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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심판 판정에 대해 할 말 없다. 우리가 득점을 통해 리드했어야 한다."
첫 유관중 홈경기, TV로만 보던 원더골을 직접 '영접'하고 싶었던 팬들도, 팬들과 함께 6연승의 기쁨을 나누고 싶었던 선수들도 아쉬움이 컸다. 끝내 골문을 열지 못한 아쉬운 경기, 종료 휘슬 직후 불미스러운 장면이 나왔다. 후반 38분 주니오와 수원 조성진의 경합 장면, 울산 선수들이 조성진의 핸드볼을 주장했으나 김희곤 주심은 인정하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 '투혼 풀백' 김태환이 경고누적 퇴장까지 당하면서 울산 선수들은 격앙됐다. 경기 후 심판에게 격렬하게 항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주심이 센터백 정승현을 향해 옐로카드를 들어올렸다. 이 장면에서 벤치의 김도훈 감독이 빛의 속도로 달려갔다. "들어가!"라고 소리치며 흥분한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뜯어말렸다. 덕분에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5-1로 앞서던 상주전 막판, 불투이스와 김대용 주심의 충돌 장면에서도 "그만하라!"고 소리치며 불투이스를 뜯어말렸던 장면과 같았다.
사실, 수원전 무승부가 가장 속상한 이는 '지고는 못사는 프로' 김도훈 감독이었을 것이다. "올시즌 처음 홈팬들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준비했는데 너무 아쉽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냉정했다. 판정에 대한 취재진의 돌직구 질문에 "심판에 대해 할 말은 없다. 판정을 받아들인다. 아쉬움은 있다. 우리가 득점을 통해 앞서갔어야 하는데… 형평을 바라기 전에 우리가 리드했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돌아봤다.
이날 수원전 직후 축구 커뮤니티를 비롯한 온라인에선 김 감독이 선수들을 말리고 진정시키는 영상이 뜨거운 화제를 불러모았다. "멋있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딱 1년 전인 지난해 8월, 지금과 똑같이 '1강' 전북과 치열한 선두다툼을 하던 중 김 감독은 대구전에서 판정에 격렬하게 항의하다 퇴장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그날의 행동이 결국 팀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음을 절감했다. 뼈아픈 실수는 깨달음이 됐다. "심판한테 항의 해봤자 팀에 손해다. 아무 이득이 없다. 저도 경험이 있다. 심판과 싸워 이길 수 없다. 팀에게 손해가 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감독이 말리는데, 듣지 않을 선수는 없다. 감독이 솔선수범하는데 기분 나쁠 심판은 없다.
김 감독은 올시즌 더 냉정하고 더 침착해졌다. 다득점 1골 차로 우승을 놓친 후 울산은 '공격, 또 공격' 용병술로 최다득점을 달리고 있다. 벤치에서도 냉정을 유지한다. 15년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대세구단'답게, 시시비비를 떠나 감정에 치우쳐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은 해선 안된다는 생각뿐이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하지만 '울산 4년차 '김도훈 감독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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