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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전성기가 언제였나요?' 유명 농구만화에 나오는 명대사다. 수원 삼성 수문장 노동건(28)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면, 아마 '지금'이라고 답할 것 같다. '지옥에서 돌아온 골키퍼'는 한 뼘, 아니 두세 뼘은 성장한 듯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시쳇말로 '하드캐리' 중인 노동건에게 직접 물었다. 지난 시즌까지 76경기에 출전해 119골(1.57골)을 내준 골키퍼가 어떻게 실점률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었는지를. 노동건은 16일 '스포츠조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작년부터 자신감이 계속 쌓였고, 축구에 대한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며 "세이브를 한 뒤에도 흥분하지 않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집중하는 능력이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평상시 생활을 할 때도 들뜨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골키퍼에 눈을 떴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그는 "골키퍼가 공격수와 같이 화끈한 포지션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면 선수들이 먼저 알아주고, 그다음 팬들이 알아준다"면서 "어느덧 팀내 중고참이 되면서 수비수들에게 편안하게 말을 할 수 있는 위치가 됐다. 미팅 때에도 대화를 많이 한다. 그 덕에 수비진의 도움을 많이 받아 0.7점대 실점률과 같은 좋은 기록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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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청소년 대표 시절과 고등-대학 무대에선 노동건이 'NO.1'이었다. 하지만 조현우가 2018년 러시아월드컵 전후로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사이, 노동건은 정성룡, 신화용 등 선배 골키퍼에 가려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출전을 하더라도 호평을 받는 일은 드물었다. 2017년에는 포항 스틸러스로 임대를 떠나기도 했다. 2014년 수원에 입단한 그의 커리어는 예상과 달리 꼬이고 또 꼬였다.
노동건은 "한 팬분께서 '지옥에서 돌아온 골키퍼'라고 하시더라. 고생 좀 했다. 이운재 코치님과 정성룡 형으로 대표되는 '수원 골키퍼'의 부담을 이기지 못한 게 사실이다. 올시즌을 앞두고 통진고와 청소년 대표 시절 달았던 19번을 요청했다. 19번을 달았을 때 성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진 19번이 또 한 번 행운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며 웃었다.
노동건은 올시즌 팀과 개인 타이틀을 모두 욕심내고 있다. 수원의 상위 스플릿 진출과 통산 5번째 FA컵 우승을 뒷받침하면서 데뷔 후 처음으로 K리그 연말 시상식에 참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는 "작년에 홍 철이 형이 시상식에 (수원 선수로는)혼자 다녀와 외롭다고 하더라. 올해에는 그 옆자리에 앉고 싶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단순히 시상식 참가에 그치는 게 아니라 베스트일레븐에 포함되기 위해선 '친구'를 넘어야 한다. 노동건은 "현우는 청대시절 라이벌이었는데, 지금은 (폼이)많이 올라왔다. 이제는 내가 따라가는 입장"이라며 겸손한 자세로 경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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