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부상공포에 펑펑 울었던 엄원상…'와일드' 좋지만 '더티'는 안된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0-06-16 05:20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라커룸에서 펑펑 울었다네요."

광주FC 관계자는 부상으로 교체된 엄원상(21)을 걱정하며 이렇게 말했다.

엄원상은 14일 홈에서 벌어진 부산과의 K리그1 6라운드(3대1 승)서 선발 출전했다가 하프타임 때 김정환과 교체됐다.

전반 35분 부산 박종우의 파울에 오른 발목을 채이는 등 상대 선수와 여러차례 부딪힌 끝에 후반 그라운드에 결국 나오지 못한 것이다. 엄원상의 눈물은 아파서라기 보다 서러움이 더 커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부상 트라우마'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아픈데 또 맞으면 그 고통은 말할 수 없다. 아픈 정도를 떠나 힘겨운 부상 재활을 거쳐 복귀해 '이제 좀 잘 해보려나' 싶었는데 다쳤던 부위를 또 다쳤으니 눈 앞이 캄캄했을 것이다.

엄원상은 한국축구의 미래자원으로 큰 탈 없이 쑥쑥 성장하는 중이다. 프로 2년차에 생애 첫 1부리그 무대의 꿈에 부풀어 시즌 개막을 준비하다가 연습경기 도중 발목 부상으로 개막전부터 함께 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 3연패를 하던 광주는 공교롭게도 엄원상 등 부상 선수가 복귀한 이후 1무2승으로 상승세를 탔다. 특히 엄원상은 지난 달 30일 울산과의 4라운드(1대1 무) 데뷔전에서 '손흥민의 폭풍질주 골'을 연상케하는 득점을 터뜨리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엄원상은 스포츠조선 축구전문방송 '볼만찬 기자들'과의 랜선 인터뷰에서 "개막 전 부상으로 분하기도 했고, 출전 이전까진 잘 할 수 있을지 불안했다. 훈련을 많이 하지 못해 몸상태에 대한 확신이 없기도 했다"면서도 "감독님과 동료들의 지지가 불안감을 털어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한 바 있다.


다행히 엄원상은 15일 통증이 크게 가라앉아 정밀검사를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렇다고 '큰 부상이 아니면, 그럼 됐지 뭐'라고 대충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부산 선수들의 매너다.

이날 대구가 FC서울을 6대0으로 대파한 '빅이슈' 때문에 가려져서 그렇지 광주-부산전에 대한 온라인 반응은 부산의 경기 매너에 대한 성토가 주를 이뤘다. 사실 축구 한-일전이라면 몰라도, 동업자끼리 하는 국내리그에서는 보는 잣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거친 몸싸움을 피할 수 없는 운동이 축구다. 통상적인 플레이 과정에서 나온 피할 수 없는 충돌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가기엔 부산의 거친 플레이가 경기 초반부터 도를 넘었던 게 사실이다. 펠리페도 거친 태클에 걸려 부상 위기를 겪기도 했다.

물론 김문환이 상대 선수와 충돌해 쓰러지는 등 부산 선수들도 고전했지만 정도를 놓고 볼 때 부산이 과했다. 이날 부산은 경고를 3개 받았고, 광주는 0개였다.

광주 구단 관계자들도 승리했기에 딱히 토를 달지 않아서 그렇지 부산의 과도한 '파이팅'에 긴장했던 기색이 역력했다. 조덕제 부산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1승이 간절했고, 이기고자 하는 염원이 너무 큰 나머지 다소 거칠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선수들의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동업자 정신'까지 망각해서는 안된다는 게 주변 축구인들의 반응이다. 지난 2018년 시즌 후반기에도 수원이 과하게 거친 플레이로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그해 11월 수원과의 35라운드를 치렀던 당시 최순호 포항 감독은 "와일드(Wild)는 좋지만 더티(Dirty)는 없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선수 출신들은 "선수끼리는 사실 다 안다. 통상적인 플레이 과정에서 나온 파울인지, 아닌지는…"이라고 입을 모은다.

부산은 광주전에서 경기에서도 지고, 매너에서도 완패했다는 팬들의 지적을 흘려들어서는 안된다. 1승도 중요하지만 무관중 시대 팬들의 마음은 더 소중하다.

'엄원상의 눈물'이 던진 아픈 메시지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무료로 보는 오늘의 운세

한화 무더기 2군행...김태균은 빠진 이유 [크보핵인싸]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