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K리그 최초의 캐네디언 헨리 "공격수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닐 때 희열 느낀다"[인터뷰]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0-03-25 06:30


◇올시즌 K리그에서 수원 삼성 수비수 도닐 헨리의 '주머니'에는 몇 명이나 들어갈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수원 삼성은 지난해 12월10일 2019년 하나은행 FA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지 열하루 만에 선수 영입을 발표했다. 주인공은 캐나다 현역 국가대표 센터백 도닐 헨리(27)였다. 지난 시즌 내내 수비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 수원 이임생 감독(49)이 가장 먼저 손을 내민 선수. 헨리의 적응 여부에 따라 수비 전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 감독의 말에서 헨리가 2020시즌의 핵심 카드란 점을 느낄 수 있었다.

헨리는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가 연기되기 전 2경기를 통해 수원과 이 감독이 왜 공들여 영입을 했는지를 몸소 증명했다. 도전적인 수비에서 비롯된 몇몇 실수를 제외할 땐, 1m88, 88㎏의 당당한 체구에서 나오는 파워풀한 수비와 압도적인 공중볼 장악 능력, 그리고 강하고 정확한 전방 패스 능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헨리 하나 보강됐을 뿐인데, 취약포지션 중 하나였던 중앙수비가 가장 믿음직한 포지션으로 바뀐 듯한 느낌을 줬다. 헨리는 비셀 고베(일본)와 조호루 다룰 탁짐(말레이시아)을 상대로 연패한 수원에 있어 거의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스포츠조선'은 단 2경기만에 수원의 희망으로 떠오른 헨리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헨리는 수원에 오게 된 배경,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험, 황인범과의 인연, K리그 최초 캐나다 출신이란 사실이 주는 책임감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개막 2경기부터 돌아본다면.

매우 아쉬운 결과였다. 미세한 차이로 승패가 갈려서 더욱 아쉽다. 하지만 지나간 부분은 이제 잊어야 한다.

내 경기력에 대해선 평가하기 이르다. 오래 쉬었기 때문에 앞선 2경기에서 100% 컨디션이 아니었다. 조호르전 2번의 큰 실수로 팀을 위기에 빠트렸단 걸 잊지 않고 있다. 더 나아져야 하고, 팀 전술에 더욱 잘 녹아들어야 한다.

-입단 이후 4개월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낯선 문화, 낯선 팀 분위기에 적응해야 했고, 조호루의 무더운 날씨도 경험했다. 한국에 온 뒤 코로나19가 불어닥쳤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흥분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낯선 부분이 많아 힘들기도 했다.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하면서 열린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말레이시아 원정은, 너무나도 덥고 습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처음 겪는 환경이었다. 한국의 날씨는 내가 살던 캐나다와 비슷하다. 한국의 겨울바람이 조금 더 강한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추운 날씨 속에서 집중력을 더 유지하는 편이다. 나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국, 말레이시아, 캐나다에서 사람들이 이 질병과 싸워서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았다. 모든 사람이 엄청난 노력과 희생을 하는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물론 걱정이 될 때도 있지만 우리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대처를 잘하고 있기 때문에 예방수칙만 지키고 서로 존중한다면 분명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안전하길.


-이임생 감독 지도 스타일은 어떤가.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지도한다. 수비 조직력 구축에 노력과 시간을 기울인다. 특히, 공격의 시작점으로써의 수비진 역할을 요구한다.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포백이 더 편하지만, 스리백도 우리 팀의 중요한 옵션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뛴 수비수들도 뛰어나지만, 우리팀의 젊은 수비수들이 엄청난 잠재력을 폭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헨리는 2005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에 입단했으나, 큰 꿈을 펼치진 못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아시아는 이번이 처음이다.

낯선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수원이 나를 진지하게 원한다는 것을 느꼈다. 또한 역사가 길고 많은 팬을 가진 팀이라는 점을 (밴쿠버 동료)황인범과의 대화를 통해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임생 감독과 직접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부분이 이적을 결정한 결정적 요소 중 하나였다. 나는 코치진과 커뮤니케이션을 즐기는 타입이다. 감독과 직접 대화가 되는 부분이 팀 적응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곳에선 모든 것이 100% 프로페셔널하게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기술적으로 우수한 선수들이 매우 많다. 매우 만족하고 있다.

가장 놀랐던 것은 프리시즌의 훈련 강도와 선수들의 철저한 준비였다. 훈련 1일차부터 모든 선수들의 몸이 준비되어 있어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는 오랜 기간 쉬었고 캐나다처럼 몸을 서서히 끌어올리면 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첫날 훈련을 마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또한 젊은 선수들이 매우 예의 바르고 나이 많은 선수들과 심지어 나 같은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공손하게 해주는 것을 보며 감동했다. 특히 한의권이 친절하게 잘 챙겨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2015~2017년 웨스트햄 소속)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경험을 쌓았던 것은 큰 자산이다. 같은 영어권이긴 하지만 문화적으로 다른 곳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축구 외적으로도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어릴 적부터 수비수로 뛰었나?

다른 아이들처럼 어릴 때는 화려하고 멋진 공격수를 꿈꿨다. 그러다가 미드필더, 수비수로 점점 내려왔다. 지금은 수비수로 뛰는 게 더 좋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세계 최고의 공격수를 완벽하게 묶을 때 느껴지는 나만의 희열이 있다. 그 맛에 축구를 한다. 나만의 표현이지만 90분 동안 '상대 공격수를 내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캐나다 축구팬과 인사하는 헨리. A매치 31경기를 뛴 몸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수원에는 과거 올리, 무사, 마토 등 굵직한 족적을 남긴 외인 센터백이 있었다. 어떤 인상을 남기고 싶나?

나는 그냥 한 명의 개인이 아니라 K리그에 온 최초의 캐나다인이다. 캐나다 대표 선수(A매치 31경기 출전)로서 이곳에서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한다는 큰 책임감을 느낀다. 나의 활약으로 더 많은 캐나다 선수들이 이 매력적인 나라와 리그에 진출한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올해 수원에서 마음 같아선 3개 대회 모두 우승하고 싶다. 높은 목표를 가슴에 품고 나아갈 것이니 지켜봐 달라.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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