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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난 17일 수원 삼성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임생 전 감독의 현역 때 별명은 '망치'였다. 헤딩을 잘해 '해머'로 불리다 해머가 한국식 '망치'로 바뀌었다. 망치라는 도구는 강한 이미지를 준다. '붕대투혼'으로 유명한 이임생 감독의 선수 시절을 돌아보면 망치와 퍽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지난해 화성FC와의 FA컵 준결승 1차전 기자회견은 이 감독을 가장 잘 나타낸다. 이 감독은 0대1로 충격패한 뒤 "결과를 내지 못하면 책임지겠다"고 울먹이며 사퇴 암시 발언을 했다. 당시 만난 한 축구인은 "이임생은 책임감이 강하다. 한다면 하는 성격이다. 뜸을 들여 신중하게 말하는 것도 그 말에 자신이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몇몇은 이 감독을 '선비'라고 불렀다.
FA컵 우승으로 부임 첫 시즌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듯했지만, 이 감독은 모든 지도자가 그렇듯, 스트레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구단 여건상 핵심 공격수인 타가트를 비롯한 주축 선수들을 팔아야 해서, 그에 반해 정상급 선수(또는 자신이 요구하는 선수)를 영입하지 못해서, 성적이 안 나와서, 결과가 좋아도 경기력에 대한 비판이 나와서, OO이 감독 자리를 노린다는 루머가 나돌아서, 늘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구단과 이 감독은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FA컵 16강전에서 극적으로 승리한 다음 날 갈라서기로 했다. 정규시간을 기준으로 올해 치른 14경기에서 단 2승(5무 7패), 리그 9위에 머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했다. 이 감독은 '남 탓, 모른 척'하지 않았다. '서울만큼은 잡아보고 싶다'던, '전북 천하를 깨고 싶다'던 이 감독은 "감독직에선 물러나지만, 언제나 수원을 응원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빅버드를 떠났다. 수원은 새 사령탑을 찾을 때까지 당분간 주승진 대행체제로 운영할 예정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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