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고 싸우는 맨유 출신 수비수 게리 네빌의 이름과 등번호 2번이 새겨진 유니폼이었다.

지금 K리그1 무대에서 역대급 부진에 빠진 수원 삼성 팬들은 캐러거의 심경을 어느 정도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

수원은 지난 13일 '슈퍼매치'에서 패배를 안겨 쳐다도 보기 싫겠지만, 서울을 응원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20라운드 현재 수원은 4승5무11패, 승점 17점으로 잔류 커트라인인 11위에 처져있다. 다이렉트 강등권인 12위 인천 유나이티드(3승6무11패·승점 15점)와는 불과 2점차다. 스플릿 라운드 포함 7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2점은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점수다.

공교롭게 슈퍼매치 바로 다음에 서울과 인천의 '경인 더비'가 잡혔다. 16일 오후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포항 스틸러스와의 21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두고, 같은 시각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서울이 인천을 꺾는다면 승점차가 5점으로 벌어져 한숨을 돌릴 수 있다. 정반대의 상황, 그러니까 포항과 인천이 승리하면 최하위로 추락한다.


출처=스카이스포츠 방송화면 캡쳐
어떤 의미에서 수원에 다행인 것이, '인천을 꼭 잡아달라'는 부탁이나 응원 메시지를 보내지 않더라도 인천전에 나서는 서울의 동기부여는 충만한 상태다.

지난 7월말 전임 최용수 감독이 사퇴한 시기에 지금의 수원처럼 강등 걱정을 하던 서울은 김호영 대행 체제에서 분위기를 반등해 파이널A 진입을 바라보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지난 슈퍼매치 승리로 정규리그 2경기를 남겨두고 7승3무10패, 승점 24점을 쌓으며 6위에 올랐다. 7위 광주(승점 22점), 8위 성남(승점 22점)과 2점 차이로, 인천을 상대로 승점 3점을 따낼 경우, 다른 팀 결과에 따라 파이널A 티켓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다. 광주가 7경기 연속 무패로 무섭게 추격하는 중이고, 정규리그 최종전 상대가 세징야의 대구FC란 점을 염두에 둘 때, 어떻게든 인천에서 승부를 보고픈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인천을 상대로 3연승 중인 서울이 또 한 번 승리를 거둔다 할지라도 수원이 포항을 상대로 승점을 쌓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수원은 포지션별 핵심 선수들인 타가트, 고승범, 헨리의 부상 여파로 힘이 빠진 상태에서 2연패를 당했다. 레전드 출신 박건하 수원 감독은 부임 후 전술적으로 변화를 줄 시간이 부족해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에 패하면서 멘털에 다소 손상을 입은 상태로 화끈한 공격력을 장착한 포항을 상대하게 됐다. 그럼에도 박 감독은 "2부로 강등된 수원을 상상해본 적 없다"며 포항전 승리로 분위기를 반등시키겠다는 필사의 각오를 내비쳤다.

캐러거의 '살신성인'에도 불구하고 맨유는 맨시티를 상대로 0대2로 패했고, 결론적으로 리버풀도 우승에 실패했었다. '서울의 붉은 유니폼을 입는 심정'으로 인천 경기를 지켜볼 수원의 바람은 이뤄질까.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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