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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속의 진주' 송보현, 체코리그 진출…'미생'에서 '완생'을 향해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0-03-02 15:11


체코 슬로반 리베레치에 입단한 송보현(오른쪽)이 대구FC에서 임대 입단한 박한빈과 함께 입단 파이팅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제공=티아이스포츠엔터테인먼트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제2의 박지성 꿈 본격 시작해 볼래요."

일반 유스클럽팀 출신 꿈나무가 유럽 무대 진출에 성공해 화제다.

주인공은 포천FC U-18팀에서 공격수로 활약하던 송보현(19)이다. 그는 최근 체코리그 전통의 명문인 슬로반 리베레치에 입단했다.

포천FC U-18팀은 K리그4 포천 시민축구단 산하 유스팀이다. 그동안 이강인 이승우 처럼 어린 나이에 유럽 리그 유스팀으로 조기 유학을 떠나 성장하거나 엘리트 고교팀에서 유럽에 진출한 사례는 많다. 하지만 이른바 '비주류' 일반 클럽팀에서 유럽 진출에 곧바로 성공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1921년 창단한 리베레치는 체코리그 우승 2회(2001∼2002, 2005∼2006), 유럽챔피언스리그 2회 진출, UEFA컵 5회 진출, UEFA 유러피안리그 6회 진출 등의 기록을 갖고 있다. 올시즌 현재 16개팀 가운데 중위권을 달리고 있다.

키 1m77의 송보현은 윙포워드 자원이다. 국내에서는 무명에 가까운 선수이지만 고교축구 무대에서는 '재야의 고수', '제2의 박지성'으로 통했다.

남다른 스피드에 발재간까지 갖춘 송보현은 고교축구 대회에서 멀티골을 잘 넣는 선수로 주목받기도 했다. 송보현은 '제2의 박지성'이 되는 게 꿈이다. 어린 시절부터 유럽에서 활약하는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 손흥민 등의 경기 중계를 빠짐없이 지켜보며 "훌륭한 선배들처럼 나도 언젠가는 유럽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유럽에서 성공하겠다는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그 첫 단추가 슬로반 리베레츠다. 작년 9월 국가대표 골키퍼 김진현 소속팀 세레소 오사카에서 이미 검증도 받았다. 1주일간 오사카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테스트를 받으면서 "저친구 물건이네"라는 칭찬을 들었다. 김진현도 숨은 진주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1군에서 활용할 자원을 찾고 있던 오사카는 송보현의 어린 나이가 걸림돌이 되는 바람에 최종 계약을 미뤘다.


이후 송보현은 당초 희망했던 유럽 리그를 물색했고 리베레치와 인연이 닿게 됐다. 에이전트 관계자는 "리베레치에서 테스트를 받을 때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로부터 일찌감치 합격점을 받았다. 체코에서는 빠르고 저돌적으로 뛰는, 송보현 같은 스타일이 흔치 않아서 그런지 무척 인상적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축구 명문 연세대를 15년간 이끌다 지난해 퇴임한 신재흠 전 감독도 연습경기를 하다가 우연히 송보현을 발견한 뒤 "드리블과 경기운영 능력에서 다른 선수들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가진 선수다. 앞으로 큰 재목이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고 한다.

송보현은 현재 리베레치 2군리그 2경기에 출전하는 등 1군으로의 도약을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0일 연습경기에서 후반 교체로 처음 출전해 골을 터뜨리는 등 눈도장도 확실하게 받아놨다.

어린 나이에 첫 해외 진출이지만 외롭지도 않다. 든든한 고국 선배들이 있다. 리베레치에는 현재 2016년 대구FC에서 이적한 유강현(24)이 백업 공격수로 뛰고 있고, 송보현과 같은 시기에 박한빈(23·대구FC)이 임대 선수로 입단했다.

송보현은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확실성을 가지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성공할 수 있는 한국인이 되겠다"며 "제2의 박지성이 되고 싶다는 꿈을 본격 시작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비주류 '미생' 송보현의 '완생'을 향한 질주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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