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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지략가+소통형 지도자"..선수들이 말하는 '승격감독' 박진섭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19-10-21 21:29


◇감독 데뷔 2년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린 광주 박진섭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광주FC가 창단 9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하고, 3년 만에 K리그1로 승격한 데에는 '꾀돌이' 박진섭 감독(42)의 공이 절대적으로 크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부산 아이파크, 포항 스틸러스 코치를 거쳐 2018년 광주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부임 1년차에 준플레이오프에서 고배를 마셨다. 올해 절치부심하여 '다 잡은 경기를 놓치는 팀'을 '잡을 경기를 잡는 팀'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며 2017년 강등된 광주에 다이렉트 승격 티켓을 선물했다.

광주는 20일 하나원큐 K리그2 33라운드에서 2위 부산 아이파크가 안산 그리너스에 패하면서 3경기를 남겨두고 우승을 확정했다. 박 감독은 "묵묵히 뒤를 받쳐준 12번째 선수들"에게 우승의 공을 돌렸으나, 선수들은 "감독님 덕분"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핵심 미드필더 여 름은 21일 스포츠조선과 전화 인터뷰에서 "박진섭 감독님을 한마디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영리한 천재 지략가인 것 같다. 감독님이 말씀하신대로 플레이를 하면 기가 막히게 먹혀든다. 우리끼리 '감독님은 확실히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걸 알고 계신다'고 자주 이야기했다.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비수 김진환도 "지금까지 겪어 본 지도자 가운데 최고인 것 같다. 훈련장, 경기장 안팎에서 정말 많은 가르침을 주는 분"이라고 했다.

광주 코치진은 상대팀 경기 영상을 3~5차례 돌려보는 등 상대팀 분석에 매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경기 박 감독이 무패기간 중 입었던 겨울양복과 같은 비슷한 전술을 사용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는 디테일이 숨어있었다. 여 름은 "감독님을 믿고 훈련을 했다. 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키워드는 '소통'이다. 올해 '조커 공격수'로 활약한 김주공은 "경기장에서 직접 슈팅을 하면서 세세한 부분을 알려주셨다. 그런 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했다. 여 름은 "훈련을 하다가 다른 생각이 있으면 언제든 질문을 해도 좋다고 하셨다. 되도록 말을 많이 하라고 하셨다. 소통이 잘됐다"고 했다.


◇두 발로 뛰는 노력형 지도자.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현역 시절 박진섭. '꾀돌이'로 불리었다. 스포츠조선DB
미드필더 임민혁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프리킥 과외'를 받았다. 그 결과가 지난 19일 FC안양전에서 나왔다. 박 감독은 "2년을 공들였다. (임)민혁이가 공을 너무 어렵게 차길래, 쉽게 차라는 주문을 많이 했다. 나란히 서서 차보기도 하면서 어떤 게 더 효율적인지 대화를 나눴다. 이제 조금 눈을 뜨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주공은 "저같은 경우는 어떻게 드리블을 해서 슈팅을 해야 하는지를 배웠다. 개인과외를 받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속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선수에 대해 잘 알아야 조언을 해주든, 경기를 빼주든,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어떻게 느꼈는지는 모르지만, 친구처럼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친구들 얼굴이 밝아지는 걸 보며 이 방법에 대한 확신이 섰다"고 말했다. 훈련장에서 직접 선수들과 부딪히며 훈련하는 이유에 대한 물음에는 "아직 젊어서"라고 웃으며 답했다. 그는 "같이 하다 보면 선수들이 더 빨리 이해하는 것 같다"고 했다.


광주는 올시즌 개막전부터 우승을 확정하기까지 선수단 내부 분열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 박 감독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승격' 목표 하나를 향해 매진한 덕분이다. 김주공은 "감독님께서는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끔 하는, 그런 리더십을 지닌 것 같다. 1대7로 패한 안양전을 마치고도 괜찮다고 빨리 잊어버리자고 하셨다"고 했다. 박 감독은 "어떤 경기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하프타임에 크게 화를 낸 적이 있다. 선수들의 열정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돌아봤다. 여 름은 "선수들이 도전적으로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러신 거란 걸 안다. 감독님 말씀을 들으면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했다.

올해 33경기에서 단 3패를 기록하며 '웬만해선 지지 않는 팀'이 된 광주의 다음 목표는 '다시는 2부로 떨어지지 않는 팀'이다. 키는 역시 박 감독이 쥐고 있다. 박 감독은 "올시즌을 돌아보면 100% 만족하진 않지만, 어쨌든 목표인 승격을 이뤄서 홀가분하다"면서 "남은 시즌과 오는 겨울, 보완점을 찾아야 한다. 내년에는 전용구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만큼 올해 대구FC와 같이 팬들과 함께 하는 즐거운 축구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박 감독 개인적인 목표에 대해선 "선수의 꿈이 국가대표이듯, 내 꿈도 국가대표 감독이다. 그리고 선수들이 '이 감독은 우리를 이해해주는 구나'라고 평가할 수 있는 소통형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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