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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데스현장]'돈-환경 등지고 도전' 이재성 "분명 도움이 될 것"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20-02-23 10:33


사진캡쳐=홀슈타인 킬 SNS

[홀슈타인슈타디온(독일 킬)=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분명 큰 도움이 될 날이 있을 거에요."

이재성(홀슈타인 킬)은 확신에 차있었다. 많은 것을 버렸다. 환경은 더 열악해졌다. 어려움도 많다. 그럼에도 도전했다. 자신의 인생에 더 귀중한 것을 위해서였다.

22일 독일 킬을 찾았다. 홀슈타인 킬과 하이덴하임의 2.분데스리가(2부리그) 27라운드 경기를 보기 위해서였다. 가는 길부터 험난했다. 함부르크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10분을 가야했다. 그곳에서 다시 버스와 도보를 합쳐 40여분 걸리는 곳에 홀슈타인 슈타디온이 있었다.

이 날은 비가 많이 내렸다. 가는 길은 폭우 뿐이었다. 길 곳곳에 물이 흘러넘쳤다. 신발과 양말은 이미 물로 흥건했다. 바람까지 세차게 불었다. 경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고역이었다.

그러나 경기는 열렸다. 축구는 비가 온다고 취소되는 종목이 아니다. 홀슈타인 슈타디온의 그라운드 상황은 최악이었다. 물이 전혀 빠지지 않았다. 패스한 볼이 중간에 멈추곤 했다. 정상적인 플레이가 힘들었다. 선수들 역시 미끄러지는 등 제 몸 하나 가누기 못했다.

이재성도 마찬가지였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왼쪽 날개로 나선 이재성의 유니폼은 이미 진흙으로 누더기가 된 상태였다. 계속 달리고 태클하고 슈팅하면서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그러나 정상적이지 않은 경기 상황 속에서 결국 팀은 0대1로 졌다.


이재성에게 홀슈타인 킬은 '힘든 광야'와도 같다. 독일에 오기 전 이재성은 전북에서 9억원 가량의 연봉을 받았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반 이상이 깎였다. 훈련장이나 경기장 모두 전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이 날 물이 빠지지 않은 경기장은 국내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이재성을 만났다. "괜찮냐"고 물었다. 그는 싱긋 웃었다. "많이 적응해서 괜찮아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분명이 도움이 될 날 이 올 거에요"라고 밝혔다. 이 날 상황에 대해서도 "독일에 와서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경기를 한 것 같아요"라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있어요. 꼭 승격을 위해 열심히 할 거에요"라고 말했다.


경기장에서 나왔다. 한국에서 날아온 팬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하나하나 사인을 해주고 사진 촬영에도 응했다. 출신학교(고려대) 후배들이 찾아왔다 "몇 학번이냐"고 묻더니 "공부 열심히 하라"며 격려까지 했다. 이재성의 팬 사랑은 대단하다. 지난 주 다름슈타트와의 홈경기가 끝나고 난 뒤 한국에서 온 팬들을 집으로 초대해 떡볶이 파티를 했다. 이재성은 "한국에서 킬까지 오기가 어렵잖아요. 많은 분들이 오신데다가 밤이기도 해서 초대했어요"라고 이유를 밝혔다.

도전하는 이재성이지만 한가지 고민도 있다. 팀동료이자 친동생같은 서영재다. 올 시즌 서영재의 출전이 많지 않다. 이재성은 "영재가 마음 고생이 심할 거에요. 힘을 내야할 텐데요"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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