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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골키퍼는 한 시즌에 승점 15점의 가치를 지닌다(A great golakeeper is worth 15points over the course of a sea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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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은 둥글고,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이날 초반부터 세징야, 데얀을 앞세운 대구의 뜨거운 공세와 맹렬한 압박에 선두 울산은 고전했다.
대구전에 강한 박주호가 세징야를 꽁꽁 묶고 양쪽 사이드에서 활발한 공격을 전개하며 승점 3점을 꿰찼던 이전 경기들과는 양상이 사뭇 달랐다. 이병근 대구 감독대행이 경기 후 밝힌 대로 '백전노장' 조광래 대구 사장의 수비 조언이 통했던 모양. 양쪽 측면에서 울산의 공격루트인 이청용과 김태환을 봉쇄했고, 발빠른 역습으로 줄기차게 뒷공간을 파고 들었다.
후반 3분 울산 박정인이 대구 수비수 김재우의 자책골을 유도하며 1-0으로 앞서나갔지만 후반 18분 울산 원두재가 박스 안으로 돌진하는 대구 박한빈을 막아서며, 세징야에게 페널티킥 동점골을 내줬다. 울산은 60.9%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했지만, 공격 지표에선 대구에 밀렸다. 특히 슈팅수 6대18, 유효슈팅수가 2대9로 절대 열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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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힘들었던 대구전, 울산의 무패를 지켜낸 히어로는 '빛현우' 조현우였다. '친정' 대구를 상대로 눈부신 선방쇼를 펼쳤다. 대구의 유효슈팅 9개중 6개를 몸 던져 막아냈다. 전반 19분, 전반 36분 잇달아 데얀의 날선 슈팅을 손끝으로 쳐냈다. 후반 11분, 세징야가 빛의 속도로 쇄도하며 찔러넣은 컷백 패스에 이은 데얀의 골대 정면 논스톱 슈팅을 두 손으로 쳐낸 후 잡아냈다. 1대1 상황, 믿기 힘든 슈퍼세이브였다. 골을 확신했던 데얀이 골대를 걷어차며 아쉬움을 표했다. 후반 18분 세징야의 페널티킥 때도 조현우는 방향을 정확히 읽었다. 손끝이 볼에 닿았으나 워낙 볼이 낮고 빨랐다. 조현우는 후반 33분 김대원, 후반 43분 세징야의 슈팅도 모두 막아섰다. 신들린 선방이었다.
이날 체력적, 공격적, 정신적으로 더 강했던 대구의 기세를 누르고, 울산은 광주전에 이은 2연속 무승부를 기록했다. 승점 6점짜리 경기에서 승점 2점(승점 47)에 그치며, 전북과의 승점 차를 벌리지 못했지만 한 시즌 승점 15점을 책임지는 '똘똘한 골키퍼' 조현우의 존재감을 재확인하기엔 부족함이 없는 경기였다. 조현우의 불꽃 선방 덕분에 울산은 11경기 무패(8승3무)를 달렸다.
프로축구연맹이 제공한 골키퍼 선방률 자료(13일 오전 기준)에 따르면 조현우의 올 시즌 선방 횟수는 58회, 선방률은 무려 81.69%에 달한다. 전북 골키퍼 송범근의 경우 69.49%로 김영광(성남·73.85%), 정 산(인천·71.01%)에 이어 4위다.
지난 1일 자료에서 선방률 2위(74%)였던 전북 송범근이 4위로 떨어진 반면 조현우는 당시 81.7% 선방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19라운드까지 골킥 성공률에서도 조현우는 82.4%(131개 시도, 108개 성공)로 송범근(78.6%, 103개 시도, 81개 성공), 이범수(강원·76.6%, 94개 시도, 72개 성공)를 제치고 압도적 1위다. 패배를 무승부로, 무승부를 승리로 돌려내며 퍼거슨 감독이 말했던 '승점 15점, 위대한 골키퍼'의 힘을 기록으로 보여주고 있다.
'수호신' 조현우의 활약 덕분에 올 시즌 20경기(14승5무1패)에서 울산의 패배는 지난 6월 28일 전북전(0대2패)이 유일하다. 울산은 15일 전북과의 21라운드 진검승부를 위해 14일 전주성 원정길에 오른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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